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과 1999년에 나온 『
대중문화의 겉과 속』의 2편이다. 대중문화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1994년의 얘기는 역사 속의 웃기는 얘기가 되어 버렸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쓴 1999년의 개정판도 역시 한물 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2003년에 2편을 써서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문화를 분석하고 있다.
1편과 2편 사이의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다는 것이다. 1999년에는 인터넷보다는 컴퓨터 통신이 전성기였고, 인터넷은 아직 성장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2편이 나오는 2003년에는 인터넷이 완전히 정착되었고, Web 2.0이라고 하여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내용을 생산하고, 온라인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2권을 안 낼래야 안 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본문 중에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알고 있었지만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뽑아보았다.
어빙 고프만의 '가면 이론'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약간은 연기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보이지 않기 위해, 혹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위선이나 기만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의 연기를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연기를 하지 말고, 가면을 벗으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한다. 만약 이 가면들을 강제로 벗겨버리면 남은 것은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방어능력을 잃어버린 상처 입은 인간이라고 하면서... 결국 고프만은 일관되게 나타나는 인성이나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자아라는 게 있다면 다양한 상황에서 자기 역할 연기를 하는 다양한 모습의 조합된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터페이스는 매체와 인간이 접하는 면이다. 인터페이스는 인간이 잘 조작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고, 그 결과 인간이 매체를 입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까지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면서 인간과 기계가 섞여 있는 사이보그로 변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두뇌로까지 들어와 인간의 생각에 장치를 달아 컴퓨터로 통제하는 연구도 할 수 있게 된다. 『공각기동대』의 이야기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인터넷은 권력구조를 바꾼다. 첫째, 가족 내부의 권력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를 모르는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권력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둘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이 약화되었다. 고급 정보, 전문적인 정보는 지식인들만이 접근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력과 학벌보다는 실력으로 경쟁하게 되었다. 대학 교수들, 신문의 논객들도 일반 네티즌과 실력으로 경쟁해야 한다. 셋째는 전문직업인들의 권위가 약화되었다. 의사, 교수, 언론인을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신비성이 없어지고 있다. 그들이 살아남으려면 전문성의 내실화이다. 넷째는 조직 내부와 조직 외부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내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졌다. 외부인들도 내부 중심까지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2008년도의 기준으로 2권을 읽으면 대부분 수긍할 수 있는데, 핸드폰 부분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2003년도에는 카메라폰이 막 나오기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지금의 영상통화나 DMB, 인터넷이 겸비된 핸드폰에 대한 얘기는 미래의 이야기로 나오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강준만 교수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대중문화를 얘기하면서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이다. 대중가요, 영화, 방송 등 대중예술 뿐만 아니라 정보기술, 소비문화, 문화공학, 광고, 신문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정보를 짜집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