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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2] 요즈음 건축: 2020년대 현대 건축의 새로운 흐름행간의 접속/건축 2024. 10. 26. 17:41
책이름: 요즈음 건축
곁이름: 건축가에게 꼭 필요한 고민과 실천의 기록들
지은이: 국형걸
펴낸곳: 효형출판
펴낸때: 2022.11.
건축에 대한 고전적인 생각이 아닌 최신의 생각을 담은 책이라서 골라보았다. 고전적인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새로운 생각, 새로운 흐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발췌해 보았다.
나는 종종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돌, 나무, 종이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라 한다. 나무는 깎여 맞춰지길, 스틸은 잘리고 접히길 원한다. 결국 뛰어난 건축가는 재료의 감성을 가장 잘 느끼고 소통하며 이해하는 사람이 할 수 있다.
재료에게 물어보라는 발상이 재미있다. 그리고 그 발상 안에 재료에 대한 생각이 잘 담겨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건축가가 색을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모더니즘 사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음영 효과를 즐겨 사용한 모더니즘 건축은 백색이나 회색의 벽체를 선호했다. 밝은색으로 갈수록 빛을 반사해 음영이 두드러지고 공간감이 명확해진다. 반면 어두운 색으로 갈수록 빛을 흡수해 음영이 사라지고 공간감을 살리기 어려워진다. 특히 건축 사진을 찍으면 사진을 잘 받는 색은 백색, 표현하기 어려운 색은 검은색이다. 그래서인지 건축 모형은 대부분 백색으로 만든다. 조금 과장해 말하면 건축가에게 전통적으로 백색은 선, 검은색은 악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현대 건축에서 연한 파스텔톤이나 무채색의 건물은 많지만 무지개색으로 구성된 화려한 건물은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거기에 이런 이유가 있다는 것도 새로웠다.
디자인은 다수결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결정한다는 디자인 심의도 그 속성상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가 적은, 보편적 디자인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심의는 기본 수준 이하의 디자인을 걸러 내기 위한 사회적 정제 장치지, 권위로 규제하는 자리가 아니다. 무거운 심의 과정은 창의적 디자인을 근본적으로 억제하고 유행에 편승하거나 가장 무난한 디자인을 양산해 결국 질적 수준을 하향 평준화한다.
시민들에게 인기 투표하듯이 건축 공모를 하는 경우에 대한 비판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그건 괜찮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인기 있을 만한 건축물, 유행을 좇는 건축물만 나오고, 건축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요즘 건축은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그 경향성을 네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소비재로서의 건축'이다. 오늘날 소비 중심 사회에서, 건축은 보존 대상이 아니라 패션과 같이 유행을 타는 소비 대상이다. 건축은 빨리 만들고, 다시 부수고, 다시 새롭게 지어내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둘째, '이미지로서의 건축'이다. 바야흐로 이미지의 시대다. 건축을 공간으로 직접 체험하기 전에 누군가가 공유한 이미지로 접한다. 그 이지지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방식은 모형이나 전통적인 드로잉이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등 온라인 매체로 옮겨 가고 있다.
셋째, '공유재로서의 건축'이다. 요즘 같은 공유 사회에서 세상에 없던 디자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는 창의력과 상상력보다 기존의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활용해 주어진 조건에 맞는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 응용력과 문제 해결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융합 산업으로서의 건축'을 들 수 있다. 건축은 이미 하나의 융합 산업이다. 구조, 기계, 전기 등 여러 분야가 협력해 만들어지고, 더 나아가 인테리어, 가구, 조형, 조경 등 타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건축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위 네 가지의 경향성 중 둘째가 가장 공감이 된다. 나도 실제로 건축물을 실제로 체험하기보다는 유튜브의 영상을 통해 건축에 대한 지식을 얻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보고나서 여기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보게 된다. 그리고 영상과 실제를 비교하고 확인하는 식으로 이미지로서의 건축을 소비하고 있다.
지은이가 의뢰를 받은 건축 실험물에 대한 설명도 있다. 각재를 이용해서 만든 것인데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하다. 무엇보다도 직선이 모여서 곡선을 이루는 원리가 매력적이다.
미술관에 전시할 작품은 형태보다 공간이 중요했다. 중성적인 직육면체에서 시작된 하나의 덩어리에서 가장 큰 부피를 비워낸, 그러면서도 구조적으로는 자립해 서 있는 실험적인 구조물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계산을 쉽게 하듯 건축에서도 프로그램을 통해 치수와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알고리즘을 잘 이용하면 개수의 많고 적음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전체 9,076개의 각재를 73가지 길이 유형으로 분류 및 가공하고, X-Y 방향으로 서로 교차해 63개 층으로 엮었다.
건축가의 지적 재산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구조물을 재활용한 예술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축으로 확장해 보자. 건축가들은 흔히 자가 복제를 금기시한다. 하는 프로젝트마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안을 내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을 갖는다. 그러나 건축 디자인에 잠재적인 가치만 있다면 일회적일 이유가 전혀 없다. 훌륭한 디자인 자산은 장소와 프로그램을 바꿔 응용되며 그때그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종종 어떤 예술가들은 서울, 뉴욕, 도쿄 등 전 세계 곳곳에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해 전시한다. 노래들도 끊임없이 편곡되고 리메이크된다. 건축도 디자인이고, 디자인은 지적 재산이며, 지적 재산은 언제 어디서나 응용될 수 있다. 물론 건축이 단순히 장소와 프로그램에 맞추어 무엇이든 제작하는 서비스업에 그친다면 그 참재 가치는 없다. 이는 모두 건축가의 몫이다.
건축가들이 고생해서 창작한 가치가 일회적으로 소비되고 만다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전제로 달았던 '잠재적인 가치가 있다면'이라는 부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예시나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자재를 직접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하는데, 기존에 있는 자재를 쓰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건축가가 디자인하고 연구해서 생산하고 활용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제목에 딱 부합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기대한 만큼 읽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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