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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8] 금오신화(노래는 흩어지고 꿈같은 이야기만 남아): 헷갈리는 인물들과 내용 정리하기행간의 접속/문학 2013. 3. 31. 08:48
금오신화를 읽으면서 주인공과 내용이 항상 헷갈린다. 비슷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이번에 읽으면서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
만복사 저포기는 남원에 사는 양생이 만복사에서 부처님과 저포 놀이 하다가 내기에 이겨서 여인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죽은 사람이었고, 나중에 그도 따라 간다는 얘기다.
이생규장전은 송도에 사는 이생이 최규수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홍건적의 침입으로 최규수가 죽고, 귀신으로 나타나서 남은 사랑을 마저 하고 저승으로 간다는 얘기이다.
취유부벽정기는 홍생이 평양에 놀러 가서 뱃놀이를 하다가 취흥에 부벽정에 가서 여인을 만나고 사랑을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역시 귀신이었다는 얘기이다.
이 세 개는 모두 여자 귀신과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어서도 이루려는 간절함이 잘 드러나있다. 환상적이면서 아름답다.
남염부주지는 경주에 사는 박생이 유학과 학문에 밝아 염라대왕이 그를 불러 토론을 하고나서 그를 자신의 후임 염라대왕으로 만든다는 얘기이다.
용궁부연록은 송도에 사는 한생이 글을 잘 짓는다는 소문을 듣고, 용왕이 그를 불러 상량문을 짓게 하고 잔치를 벌이고, 용궁 구경을 시켜주는 얘기이다.
이 두 개는 지옥과 용궁이라는 가상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서 단순히 상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사상이 묻어나 있어 김시습의 학문적 깊이를 알 수 있다.
위 작품 모두에는 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서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히 이야기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시로 표현하여 소설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김시습의 재주가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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