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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54] 어퍼컷: 흔치 않은 스포츠 비평
    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12. 10. 23. 00:30

     


    어퍼컷

    저자
    정희준 지음
    출판사
    미지북스 | 2009-11-12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한국 스포츠계의 이단아 정희준 교수의 첫 번째 본격 스포츠 비평...
    가격비교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인 정희준의 스포치 비평집이다. 그의 이름을 처음 본 건 프레시안이었다. 프레시안에서 그는 체육계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를 거침없이 했고, 그의 글은 시원시원했다. 사회비평, 문화비평을 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많이 있어도 스포츠 비평은 거의 없다. 스포츠에 대해서 글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 사람들이 아니라서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두루뭉수리하게 할 뿐이다. 그러나 정희준은 다르다. 현상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고, 원칙은 분명했고, 글은 날카로웠다.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분야를 잘 개척해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들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제1부는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얘기이다. 박태환, 김연아, 박찬호, 추성훈, 박지성, 박세리 등 여자 골프 선수들 등 스포츠 스타들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해서 썼다. 그렇다고 해서 이 스포츠 스타들을 비판한 것은 아니고 그 스타들의 잠잠할 수 없는 주변의 여러 문제들을 얘기하고 있다. 김연아의 광팬이나 추성훈을 둘러싼 우리들의 이중적인 잣대, 박지성을 둘러싼 언론들의 상업주의 등....

     

    제2부는 체육계의 치부를 들춘다. 내연녀와 그 딸들을 살해한 전 프로야구 선수, 체육관련 학과의 폭력성, 여자 선수들을 성폭행하는 지도자들, 약물의 유혹 등 얘기하기가 껄끄러운, 특정 인물이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비판하고 있고,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체육계가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자신이 체육과 출신이고 현재도 스포츠과학과 교수로서 체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런 얘기들을 하기 어려울텐데 참 용감하다는 생각도 했다.

     

    제3부는 올림픽에 대한 비판이다. 나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올림픽 중계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얘기들이다. 평창 올림픽 유치 위해 삼수까지 하는 강원도의 무리한 모습, 각종  대형 스포츠 이벤트의 문제점들, 금메달 지상주의, 언론의 올림픽 중계 및 보도의 문제점들을 얘기한다.

     

    제4부는 체육계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사회/문화에 대한 얘기이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에도 관심이 많아 쓴 것 같다. 특히 지방대에 근무하면서 지방의 문제를 드러낸 것도 있고, 이명박 정권과 재벌에 대한 비판도 있다. 지식인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그들 같다.

     

    이 중에서 공감하거나 인상적이거나 기억할 만한 내용을 얘기해보면 먼저 스포츠 스타, 혹은 체육인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촛불 정국에서 다양한 계층,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데 유독 체육 분야의 사람들은 그런 참여가 없던 것이 아쉽다는 애기이다. 외국의 경우에 그런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유색인종 탄압에 대해 항거하는 운동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중에 운동선수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학생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하는 모습도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운동선수가 된다는 것은 운동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데, 이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한 외국의 좋은 예로서 대학 미식축구 선수가 권위있는 장학재단의 장학생이 되기 위한 면접 시간과 미식축구 팀의 중요한 시합이 겹쳤을 때 미국 사회가 보여준 모습이다. 결론은 둘 다 할 수 있게 했는데, 그 과정을 보면 먼저 소속팀은 그가 면접을 볼 수 있게 허락을 했고, 대학체육연맹과 중계를 맡은 방송사가 합의해 경기 시간을 옮겨주었고,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올 수 있는 비행기 스케쥴이 없어서 학교측이 전세기나 후원자의 비행기를 섭외했고, 이게 무슨 규정에 걸리니까 탄원서를 올려 허락을 받았고, 상대팀 지역 경찰은 공항에서 경기장까지 그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게 경찰차까지 동원했다. 그리고 결국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물론 인터뷰도 참석하고... 그까짓 개인적인 일 때문에 여러 사람, 여러 기관에 폐를 끼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부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면 가능했을까?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했겠지....

     

    마지막으로 인상적인 것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의 경제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대한 반박이다. 제일 많이 주장하는 것이 관광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2002년 월드컵과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를 보면 오히려 관광객이 줄었다. 큰 대회 있으면 보안이 더 강화되어서 관광하기 불편하고, 몇 게임 보려고 그것때문에 일부러 오는 관광객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고용창출을 주장하는데, 이는 고용창출되는 사람들이 이런 대회가 아니었으면 모두 실업자 상태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 봤을 때, 이들은 굳이 올림픽이 아니어도 여기저기 공사판에서 일했을 것이다. 올림픽 없다고 손 놓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어차피 창출했을 고용을 특정 지역, 특정 시기에 몰아 집중했을 분이다.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없다. 설사 고용이 창출되었어도 저임금, 단순 노동, 비정규직이다. 세번째는 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월드컵 때 치킨, TV 등 관련 상품이 많이 팔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이런 것들이 많이 팔릴 때 다른 곳에서는 팔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영화, 연극, 공연, 쇼핑, 관광 등은 손해를 봐야 한다. 결국 총액은 변동없이 지출 구조만 변한 것이다. 내수 진작 아니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인용해 보겠다.

     

    마지막으로 개최론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둘러대는 거짓말이 바로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세계적인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들이 떠드는 것처럼 '오토매틱'한 것이 아니다. 질문 몇 개 드리겠다. 2006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는? 2006년 아시안 게임 개최지는? 2007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개최지는? 2009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최지는? 2005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는? 정답은 이탈리아 토리노, 카타르 도하, 일본 오사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일본 아이치다. 몇 개나 맞히셨는가?

     

    이 도발적인 질문에 답이 다 나와있다. 세계에는 무수한 대회들이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거 하나 개최한다고 해서 도시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 개발업자들, 지자체장들, 건설업자들 배불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뒷감당은 해당 주민들이 할 수밖에 없다. 이게 뭔가?  

     

    그의 읽으면서 거침없는 말투에서 시원함을 느끼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런 모습이 우리 현실이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우리 사는 세상인데... 이런 목소리를 통해서 문제를 확인하고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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