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51] 진보 집권 플랜: 매력적인 진보의 바른 이야기행간의 접속/사회 2012. 10. 19. 09:45
이런 책이 있다는 것은 작년부터 알았지만 썩 끌리지 않았다. 그냥 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앞부분에 이 책과 조국 교수를 언급한 것을 봤다. 김어준과 지승호가 책을 낸 동기가 바로 이 책에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어준의 책을 먼저 읽지 말았어야 했다. 김어준의 직설적이고, 거침없고, 알기 쉽고, 재미있는 화법으로 이미 사고의 틀이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조국의 올바르고, 점잖은 얘기들은 밋밋하게 느껴졌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울림은 없었다. 차라리 이 책을 먼저 읽고, 김어준의 책을 읽었으면 생각이 좀더 균형을 잡았을텐데... 나름 아쉬웠다.
이 책은 한국사회와 정치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얘기하고 있다. 사회, 경제 민주화, 교육, 통일, 검찰, 인물 등에 대해서 얘기한다. 대부분의 얘기들은 그런가보다 한 얘기였고, 인상적인 부분은 검찰 부분이었다. 본인이 법대 교수라서 그런지 김어준의 책보다 검찰 부분을 세밀하게 다룬 것 같다.
먼저 검찰의 속성에 대한 얘기를 정확하게 한 것 같다. "보수적 세계관과 엘리트주의를 체현하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한 권력체,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권력과 타협하고 협상한다." 나는 검찰이 권력과 타협하고 협상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런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두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고위공직자비리사수사처(고비처)를 신설하는 것, 둘째는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것. 고비처는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부패와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 역할을 대검 중수부에서 하고 있지만 이것을 따로 떼어서 검찰 외부에다 만들어놓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정치권에 대한 견제와 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검찰의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상설적인 특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 이거 정말 생기는 것 보고 싶다.
진보 진영이 집권을 하게 되면 10년은 해야 개혁이 안정화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보 진영이 김대중과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0년동안 집권을 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의 정치 행태에 대해 우리가 짜증을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5년으로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고 뽑힐 수도 있다. 그러면서 개혁 정책은 초반 3년에 뚝심을 갖고 전광석화같이 실시해야 한다고 한다.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와서 힘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려면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고....
변두리 얘기 같지만 외국이니 노동자 얘기를 하면서 한국 사회가 이민국가로 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참 이색적이다. 이민청을 신설하고 이민을 받아들여서 편견없이 새로운 활력과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고 한다.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가 된다? 아직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지만 전망과 계획은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책이 나온지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약간 시의성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지만 큰 틀에서는 타당한 얘기들이었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에 읽었으면 정말 재미없을 뻔했다.
'행간의 접속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74] 부시맨과 레비스트로스: 고등학생용 문화인류학 개론서 (0) 2012.11.24 [책 52] 삼성을 생각한다 2: 자료로서는 괜찮은.... (0) 2012.10.20 [책 49] 닥치고 정치: 정치는 연애고 인간에 대한 이해라구 (0) 2012.10.15 [책 48] 새로운 100년: 통일에 대한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 (0) 2012.10.14 [책 43]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정치는 생활이야. (0) 201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