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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2]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교육의 근본을 건드리는행간의 접속/교육/청소년 2013. 7. 23. 22:34
2010년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2011년 서울에서도 제정되고, 2012년 공포, 시행되었다. 학교 현장은 학생인권에 대해서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게 달구어졌고, 체벌금지, 두발자유 등의 진전된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표면적인 변화 못지않게 인권과 교육이 만났을 때 교육 현장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교사들의 교육력이 빈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체벌에 의존해서, 권위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던 교사들은 체벌이 금지되자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어떠한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교권이 무너졌다느니 하면서 자신들의 무능함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체벌이 없어진 상황에서 대체해야 할 것은 상벌점제라는 바뀐 형태의 통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한 소통과 공감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변화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교육이었다. 결국 학생 인권 문제는 교육의 근본을 건드리는 중요한 의제였던 것이다.
아울러 학생을 보는 시선이 이제는 집단이 아닌 개별로 가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의 방법이 훨씬 세심해져야 한다. 인권은 학생들이 개별적 존재로 드러날 때 존중될 수 있는데, 여태까지 교사들은 전체를 위해서 개인의 개별성은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학생들의 인권은 무시되었고, 교육이라는 이름의 강압만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렇게 인권이 학교현장으로 들어오지만 교사 개인으로서 인권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식이 학생들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생각이 다른 교사들과의 관계 문제이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동료교사를 보면서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 것을 학생들이 보면서 학생들은 교사들을 동질적으로 보게 된다. 학생들에게 모든 교사들은 다 똑같은 꼰대일 뿐이다. 아울러 인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교사들로부터 배신감도 느낄 수 있다.
교사에게 당한 어이없는 질책이나 모욕을 얘기해도 "네가 좀 참지 그랬니? 차분히 말씀드렸으면 선생님도 이해하셨을텐데......"라는 반응, 번번이 요구사항을 외면당한 뒤 학내 집회를 열겠다고 하자 "집회는 너무 위험하니까 학생회를 통해 절차를 밟아 해결하는 게 좋겠다"라는 충고, 체벌이나 언어폭력이 너무 심한 교사에 대해 불평해도 "그 선생님이 문제가 많기는 한데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너희가 좀 이해해 주렴"이라는 반응, "선생님이 때린 건 잘못이지만 네 두발 상태가 불량한 것도 사실이다"라는 이야기, "머리야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두발 자유 같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더 큰 구조적 문제를 갖고 싸워라"라는 충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교사는 어차피 교사 편'이라는 판단을 아로새기게 된다.
위에 인용한 인권 의식 있는 교사들의 충고, 나도 해봤고, 솔직히 현재 내 생각의 수준이다. 이런 얘기들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해 보지 않았고, 학생들이 내 말을 따라주는 것이 그저 중요했을 뿐이었다. 이런 충고가 학생과 교사를 동등하게 보는 시선이 아님을, 결국 학생인권이 전진하지 못하는 방해물이 되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그럼 어쩌지? 같이 분노하고 동료 교사들과 싸워야 하나?
학생인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굉장히 큰 의제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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