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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6] 비밀 많은 디자인씨: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적 소양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11. 5. 1. 12:21

    비밀많은디자인씨디자인으로세상읽기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예술일반 > 청소년예술
    지은이 김은산 (양철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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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가 있다. '디자인으로 세상 읽기'.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속에 담겨 있는 사회의 모습을 얘기한 책이다.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 디자인은 어떻게 사회에 참여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담겨 있다.

    먼저 디자인의 역사에 대한 얘기를 한다.

    근대를 거치면서 디자인은 기술과 사회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근대적인 디자인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사람들이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술의 변화와 인간의 삶 사이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포착하여 이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시스템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디자인은 '인간적인 기술'이라는 얼굴로, '기술의 인간화'라는 이름으로 변화에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그 실상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와 포드 시스템에서 알 수 있듯 세계와 인간을 기술적으로, 기계적으로 조작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디자인은 이윤을 위해 인간을 끊임없이 '닦달하는' 기술의 본모습을 감추고 그것을 달래주는 '유연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감춰져 있던 디자인의 비밀이다.

    결국 디자인은 사람들이 기술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도록 포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디자인과 정치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도로가 뚫리고, 어느 날 갑자기 건물이 세워지고,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조형물이 우뚝 길을 막아선다. 모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지만 우린 속수무책이다.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에 대해 우린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 공공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권리로부터 배제될 때, 우린 '사용자'나 '소비자'라는 이름으로 축소되거나 제한된다. 그것은 우리의 정치적인 삶이 그만큼 빈약하고 협소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디자인이 기술과 인간의 거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때, 디자인은 기술의 편에, 혹은 인간의 편에 치우칠 수 있다. 그 과정이 정치적일 수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구경꾼에서 살아있는 시민으로 되어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거의 뒷 부분에서는 좋은 디자인의 조건에 대해서 얘기한다. 첫째, 유용함, 둘째 형태와 모양, 셋째, 새로움, 넷째 작동성이다. 그런데 이런 네 가지는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마지막 다섯째 죄책감이다. 죄책감이 좋은 디자인의 조건이라고? 쉽게 얘기하면 이 세상에 그 디자인이 존재해도 되느냐고 묻는 것이다. 한 건축가는 어린 딸에게 늘 일러두는 것이 있다고 한다.

    "얘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그냥 없애버릴 수 있는 건 없단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버려 왔어. 물론 지금도 버리고 있지. 그러면서도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너무나 쉽게 생각한단다. '없애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눈앞에서 없어지더라도 어딘가에는 있기 마련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멋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고, 디자이너도 인문적인 소양이 있어야 함을 확인하게 되었다. 예술가니까... 시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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