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대중문화 교양서 3권이다. 대중문화의 빠른 변화에 맞추어 3권도 나왔다. 3권의 특징은 대중문화가 우리의 일상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우리에게 던져놓고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뽑아봤다.
1. 교정적 리얼리즘
드라마가 어떤 잘못된 현실을 고발하고 싶어서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가이다. 대표적인 예가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시어머니 뺨 때리는 며느리 장면이다. 실제로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이런 사건의 문제를 비판해야 하기 위해 드라마에서 이 장면을 넣었다. 그러면 "드라마가 막 나간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2. 공백에 대한 증오
PMP, DMB, 휴대용 게임기 등 개인멀티미디어가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공백에 대한 증오 때문이다. 심심함을 퇴치의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는 우리 생활의 여백을 재미로 채워가고 있다. 우리는 정보의 과잉과 오락의 과잉에 찌들어 가고 있다.
3. 휴대전화는 삶의 문법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미치는 건 스스로 미치고 싶어서가 아니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자 삶의 문법의 가공할 위력 앞에서 홀로 저항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는 소통을 위한 매체가 아니다. 그건 내가 이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환타지를 공급하는 나의 주인이다. 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오쿠다 히데오의 『
인더풀』안에 있는 단편「프렌즈」이다.
4. 삶과 이념의 별거
사회적 수준에서의 이념은 진보를 향하지만, 개인적 수준에서의 삶은 현실 순응을 요구한다. 이런 이중성은 인정투쟁의 요소가 매우가 강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념에 따라 자신의 삶을 살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이념을 보여주고, 인정받으려려고 하는 성향이다. 이념의 보여주기 용도가 크다 보니, 자신의 삶과 이념이 따로 놀아도 그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거나 약하다. 그리고, 이념은 단순히 카타르시스의 영역으로 편입된다.
그밖에 여러 가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내 주목을 끌만한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3권까지 읽으면 정말 빠르게 변해가는 광범위한 대중문화의 흐름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 간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대중문화의 여러 측면을 보고 나서 나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대중문화 속에서 끌려가듯 살아지는 비인간적인 삶에 대해 저항을 해야겠다는 원칙은 섰으나 저항의 방법은 고사하고, 저항의 대상과 방향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나의 이념은 저항을 향하면서 삶은 순응하며 살아갈 것 같아 씁쓸하다. 어쩔 수 없이라고 변명하자니 그것도 구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