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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6] 심청전 (어두운 눈을 뜨니 온 세상이 장관이라) : 슬픔 속에도 웃음은 피고행간의 접속/문학 2013. 3. 28. 07:52
심청전도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세부적인 내용 몇 가지와 문체들은 접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있다.
1. 무릉태수와 안씨 맹인
심봉사가 맹인 잔치 가는 길에 뺑덕 어멈이 도망가고, 혼자서 서울 갈 때, 물놀이 하다 옷을 잃어버리는 장면이 새롭다. 지나던 무릉 태수한테 호기를 부려 옷과 담배를 얻는 장면인데, 심봉사한테 이런 면이 있나 싶다. 그리고 맹인이 혼자서 물놀이를 할 생각을 한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안씨 맹인을 만난다. 안씨 맹인도 꿈에 심씨 성을 가진 봉사를 만날 것이라는 나름의 계시를 받고 심봉사를 기다린 것이었는데, 둘은 인연이라 생각하고 하룻밤을 보낸 후 결혼한다. 나중에 심봉사가 눈을 뜨고 궁에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간다. 심봉사에게 이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2. 해학적 문체
심봉사가 서울 가는 길에 동네 아낙들이 방아를 찧어달라고 해서 방아를 찧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부르는 노동요가 외설적이다. 아내 잃고, 고생고생해서 딸을 키우다 그 딸마저 잃은 심봉사한테 이런 밝은 면이 있나 싶어서 낯선 잠면이었다. 구전되는 소설이다 보니 전체와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세부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곳곳에 슬픔을 웃음으로 극복하려는 해학적인 부분들이 많이 나온다. 심봉사의 성격이 좀 분별이 없다보니 그런 어처구니 없는 웃음을 유발하는 곳이 많다.
3. 우리나라가 아니라 송나라 얘기
심청전의 배경이 우리나라인 줄 알았는데, 송나라더라. 그렇다면 심청이는 중국 사람인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건가 봤을 때 중국에 대해서 높이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고전소설은 그 배경이 중국인 경우가 많다. 구운몽도 그런 경우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이 이야기가 전해졌냐 하면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창작되었고, 우리나라에서 전해졌기 때문에 우리의 문화 유산이다. 단지 그 배경이 중국일 뿐이다. 그래서 심청이는 우리의 심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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