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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역 |
주소 |
경기 연천군 연천읍 차탄리 34-33 |
설명 |
1914년 역사 신축 하여 영업개시 하였으며 1958년 현역사 신축으로 영업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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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준비를 제대로 했어야지
어제는 철원을 갔으니 오늘은 임진각을 들러서 파주 쪽으로 해서 서울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찜질방에서 자전거를 보니 뒷바퀴가 펑크가 난 상태였다. 할 수 없이 펑크를 수리해야 했다. 자전거 여행 중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졌다. 펑크 패치도 있었으나 예비 튜브가 있었으니 튜브만 바꾸기로 했다. 예비 튜브를 갈고서 새로 바람을 넣었는데, 바람이 빠진다. 이런... 예비 튜브도 정상이 아니었다. 예비 튜브도 점검을 했어야 하는건데... 할 수 없이 튜브를 땜질하기 위해 다시 바퀴 빼고, 튜브 빼고 패치와 본드를 꺼냈다. 그런데, 본드가 없다. 본드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다 말라서 나오지 않는다. 아, 이거 아침부터 왜 이러냐.... 찜질방 사장님한테 본드 좀 빌렸는데, 그 본드도 다 말라서 붙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했다. 일단 연천으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자전거포를 찾아서 수리를 한다. 자전거포가 없으면 본드를 구한다. 본드를 못 구하면 기차를 타든가, 시외버스를 알아본다. 그래서 일단 연천으로 자전거를 끌고 30분을 걸어갔다.
2. 불친절한 연천의 "코렉스 자전거" 사장
연천 주민에게 자전거포를 물으니 경찰서 옆에 있단다. 추석 연휴라 문을 열었을까 의아했는데, 조금 가보니 가게 문이 열려 있다. 사장님을 찾으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온다.
"무슨 일이요?"
"자전거 수리 좀 하려 하는데요."
"무슨 수리?"
"펑크가 나서 때웠으면 해서요."
"우리 그런 것 안해요."
"예? 수리를 안 한다고요?"
"우린 안해요."
"아니, 그럼 본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본드만 있으면 제가 할 수 있거든요."
"본드 없어요. 안 빌려줘요."
"자전거포에 본드가 없다는게 말이 됩니까?"
"아, 우린 본드 없어요."
"그럼, 이 근처에서 본드 구할 수 있는데라도 알려주시겠어요?"
"본드를 어디서 구하게?"
"편의점이나 문방구나 본드 판매할 만한 곳이요."
"여기는 그런 본드 파는데 없어. 자전거 타는 사람이 그런 것도 몰라?"
그러면서 들어간다. 나 참... 어이가 없고 정말 불쾌했다. 자전거포에서 펑크 수리를 안 한다는 것도 그렇고, 본드 인심도 그렇고, 본드 살만한 곳에 대한 안내도 안 해주고... 도무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은 찾을 수가 없다. 자전거포의 위치는 연천경찰서 옆에 있는 "코렉스 자전거"이다. 혹시 연천에 갈 일이 있으면 무의식중에라도 들르지 않기를 바란다.
3. 펑크 땜질 실패
근처의 오토바이 대리점에 가서 혹시 본드를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없단다. 어떤 오토바이 대리점에서는 자전거도 수리한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어서 들려본 것이다. 혹시 본드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었더니 철물점에 가보란다. 길 건너 철물점에 가니 번개표 본드와 패치를 판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수리를 할 만한 곳을 찾다가 연천역 앞으로 가서 수리를 하기로 했다.
연천역 앞에서 튜브 두 개를 빼서 땜질을 했다. 잘 된 것 같았다. 그러나 바람을 넣으니 바람이 샌다.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가? 다시 바퀴 빼고, 튜브 빼고, 땜질하고, 튜브 넣고, 바람 넣고.... 공기압을 너무 높여서 그럴지도 모르니 살짝만 넣었다. 처음엔 잘 버티다가 또 바람이 샌다. 다른 튜브를 땜질해서 해본다. 또 바람이 샌다. 그런 식으로 2개의 튜브를땜질만 6-7번 하고, 튜브 분리, 바퀴 분리도 4-5번은 했다.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땜질만 했다.
처음에 12시 정도까지는 땜질만 하면 임진각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1시 정도에는 임진각은 힘들고, 3번 국도 따라서 동두천 지나 의정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2시가 되어도 수리가 안 되자 자전거 타고 가는 것은 힘들고, 서울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연천역에서 동두천역까지 통근기차를 타고 가서 전철을 타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자전거를 실어주느냐 하는 것이다. 역무원에게 잘 사정을 해야 한다. 안 되면 시외버스를 타야 하는데, 연천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없고, 전곡에 가야 한단다. 전곡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정말 방법이 없으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마지막 방법은 집에 전화해서 나랑 자전거데리고 가라고 한다? 추석 준비로 바쁠텐데, 차 끌고 오라고?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이야기도 붙여주던 아저씨가 나보고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서울 송파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의경이 역 앞에서 잠실 가는 광역버스 3300번이 있다고 한다. 잠실까지 가는 버스라고? 이거 최선의 방법이 가까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전거를 실어주느냐이다.
아무튼 자전거 펑크 수리를 포기하고 역 앞 정류장에서 3300번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집에 전화를 했다. 지금 상황이 이렇다고 하니 잘 생각해서 오란다. 최악의 경우 차 끌고 나 데리러 연천까지 오라고 하니 자전거 버리고 몸만 오란다. 하긴 연천까지 왕복 연료비가 자전거 팔아넘기는 값하고 비슷하게 나올 것 같다.
4. 3300번은 나에게 행운을 줄 것인가?
2시 15분 정도에 3300번 광역버스가 왔다. 기사 아저씨께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전거 실어도 되냐고. 아저씨가 자전거가 들어가지 않을텐데 하시길래 앞바퀴 빼면 가능하다고 하면서 바로 바퀴를 빼서 보여줬더니 트렁크를 열어주신다. 가뿐하게 넣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동두천-의정부-노원역-잠실-가락시장-성남을 가는 버스였고, 가락시장까지 가면 집까지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버스에 타니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연천에서 펑크가 났다는 것과 연천에서 잠실까지 가는 광역버스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연천에서 펑크가 나지 않고, 다른 곳에서 펑크가 났었으면 어떻게 돌아갔을까? 그리고, 연천에 이 버스가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느낌이었고, 나에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절한 기사 아저씨였기에 다행이었다. 자전거포 사장같은 불친절한 기사였으면 더 절망했을 것이다.
5. 귀가
집에 오면서 연천에 반드시 다시 와서 못 가본 임진각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진강을 옆에 끼고 달리는 37번 국도를 반드시 달려보고 싶다. 그리고 튜브 준비, 펑크 패치 준비, 본드 준비 등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를 좀 더 꼼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여러 가지로 피곤한 하루였지만 지나고나니 웃음이 나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즐길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