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글쓴이의 신문 칼럼을 모은 글이다.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보았다.
1. 대화와 소통
대화는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다. 예를 들어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활주로의 상황을 알릴 때는 표준화된 언어 코드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해석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은 대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화는 마음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듣고 해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밑에 깔려 있는 '마음'을 헤아리는 데 더 주의를 기울일 때가 많다. 말을 하는 사람도 그 언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자기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판독하느냐에 따라 똑같은 말도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화는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고, 그것이 곧 소통이다.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다. 가족 간, 친구 간, 집단 간의 갈등은 사실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 학교와 지역사회
지금까지 교육의 과업을 학교가 모두 떠맡던 시대에서, 이제는 시민사회의 여러 주체들이 나서서 책임을 나누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세대, 삶의 영역, 전문 분야, 공간 등의 경계를 가로질러 만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학교 교육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입시 경쟁에 저당 잡힌 청소년들의 성장은 평생학습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다시금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청소년기의 학습이 시간적으로는 대학 입시라는 목표 이상으로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학교라는 제도적 울타리를 넘어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배움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자치단체의 활동에 학생이 참여할 수도 있고, 학교 밖에 배움의 마당을 차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공동체가 복원될 수도 있고, 아이들의 인맥이 상하로도 넓어질 수 있으며, 배움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3. 화장실
인간에게 배설물 처리가 특별히 문제가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정착 생활과 높은 인구밀도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은 아무데나 배변해도 문제가 없다. 널리 돌아다닐 뿐 아니라, 서식지의 밀도가 낮기 때문에 자연의 분해에 맡겨도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문명이 탄생한 이후 배설은 인간에게 심각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화장실에 대해서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 화장실은 회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면서도 공중화장실의 낙서는 인간 내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도 하니 나름 심각한 공간이다.
그밖에 노인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경로당,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다룬 동물원, 이벤트 같은 예배를 다룬 교회 등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삶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글들이 많이 있다. 호흡이 길지 않아서 중학교 이상의 학생들이 봐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