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48] 새로운 100년: 통일에 대한 꽤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행간의 접속/사회 2012. 10. 14. 09:24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는 정말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고등학교 때에는 통일이라는 것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지내다가, 대학 때에는 통일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었지만 통일에 대해서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지금까지는 통일은 조금 먼 이야기로 생각하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좀더 지나가면 안하는 것도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생각이 이렇게까지 간 이유는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논리나 근거를 접해보지 못했고, 생활 속에서 분단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접한 것 중 유일한 것은 원래 하나였으니까인데.... 그 얘기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그게 전부라고 한다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만난 이 책은 통일에 대해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만들었다. 행동이 바뀌는 것까지는 솔직히 장담하지 못하겠다.
1. 통일에 대해서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 중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미래의 안전이다. 물론 현재도 그렇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에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우리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과거의 역사들을 돌이켜봤을 때그 변화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침략을 받거나 나라를 빼앗기거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통일을 이루었을 때의 시너지 효과를 이유로 얘기한다. 결론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 사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토 넓어지고, 인구 늘어나고, 자원 늘어나고, 국방비도 줄어들고, 북한 지역 개발하면서 한반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사람들의 사상적 자유가 신장되면서 신바람이 일어 창조성이 발현되어 문학이든 과학이든 수준이 올라갈 것이고, 해외동포들도 이제는 서로 구분하지 않고 기펴고 살 수 있고... 등등도 얘기한다.
통일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서 애기한다. 전쟁은 당연히 아니고 평화적으로 해야 하는데,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합치는 것이 현재보다 몇 배의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포용정책을 펴서 북한의 지도부가 아닌 북한의 주민이 통일을 하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지도부는 어떻게 하구? 그렇다고 북한 지도부의 기득권과 신분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신분 보장해주고, 체제도 당분간 보장해주고면서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남한이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통크게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과 북한 지도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세력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다.
통일을 두가지로 나누어서 얘기한다. 과거 청산적 통일과 미래 비전적 통일. 전자는 늙은 부모를 어떻게 모시느냐의 문제라면, 후자는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문제이다. 통일이 단순히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2. 역사의식에 대해서
스님은 역사의식이 있어야 올바른 통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구려, 발해 역사기행도 진행하기도 하는데, 결국 과거 역사 속에서 분명히 배워야 할 것들을 얘기하고 있다. 먼저 신라에게서 배워야 할 점을 얘기한다.
첫째, 가야와 시너지 효과가 있는 통합을 했다는 것이 우리가 남북통일을 이뤄야 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워야 할 점입니다. 둘째, 삼국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외세를 끌어들이긴 했찌만 나중에 당나라 군대를 쫓아내는 자주적인 입장에 있었다는 점은 본받아야 합니다. <중략> 삼국통일 과정에서 얻어야 할 또하나의 교훈은, 무력으로 통일을 하면 통일한 나라가 약해질 경우 또 분열된다는 겁니다.
평화적으로, 자주적으로 해야 한다는 애기이다. 가야와 신라가 통합을 할 때 가야의 지배층을 받아 안았기 때문에 그 후손인 김유신 같은 사람이 삼국통일을 이루는데 이바지할 수 있었다는 예도 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북한의 지배층을 포용해야 한다는 것도 나올 수 있는 얘기같다.
개개인의 역사의식에 대한 얘기도 하는데, 반통일적인 보수언론의 취직 면접에서 취업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젊은이의 사례를 들면서 이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얘기도 한다. 결론은 인생관에 해당되는데, 정의를 중심에 놓고 현실의 이익을 뒤로 미루느냐, 현실의 이익을 위해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란다. 그러면서 현실의 이익을 취한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얘기하는데, 그들에게 칭찬할 것은 아니지만 욕하고 처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재능을 새로운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데 사용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혁명을 할 때는 정의에 대해 조금 근본주의적으로 밀어붙여야 하지만, 건설을 할 때는 여러 세력을 포용적으로 감싸 안아야 하죠.
그렇다면 지금은 혁명을 할 때인가, 건설을 할 때인가 궁금하다. 여기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없지만 앞뒤의 여러 내용으로 보았을 때 포용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건설의 시기로 보는 것 같다. 통일을 위한 건설....
3. 북한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북한의 인권이나 독재와 권력 세습, 그밖에 주민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셔 핵무기나 개발하는 북한 지도부에 대해서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얘기도 하고 있다. 북한 사람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현재 상황에서 이것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얘기하더란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대화하려면, 국가간 외교에서는 결국 그 체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단 이 문제를 북한 주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공화국 헌법을 들고 비판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북한 내 인권운동을 할 때 공화국 헌법있는 인권보호를 제대로 보장하라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이 겁먹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 거대하게 반정부적으로 가면 북한 주민 아무도 참여하지 않을거라고 하면서....
스님은 북한에도 몇 번 가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랬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북한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공화국 헌법을 들고 주장해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4. 남한 내부의 양극화와 통일에 대해서
남한 내부에 양극화가 문제인데, 이것은 그대로 두고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 스님은 둘 다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판을 키우지 않으면 양극화 해소는 쉽지 않고, 판을 키우려면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면 양극화 해소는 파이를 잘 나눠 갖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글쎄... 파이를 키운다고 분배가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니고.... 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통일 후 북한의 난개발이라든가 양극화 문제, 환경 문제 등 남한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5.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
주한미군 주둔과 전작권 문제에 대해서 스님은 아주 쿨하게 얘기한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자. 남겠다면 남으라고 하고, 가겠다면 잘 가라고 하면 된다. 이런 태도의 밑바탕에는 미국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남겠다면 자기들 필요니까 돈 내라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가겠다는데 잡으면 우리의 필요니까 우리가 돈 내야 하니까 손해다. 하겠다는 대로 내버려두자. 전작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부분의 생각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명쾌해서 마음에 든다.
6. 젊은이들에게
스님은 젊은이들에게 선배들도 못했는데 우리가 이루어내면 더 재미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요새 젊은이들이 일제시대였다면 독립운동 했을 것이고, 60년대에 살았으면 건설의 리더십, 80년대였으면 민주투사가 되었을텐데... 이제 분단의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 있으니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는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고, 가슴 뛰는 일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살짝 솔깃하다. 나중에 자식들한테 나는 통일하는 데 이런 공헌을 했다는 얘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 거기서부터 통일은 시작될테니까...
'행간의 접속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51] 진보 집권 플랜: 매력적인 진보의 바른 이야기 (0) 2012.10.19 [책 49] 닥치고 정치: 정치는 연애고 인간에 대한 이해라구 (0) 2012.10.15 [책 43]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정치는 생활이야. (0) 2012.09.25 [책 42] 삼성을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도 화난다 (0) 2012.09.23 [책 29]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시대를 품는 열정의 기록 (0)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