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기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 원인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환경적인 측면과 구조적인 측면이다. 환경적인 측면은 가뭄이나 풍수해 등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 생산량의 감소 등으로 일시적으로 기아가 발생하는 것이다. 구조적인 측면은 인위적인 기아로 이는 다시해당국의 내전 등 불안한 정세로 인한 것, 다국적 기업이나 세계 금융자본, 그리고 거대 곡물 기업에 의한 것, 그리고 이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적 측면도 문제이지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구조적인 측면이다. 유엔이나 식량 관련 국제기구가 기아로 허덕이는 나라에 식량을 보내고 싶어도 해당국의 정치세력이나 군벌 등이 그 식량을 가로채서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이용하거나, 아예 식량이 들어오지도 못하게 항구를 봉쇄하는 등 비인도적인 처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다국적 기업이나 세계 금융 자본, 그리고 거대 곡물 기업들은 전세계곡물을투기의 대상으로 보고, 자신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전세계의 곡물 생산량은 전세계 인구가 먹고도 남을 정도이지만, 어디에서는 곡물이 남아서 가격 폭락을 위해서 버리고, 어디에서는 식량이 없어서 굶어죽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과연 이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아의 가장 적으로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들고 있다. 오직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전세계가 무한경쟁체제의 블랙홀로 빠져들어가고, 그 가운데에서 인간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자유주의의 정체를 밝히고, 이를 개혁하려는 세력들이 연대하여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는데, 쉽지 않은 투쟁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 반대편의 문제가 우리와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어느날 나의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