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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사 |
주소 |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 3-2 |
설명 |
북한의 노동당사로 1946년 초에 북한정권하에서 착공한 건축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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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출발하기 전에
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12일, 13일 이틀에 걸쳐 오랜만에 철원 쪽으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사실 오랜만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 처음이었다. 올해에 3월 1일에 자여사에서 서울의 구청을 순례하는
뚜르드서울에 참여한 적 있었지만 여행이라고 하기는 힘들고, 작년 11월에
유명산 다녀온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작년 말부터 틈만 나면 책을 보다 보니까 자전거를 많이 타지 못했고, 올해는 연휴 때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것도 이유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마음으로는 언젠가 떠나야지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연휴 때 자전거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실제로 자전거를 끌고 출발할 때까지 출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유혹은 늦잠이다.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 늦잠의 유혹을 물리치면 떠나는 것이고, 유혹에 빠지면 못 떠나는 것이다. 다행히 아침에 일찍 일어났고, 주변 사람들한테 자전거 여행 떠난다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안 떠나면 꼴이 우스운 상황이라서 떠날 수 있었다.
철원을 가기로 선택한 이유는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경기도권인데, 철원은 강원도지만 경기도와 가까웠고, 무엇보다도 노동당사에 가고 싶었다. 철원의 고석정이나 도피안사도 있지만 노동당사만 다녀올 생각이었다.
1.서울에서 의정부 거쳐 포천까지
5시 50분에 집을 출발해서 지하철로 의정부역까지 갔다. 도봉산역에서 갈아탈 때 역무원이 한마디했지만 알겠다고 얘기하고 그냥 갔다. 의정부역에 도착해서 광장에 나서는데, 비가 오고 있었다. 비온다는 얘기는 드디 못했는데, 계속 올 것 같지 않아서 15분 정도 기다렸고, 비가 거의 그쳐서 출발했다. 가는 길에 김밥 두 줄 먹고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을 향하여 출발을 했다.
포천을 가는 길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공사 구간이 많아서 갓길이 없었고, 통행량도 많았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했다. 버스들이 가끔 위협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클락션을 크게 울려서 위협을 하면서 지나가면 그 차가 신호대기에 막혀서 정차하고 있을 때 꼭 그 앞으로 지나가면서 기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당당히 나의 주로를 확보했다. 그러면 그 차가 신호가 풀려서 다시 나를 지나갈 때는 클락션도 울리지 않고, 멀찌감치 나를 피해서 지나갔다.
처음으로 만난 고개는 축석령이었다. 오랜만에 업힐이라 힘들었지만 도전의식이 생겼다. 서울에서 만나지 못하는 고개를 넘는다는 생각이 오히려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생각은 여유있었지만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체력은 작년과 달랐다. 작년에는 1시간을 타도 그렇게 지치지 않았는데, 오늘은 30분만 타도 쉬어야 할 정도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2. 포천에서 철원(동송)까지
43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영중에서 37번 국도로 갈아탔다가 오가리에서 87번 국도로 갈아탔다. 43번을 타고 가도 철원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 쪽은 신철원이었고, 내가 가는 노동당사는 구철원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쪽으로 갔다. 그리고, 37번과 87번 국도는43번과 비교해서 한적할 것 같았다. 중리를 지나갈 때 한탄강을 만났다.
훌륭한 경치를 보고나니 그 다음에 문제가 생겼다. 중리에서 동송으로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라서 너무 힘들었다. 거기다가 근처에는 젖소농장이 많아서 냄새가 많았고, 군부대도 많았다. 마땅히 쉴만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도 김밥 두 줄만 먹어서 배가 고팠다. 결국 아무데나 쉬려고 자전거를 세워놓고 보니 군부대 훈련장인 듯한 곳이 보여서 그냥 쉬었다. 쉬니까 졸음이 왔다. 그냥 잤다. 자고 싶어서 잔 것이 아니라 눈이 감겼다. 세상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다. 30분 정도 쉬니까 정신이 돌아왔다.
중리의 완만한 언덕길을 넘으니 동송까지는 내리막이었다. 내리막을 내려오면서 동송에서 맨 처음 나오는 음식점에서 무조건 먹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왔다. 결국 동송에 들어오니 사람 사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드디어 근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살 것 같았다.
3. 동송에서 노동당사 거쳐 연천까지
동송에서 철원고등학교에 잠깐 들렸다. 내가 아는 선생님이 철원고등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선생님에게 사진이라도 보여주려고 들렀다. 학교 안의 큰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당사로 가는 길은 정말 한적했다. 언덕들도 넘기 좋을 만큼 작았고, 내리막도 시원했다. 그리고, 드디어 노동당사에 도착했다.
과거의 영광이 시간과 역사 속에서 낡아갔지만 끝내 버릴 수 없는 그 무엇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노동당사에서 쉬다가 87번을 따라 계속 갔고, 주변으로 펼쳐진 초록과 노란 들이 너무 그림같았다. 거기다가 푸른 하늘이 배경으로 펼쳐져 있으니 더 좋았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북한 땅이 아닌가 싶었다.
87번과 3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3번 국도로 갈아타고 연천을 향해서 갔다. 연천으로 가는 길은 평지 아니면 내리막길이었다. 거기다가 차도 거의 없었다. 또 거기다가 공기까지 좋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바로 그 길이었다. 오늘 여행 오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힘들었던 것이 다 보상되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연천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있었으므로 여유있게 쉬면서 갔다. 신탄리역에서도 쉬고, 대광리역에서도 쉬고, 그렇게 연천까지 도착했다. 연천에서는 동막골 유원지 근처에 있는 찜질방에서 하루를 묵었다. 오랜만의 여행으로 피곤했지만 기분이 좋았고, 내일이 기대되었다.
총주행거리: 101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