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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7] 건축, 전공하고 이렇게 산다: 전공은 전공일 뿐, 직업은 또 다르게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9. 4. 14:31
책이름: 건축, 전공하고 이렇게 산다
곁이름: 3040 건축과 선배들의 진로 멘토링
엮은이: 김기훈, 류일향
펴낸곳: 스페이스타임
펴낸때: 2018.9.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전편에서 같은 기획을 했었는데, 그 이후에 SNS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그 중에서 책으로 낼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추가로 담은 책이다. 이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들을 뽑아 보았다.
도시 디자이너는 말 그대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도시의 낙후된 곳을 개발하여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에서 도시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건축보다 범위가 넓어서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에 이렇게 얘기한다.
다양한 분야 간의 경계 없이 소통되는 총체적인 접근 방법이야말로 건강한 도시 디자인이 발현되는 전제이다. 따라서 도시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소는 소통의 능력이며, 도시 디자인은 과정과 결과를 분리해도 문제 없는 근대적 문제 해결 방식과 관점에서 탈피해 과정 자체가 성패에 직결된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도시 디자이너는 직업이라기보다 태도로서, 도시 디자인은 직능이라기보다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변리사이다. 변리사는 지식재산권의 창출부터 활용 및 보호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대리해주는 '기술적 소양을 갖춘 지식재산권 법률 전문가'이다. 건축을 전공한 변리사의 경우에는 건축 기술, 건설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에 대한 업무를 진행한다. 나는 변리사를 변호사의 업무 중 간편한 업무를 대리해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법과 관련된 업무는 맞지만 법 중에서도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업무라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애널리스트도 있는데,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할 만한 기업들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건축을 전공한 사람의 경우에는 건설이나 건축 관련 기업에 대한 분석이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을 좀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된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활동을 바탕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서적도 내고, SNS나 유튜브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는데 채상욱 애널리스트가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 게스트로 등장한 것을 보았고, 이름을 보고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니 꽤 많은 사람이 구독을 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책이 나왔을 때에는 이 정도로 유명하지 않았지만 이후에 자신의 역량을 더 강화하여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축 사진가도 있다. 건축학과를 전공했지만 건축 설계에는 관심이 없어서 건축 사진 동아리에서 사진만 찍다가 건축 사진가를 쫓아다니면서 배워서 건축 사진가가 된 사람이다. 건축 사진을 찍으려면 건축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을 잘 찍는 것이다.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고생했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와 열정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고 한다. 건축 사진을 찍기 위한 과정을 얘기하는데, 그 과정이 아주 섬세하다.
1. 사진 의뢰: 클라이언트로부터 촬영 요청을 받는다. 미팅을 통해 저작권이나 이미지 사용 권한에 대한 것도 확정한다.
2. 자료 분석: 클라이언트로부터 CG, 각종 도면, 현장 상황 자료 등을 전달받아 분석한다. 분석을 통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부분 체크하고, 타이밍을 예상하여 뷰포인트를 계획한다. 건축가의 의도, 디자인, 재료, 계절에 따른 태양고도, 주변 건물의 간섭 상황 등을 고려한다.
3. 촬영일정 조율 및 현장 섭외: 일기예보를 수시로 확인하여 촬영 날짜를 정하고, 사전에 건축물의 출입, 장애물 정리, 야간 조명 등의 협조를 받는다.
4. 촬영: 계획된 뷰포인트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타이밍을 정하고, 최적의 포인트에 삼각대를 세우고 프레임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촬영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진행된다.
5. 후반 작업(리터칭): 이미지의 톤과 색을 최적으로 조정한다.건축 사진을 보면 모두 감탄을 자아내는 멋진 사진들이었는데, 그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과정을 세밀하게 신경써서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특히 태양의 위치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냥 가서 여러 장 찍고, 그 중에서 멋있게 나온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건축 관련 커뮤니티 스타트업도 있다.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게임을 하다가 게임 커뮤니티에서 자하 하디드의 비트라 소방서 사진을 보고 건축에 대해서 알고 싶었지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줄 만한 건축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이를 만든 사람이다.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목표는 뚜렷했지만 컨텐츠가 없었고,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각 대학 건축학과 졸업 작품전에 찾아가서 자신의 커뮤니티에 작업 내용을 올려도 되는지 물어보고 하나하나 자신이 올리면서 컨텐츠를 채웠다고 한다. 몇 년 동안. 그러다 올리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의 작품을 올려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하고, 군대를 다녀 오면서 공백도 생기면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고, 좋은 작품에 대해서 서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이를 연결해주는 스터디를 조직하여 수익도 올리면서 성장한다. 이게 돈이 되야 하는데, 돈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서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건축 정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우리 나라의 건축 관련 정보를 해외에 홍보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관련 행사를 기획하고, 관련 도서를 출판하는 일까지 한다.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고, 이런 일이 돈이 될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나름 틈새 시장이라서 우리 나라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이나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외국 기업에 우리 나라 건축물이가 건축가를 소개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했고, 우리 나라 건축가에게도 자료를 주면 외국에 소개시켜주겠다고 발로 뛰어다니면서 섭외를 했었다고 한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사업을 일군 것이다. 그러면서 행사를 기획하게 되고, 건축과 관련된 잡지도 발행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일관성이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나니까 건축을 전공했지만 모두가 건축가가 될 필요는 없고, 자신이 전공한 건축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와 접목해서 건축이라는 전문성을 무기로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일구는 모습이 요즘 시대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건축이 아니라도 대학의 모든 전공들이 사실은 또 다른 전공과 결합하여 세세하게 전문성을 드러내는 영역을 창출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문과 계통의 전공은 이제 졸업 후에 그 전공의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으니 최소 두 개의 전공을 갖추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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