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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2] 모형 속을 걷다: 건축은 삶의 방식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11. 4. 25. 14:51
모형속을걷다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건축에 대해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재미있는 건물, 멋진 건물, 아름다운 건물, 생각하게 하는 건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건축이, 그리고 건축이 만들어낸 공간이 알게 모르게 인간의 생각과 습관, 그리고 몸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건축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그러나 관심만 갈 뿐이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다.책 내용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 보았다.
오늘 우리가 보는 계단은 너무 흔해 무감각하지만 계단의 의미는 참 깊고도 높다. 계단은 단순히 층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다. 층과 층을 이을 때는 연결을 의미하고 다락이나 지하를 이을 때는 또 다른 세계로의 전이를 말한다. (중략) 계단은 말하자면 여러 번 꺾인 / 접힌 길이다. 걷기엔 편치 않지만 필요가 만들어낸 인류의 발명 중 걸작이다.
계단은 늘 있어서 그게 무슨 발명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정말 누가 처음 발명했을까?
그리고 정자의 수준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없는 듯 드러내는 것과 있는 듯 사라지는 경지가 바로 자연과 인위의 경계이다. 호흡이 긴 춤사위의 시작과 끝을 닮은 공간 같다고나 할까. 아니면 멈춤과 움직임이 동시에 있는 산조 같다고나 할까. 풍경과 나뉘지 않는 정자, 그것이 정자의 높은 격이다.
정자의 높은 격을 우리의 춤사위와 산조에 비유했다. 우리의 춤사위와 산조를 알지 못하니 이 비유가 얼마나 기가 막힌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우리 것을 모르는 것이 한편으로 부끄럽다.
원래 도시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시간이 고이는 장소이다. 단순히 여럿이 모여 임시방편적 활동만 한다면 그곳은 도시가 아닌 난민 수용소와 다름이 없다. 도시는 사람이 모여 생활을 영위하는 공동의 터전인 동시에 오랜 시간 삶의 흔적이 역사의 과정으로 녹아있는 살아 있는 유적이다. 그런데 신도시 건설의 제일 큰 문제는 필요와 수요의 논리만 우선되는 공급 방식에 있다. 한마디로 급하게 먹는 떡 체한다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했다. 아닌게 아니라 뉴스를 보면 신도시에 아파트만 있고 학교, 병원, 상가, 공공기관 등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아서 유령 도시 같아서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도시는 시간이 고인 곳인데, 사람만 모여밌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였음을 알게 된다.
도시는 밤풍경마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야성을 이룬 도시는 자본의 집중을 보여준다. 어두운 곳은 자본의 강도가 떨어지는 지역이다. 밤풍경이 화려하면서 오랫동안 밝은 곳은 돈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불빛이 드문드문 켜져 밤풍경이 어두운 곳은 가난하거나 아직 상업적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밤의 불빛은 자본과 정비례한다. 밝은 곳은 비싸고 어두운 곳은 싸다. (중략)
문제는 도시의 팽창과 번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 새로운 건축, 새로운 풍경에 대한 인식이 저급하다는 데 있다. '새로운 풍경'이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한다는 믿음이 없는 해결 방식이 도시의 건축/삶을 건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풍경을 즐기려면 좋은 풍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새김이 필요하다. 도시 풍경이 직설적 '자본'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역사/예술/인간을 위한 풍경으로 일구어져야 하는 것이다. 순화된 '자본의 풍경' 말이다.
순화된 자본을 얘기했는데, 순화된 자본이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본이 순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 살자라고 말하면서 이를 '채 나눔'으로 행한다. 편한 것만 추구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행복했는지, 안에서만 고립되어서 정말 행복했는지, 넓은 공간을 누리면서 행복했는지 생각했을 때 우리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건축은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고, 삶에 대한 가치관이므로 삶을 바꾸려면 사는 곳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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