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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9] 닥치고 정치: 정치는 연애고 인간에 대한 이해라구
    행간의 접속/사회 2012. 10. 15. 23:58

     


    닥치고 정치

    저자
    김어준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11-10-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찍으려면 알고 찍자!인터뷰어 지승호가 묻고 김어준이 답하는 명랑...
    가격비교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으며, 알게 된 사실들을 어떻게 이렇게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그의 언어는 왜 그렇게 쉽고, 흡수가 잘 되는지.... 중학교만 나와도, 똑똑한 고학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옥같다는 표현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보통 사람이 아닌, 특별한 종족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대한 대답 아닌 대답이 본문에 있더라. 그건 나중에 얘기할란다.

     

    책의 시작은 조국 교수 이야기부터 하는데, 조국 교수 이야기는 그거 하나다. 너무 바르고, 좋은 얘기만 하니 재수가 없을 수 있다라는 것. 그렇게 하면 폼은 잡을 수 있겠지만 대중을 설득할 수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2011년 현재 한국 정치 상황과 사회, 그리고 인물들에 대해서 얘기한다.

     

    1. 좌파와 우파, 아니 우파에 대해서

     

    본격적인 시작은 좌파와 우파, 아니 우파에 대해서 얘기한다. 결론은 우파는 없다. 보수도 없다. 그냥 '우'다. 우의 생리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우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이해한다고. 그렇게 생존이 상시로 위협받는 약육강식의 환경에선 내가 더 강한 포식자가 되어,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고, 더 악착같이 그걸 독점해,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겠다. 그게 난 굉장히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일단 내가 살아남아야지. 나는 죽고, 옆 사람이 살면 뭐해. <중략>

    자기가 강해서 획득한 자산, 그걸 남에게 뺏기지 않을 권리, 그렇게 확보한 자산의 차이로 만들어지는 위계, 그렇게 형성된 계급의 유지, 그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질서, 그 질서의 지속적 보장, 그들이 인지하는 세계에선 그런 것들이 무척 중요해지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그 격차로 인한 불평등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의 이치가 되는 거야. 뒤처지거나 약한 건 전부 자기 탓이니까.

     

    그렇게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니까 법질서 운운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BBK와 이명박

     

    2007년 대선 때 BBK, 도곡동 땅, 김경준, 옵셔널벤쳐스 등 알 수 없는 말들이 뉴스를 휘젓고 있을 때,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제대로 설명해주는 매체가 없으니...그런데 이 책 보니까 어느 정도 알겠다. 물론 김어준이 소설이라고, 추정이라고 했지만 말이다. 인용해 본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자면, 만약 도곡동 땅이 이명박의 소유라면, 다스 또한 이명박의 회사인 것이고, 다스가 이명박의 차명 소유라고 한다면, 다스의 돈을 종잣돈으로 한 BBK 역시 이명박의 것이 되거든.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BBK가 변신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이란 심각한 범죄로부터 이명박이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고. 그러니까 도곡동 땅의 소유 문제가 풀리면 모든 게 풀리는 거야.

     

    그 얘기다. 그러나 이런 내용이 '만약'이라는 가정 상태에서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 이유는 검찰과 특검은 도곡동 땅이 이명박의 것이 아니라고 결론을 지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사실들은 내가 인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검찰과 특검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3. 삼성에 대해서

     

    삼성에 대해서는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어느 정도 익힌 내용이 많다. 그래도 자본주의에 대한 재벌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인용할 만한 것 같다.

     

    우리나라 보수 우파가 만날 좌파들이 자본주의를 부정하느니 어쩌느니 하잖아. 하지만 걔들이야말로 최소한의 자본주의 룰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금 이건희가 하고 있는 게 바로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거라고. 이건희의 비자금은 삼성의 주주들에게 엄청난 불이익을 끼치는 거니까. 삼성의 주주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이익을 자기가 개인 용돈으로 훔쳐 가는 거니까. 그러면서 삼성 까면 자본주의를 부정한다 하고, 이건희 감옥 가면 삼성 망하고 삼성 망하면 대한민국 망한다는 식으로 대국민 협박하지.

