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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한계령: 미니벨로라 힘들지만...
    바람의 시선/자전거 2009. 4. 5. 23:00

    0. 출발전에

    자여사에 한계령 번개 예고가 떴을 때 생각이 별로 없었다. 일단 근무하는 토요일에 출발한다니 참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러나 일정을 가만히 보니 양구에서 1박하고, 2일차에 한계령을 오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요일 아침 첫차로 양구에 도착하여 합류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여했다.

    1. 서울에서 양구까지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 30분 출발 버스를 탔다. 6시에 터미널 도착해서 김밥 두 줄 먹고, 화장실 갔다오니까 6시 25분이다. 부랴부랴 자전거 싣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말도 안하고 자전거를 실으면 어떻게 하냐고 핀잔이다. 그런 걸 말로 해야 하나? 짐 있으면 짐 알아서 싣는 거지. 그러면서 바닥 긁힌다고 상자라도 깔란다. 상자를 어떻게 구하나 하다가 그냥 매점 근처로 가서 자판기 옆에 있는 아무 상자를 그냥 들고 왔다. 뭐라 그러는 사람은 없는데, 운 없으면 구하지도 못할 뻔 했다.

    바닥에 상자 깔고 자전거 넣는데, 핸들과 안장이 높아서 잘 안들어간다. 바퀴를 빼려고 하는데, 브레이크를 어떻게 푸는지 몰라서 주춤 거리다가 핸들의 QR을 돌렸더니 핸들이 빠진다. 이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빨리 넣으라는 기사의 재촉에 대충 우겨넣고 버스에 승차한다.

    2. 양구에서 광치령

    양구에서 일행을 만나 아침을 먹고 광치령을 넘는다. 광치령은 터널이 뚫려 있지만 우리는 옛길로 간다. 옛길은 광치령 휴양림으로 난 길을 따라 가는데, 가봤더니 비포장이다. 어쩔까 생각하는 틈도 없이 사람들은 그냥 간다. 길이 없으면 다시 나오면 되고, 있으면 그냥 넘으면 되고... 얇은 바퀴의 미니벨로로 비포장길을 가는 것이 조심스럽다.

    아래 사진은 도촌리의 국토 정중앙 탑이다. 도촌리에 있는데, 국토 최동단, 최서단, 최남단, 최북단의 정중앙이 바로 여기란다. 양구읍에서 광치령 쪽으로 가는 길에 도촌리가 있다.

    광치령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이다. 아직은 휴양림이 나오기 전이다.

    아래 사진은 광치령 오르는 길에서 잠시 쉬면서 찍은 사진이다. 3/1은 끌고 올라갔다. 옛날에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이곳으로 차가 다녔다고 한다. 골 깊다.

    광치령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내려오는 길은 비포장이라도 돌이 별로 없이 판판한 길이라서 훨씬 수월했다. 그래도 가끔씩 나오는 돌들은 조심해야 한다. MTB였으면 자신있게 내려오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다.

    3. 광치령에서 원통, 원통에서 한계령

    광치령을 넘으니 원통까지는 내리막이다. 미니벨로로 이만큼 멀리 나온 것도 처음이지만 이만한 다운힐을 한 것도 처음이다. 손아귀가 아플 정도로 브레이크를 잡았고, 속도도 신나게 냈다. 다니는 차들이 별로 없어서 좋았다.

    원통에서 점심을 먹고, 한계령을 올랐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가다가 옥녀봉 휴게소를 지나고부터는 경사가 점점 심해진다. 미시령을 쉬지 않고 넘었던 자신감을 갖고 겁없이 덤볐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한계령 부근 3km 정도는 끌고서 올랐던 것 같다. 그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아서 내 체력이 이렇게 떨어졌나 싶기도 하고 미니벨로라서 업힐이 힘든건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고... 미니벨로의 기어비가 너무 높아서 힘이 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미니벨로로 한계령을 넘을 수 있도록 내 체력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아래 사진은 한계령 정상에 다다랐을 때 모습이다. 얼굴 다 찌그러져 있다. 너무 힘들어서 정상까지 끌고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정상은 자전거 위에서 밟는다는 생각에 마지막 500m는 다시 타고 올랐다. 그랬더니 다리가 터지려고 하고, 쥐가 나려고 한다. 정상에 올라서 한동안 다리를 움직이지 못했다. 내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었다.

    한계령 인증샷이다.

    한계령을 예전에는 오색령이라고 했단다. 따라서 이 사진도 한계령 인증샷.

    아래 사진은 한계령 다운힐 사진이다. 광치령보다 더 구불구불해서 속도를 마음껏 낼 수 없었다. 다운힐은 광치령이 더 재미있었다. 한계령 내려왔다고 끝이 아니다. 양양까지 가는 길에 작은 고개가 두 개 더 있다. 한계령에 비하면 작은 언덕이지만 한계령 올라서 체력이 다 떨어진 가운데 만나는 고개는 두려움을 줄 수 있다.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

    4. 양양에서 서울

    양양에 도착하니 7시였다. 사람들은 저녁 먹고 9시 넘어서 서울 가는 차를 타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러면 내일 출근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양양에서 7시 35분차를 타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브레이크 정비와 기어 정비를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어선이 풀려서 기어 변속이 안 되었다가 임시로 당겨놓았는데, 정비가 필요하다. 또 바퀴를 빼려면 브레이크를 풀 줄 알아야 하는데, 알고 빼야지 그냥 막 하면 안 될 것 같다.

    미니벨로로 서울을 벗어난 첫번째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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