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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 구마 겐고 건축 산책: 나무와 루버로 만든 의외성행간의 접속/건축 2025. 1. 8. 16:23
책이름: 구마 겐고 건축 산책
곁이름: 그의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지은이: 미야자와 히로시
옮긴이: 김현정
감 수: 김홍철
펴낸곳: 북커스
펴낸때: 2022.05.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의 건축을 4가지 경향성으로 분류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러스트와 가변운 코멘트로 소개한다. 무겁지 않고 가벼워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흡사 인스타나 블로그의 한 페이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러스트도 채색까지 되어 있어서 느낌이 있고 훌륭하다.
실제로 해당 건축물을 본 사람들은 일러스트를 통해서 그 건축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지만 일러스트가 사진과는 달라서 입체감이나 질감이 잘 표현이 안 되다 보니 그 건축물을 온전히 감상할 수는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건축을 의외성의 건축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한 건축물이 많았고, 특히 나무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과 루버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나무를 사용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니 나무를 사용하기 위해서 처리하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건축물 6개를 뽑아 보았다.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는 관광정보센터이다. 마치 맞배 지붕이 있는 집들을 층층이 쌓아올렸는데 반듯하게 올린 것 같지 않고, 약간씩 어긋나게 해서 그림자를 지게 하여 건물의 형태를 더 특색있게 만든다. 외벽도 나무로 루버를 둘렀다.
서니힐스 미나미아오야마는 파인애플 케이크 전문점이다. 건물 전체를 목재로 둘렀는데, 마름모꼴이 나오도록 나무들을 교차시켰다. 멀리서 보면 새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건물 밖뿐만 아니라 내부도 나무를 사용해서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느낌도 든다.
도코로자와 사쿠라타운은 출판, 물류공장, 사무실, 호텔, 숍, 신사, 뮤지엄 등이 들어가 있는 복합시설이다. 여기는 외벽을 화강암으로 둘렀다. 그리고 외벽의 면이 삼각형으로 되어 있어서 전설 속 괴물이 서있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인 느낌.
아오레 나가오카는 시청과 경기장(체육관)이 들어가 있는 곳이다. 특이한 점은 주변은 다른 건물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는데, 건물 안에 중정을 두어서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정 위로 유리 지붕과 나무 패널을 적절히 배열하여 이 중정이 실외도 아니고, 실내도 아닌, 모호하지만 독특한 느낌을 준다. 건물들의 배치가 재미있는 곳이다.
도야마 기라리는 미술관, 도서관, 은행이 있는 복합 시설이다. 건물 북측은 곡선형으로 알루미늄, 화강암, 유리를 세로로 분할하여 외벽을 둘렀다. 다양한 재료를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남쪽은 사다리꼴로 녹화 패널과 태양광 패널을 그라데이션처럼 배열하였다. 평범한 게 하나도 없다. 거기에다 내부는 보이드 공간이 있는데, 그냥 수직으로 된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비워져 있다. 그리고 그 보이드 공간을 나무 루버가 둘러싸고 있는데 규칙적이지 않아서 동적인 느낌까지 준다.
유스하라 구름 위의 도서관은 크기가 다른 집들을 작은 집에서부터 큰 집까지 순서대로 붙인 것 같다. 마트로시카처럼 큰 것 안에 작은 것이 나오고, 그 안에서 또 작은 것이 나오는 식과도 비슷하다. 그리고 내부에 계단처럼 단차를 두어 다양한 시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아서 지루하지 않게 했다. 내부의 기둥과 천장에도 나무 구조물을 두어서 자연광이 비치면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그림을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나무 구조물이 그냥 장식이 아니라 지진의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하니 더 놀랍다.
책의 앞 부분과 뒷 부분에 구마 겐고 건축가의 인터뷰가 있는데, 그 중에서 건축가의 현실적인 고민이 드러난 부분이 있어서 인용해 본다. 지상과 옥상에 탄소 섬유로 된 여러 개의 줄을 방사형으로 둘러싼 고마쓰 마테레 패브릭 연구소의 그 줄 부분에 대한 생각이다.
디자인적으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불안했습니다. 지상에서 잡아당기면 단단히 고정될 거라는 것이 구조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미적으로는 과연 어떠할지.... 건물을 둘러싸는 스크린 같은 것과 본 건물의 밸런스를 잡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너무 섬세하면 스크린이 사라지고, 너무 투박하면 겹쳐지는 느낌이 사라지니까요.
건물 외벽이 어느 정도의 회색이어야 바깥의 스크린이 돋보일지, 줄의 길이와 탄력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실물 크기 모형으로 몇 번이나 체크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완성될 때까지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릅니다.구조적으로, 디자인적으로 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준비해도 실제로 해보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건축가의 심정과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영국의 스코틀랜드의 V&A 뮤지엄 던지를 지으면서도 자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꿰뚫는 건축가의 통찰력과 철학이 엿보인다.
아까 낡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왜 낡은 것을 좋아하냐면 낡음이 바로 '자연'이 가진 잠재적인 성질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임의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전 자연이 잠재적으로 가진 성질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건축을 묻어버리려 했던 시절에는 '흙 속에 묻어버리고 푸른 식물들로 덮어버리면 자연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 속에 묻는다는 것은 사실 상당한 무리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보다 '낡음'과 '임의성'을 잉요하면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물 위로 뻗어 나오듯 만들 것'이 공모전의 요건이었습니다. 보통 네모반듯한 것이 물 위로 튀어나오면 위화감이 들기 때문에 절벽 같이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리고 어떻게 자연의 요소를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불규칙하고 주름이 진 형태를 만들어 그림자가 생기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물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존재하고 그림자는 움직이며 변화하기 때문이죠.읽으면서 일본에 가서 구마 겐고의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도 같이 보는 일본 건축 여행 일정을 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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