     

    한마디로 삼성도, 이건희도 자본주의 부정하는 거다. 자본주의 하려면 정당하게,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삼성을 비판하면서 삼성을 압박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김어준은 삼성과 이건희 일가를 분리해서 얘기한다. 삼성이 만드는 제품 좋은 것 많고,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 괜찮은 사람 많다. 그 사람들까지 싸잡아서 비판할 필요는 없다. 잘못된 사람은 이건희 일가와 그 가신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분명하다. 사실 김용철의 『삼성을 생각한다』읽고 갤럭시 안 살 것 같다고 했는데.... 다시 갤럭시도 고려해 봐야겠다는 철없는 생각도 해봤다.

     

    4. 진보에 대해서

     

    진보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선명성을 따지다가 대중과 유리되어 스스로 고립되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정치는 결국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데 굉장히 좋은 얘기들(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등) 대중이 알아듣지 못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하니 세력을 넓힐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걸 김어준은 '정치를 혼잣말로 한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연애라고 얘기한다. 좀 길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이 비유를 생략하지 않고 인용해본다.

     

    농담도 하고 술도 마시고 손도 잡고 그러다 점점 서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데.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거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만약 나와 결혼하지 않느다면 그것은 당신이 속물이라 더 큰 집과 더 큰 자동차에 넘어간 방증이라며.

    그걸 당한 상대는, 당신이 나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당신 패션부터 좀 후줄근한 것이 촌스러운 데다, 자료는 열심히 준비는 한 것 같지만 뭔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겠고, 결정적으로 내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게 왜 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일이냐며 일어나 떠나버려. 남겨진 진보 군은 자기 프로포즈가 실패한 요인을 열심히 분석하다가 입지 조건과 대출 조건의 우수성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혼자 결론 내리지. 그렇게 연애 한번 못해봤으면서 꼭 결혼할 거라고 혼자 다짐을 하지. 20년 후에. 아, 슬퍼.

     

    여기까지가 비유 끝인줄 알았는데.... 보수 군이 나타나서 이 여자, 국민 양을 꼬신다. 거기다가 반전까지 있다. 이렇게...

     

    더 슬픈 건 뭐냐. 욕심 많고 잇속 빠른 보수 군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진보 군이 책상 위에 남기고 간 계획서와 설계도를 집어 와서는 표지만 엄청 화려하게 바꾸고 총천연색 컬러로 인쇄해서, 자리를 박차고 떠난 국민 양을 찾아가 계획서를 다시 내놓는다는 거지. 하지만 그 내용은 읽어주지 않아. 휘리릭 페이지만 넘기면서 대신 장미 한 송이 안겨주고 레스토랑으로 데려가서 엄청 맛있어 보이는 스테이크를 시키지. 그들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해버리네.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에야 국민 양은 알게 되지. 그 장미는 플라스틱이고 그 밥값은 자기가 내는 거였다는 걸.

     

    정말 예술이다. 진보과 보수와 국민의 모습을 이렇게 정확하게 연애에 비유해서 표현해내다니. 감탕할 수밖에 없다.

     

    그밖에 개별 정치인들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 박근혜, 문재인 등에 대한 논평이나 생각들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지금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선 후보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문재인의 1년 전에 문재인의 등장을 예견하는 것은 신기하다. 그리고 문재인이 될 수 있고, 되야 하고,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미친다.

     

    아무튼 박근혜는 한마디로 공주님이라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한다. 그러면 당연히 대통령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생각이고 현실은 지지율 40%나 되는 유력한 대선 후보이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얘기이다. 2달 후에 결판이 나겠지.

     

    처음의 궁금증. 김어준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의 말을 인용한다.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팩트와 가치와 논리와 감성과 무의식과 맥락과 그가 속한 상황과 그 상황을 지배하는 프레임과 그로 인한 이해득실과 그 이해득실에 따른 공포와 욕망, 그 모두를 동시에 같은 크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섭해야 한다. 나는 통섭한다.

     

    이건 뭐.... 자뻑도 예술이다. 조국이 재수없을 것 같다고 하지만 김어준도 재수 없긴 하지만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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