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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30] 지리의 힘 2: 지리는 역사와 함께
    행간의 접속/인문 2024. 6. 30. 17:32

    책이름: 지리의 힘 2

    지은이: 팀 마샬

    옮긴이: 김미선

    펴낸곳: 사이

    펴낸때: 2022.04.

     

    지리의 힘 두 번째 이야기이다. 1권은 넓게 넓게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1권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지역을 좀 더 자세히 다루었다. 대륙이 아니라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가져왔다.

     

    1.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도 이민의 나라이다.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영국 사람들이 건너와서 정착하게 되었고, 이후에 주변 여러 나라에서 이민을 받아 형성되었다. 나는 영국 사람들만 계속 온 줄 알았더니 세계 정세에 따라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민을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국인들이 여전히 노동력의 주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세계정세가 적지 않은 유럽인들을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하게 만든 바람에 이 나라의 인구 구성 또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열리게 된 수문 덕택에 백호주의 정책도 점점 느슨해져 갔다. 1900년대 후반부터는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 등에서 온 이주민들이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이후 1956년의 혁명에서 피신해온 헝가리인들이, 이어 1968년의 소련 침공 이후에는 체코인들이 들어왔다. 남아메리카와 중동 지역에서는 주로 정치적 박해를 피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1970년대에는 수천 명의 베트남 보트피플이 들어올 수 있었고, 마찬가지로 1990년대에는 유고 내전 난민들도 들어왔다.

     

    그밖에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뉴질랜드,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에서 온 이민자들도 많다고 한다.

     

    2. 이란

    현재의 이란은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으로 종교 지도자가 통치하는 나라이다. 그 전에는 친서방적인 팔레비 왕조가 있었다. 팔레비 왕조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그 얘기를 잘 정리해서 해주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직전에 이란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었고, 기술이 있던 영국이 앵글로-페르시안 오일 컴퍼니를 설립하여 개발을 했다. 종전 후 영국은 유전에 대한 지배권을 위해 이란을 보호국으로 삼으려 했지만 젊은 군인이 테헤란으로 진격하여 정권을 탈취한 후 사파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팔레비 왕조가 들어선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팔레비 왕조는 중립을 선언했지만 영국과 소련은 친나치적 입장을 가졌다면서 이란을 침공했고, 국왕 자리는 그 아들에게 넘어갔다. 외국 군대가 철수하자 젊은 국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개혁 정책을 실시했고, 반식민주의의 영향으로 앵글로-이란 오일 컴퍼니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났다. 결국 국유화 지지자가 총리로 선출되었고, 공약대로 국유화를 실시하였다. 이에 서방은 반발하였지만 이란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결국 석유 회사를 빼앗긴 영국과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 한 미국은 쿠데타를 사주하였고, 쿠데타의 결과 팔레비 왕가가 다시 들어섰다. 그리고나서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으로 지금의 이란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란도 자원이 많고, 지리적으로 소련과 인접해 있다 보니까 외세의 영향을 참 많이 받은 것 같다.

     

    3. 그리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오스만과 싸운 후 전승국 지위를 얻게 된 그리스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 중 그리스인이 많이 거주하는 시미르나(지금의 이즈미르)를 획득했고, 이를 바탕으로 비잔틴 제국을 다시 건설하려고 했으나 터키의 무스타파 케말이 지휘하는 터키군에게 밀리면서 시미르나도 잃고 만다. 터키에 남겨진 그리스인들에 대한 학살이 자행되자 로잔 조약을 통해 강제로 주민들을 교환하게 된다. 그리스에 있는 무슬림들은 터키로, 터키에 있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로..... 

     

    제 2차 세계대전에서도 연합국 편에 서서 이탈리아를 침공했으나 실패하고, 독일과 이탈리아, 불가리아 군대의 공격을 받아 독일에 항복하게 되어 가혹한 점령기를 보낸다. 그러나 1944년 독일군이 철수하고 영국군이 들어오자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는 상황에서 왕당파와 반왕당파로 분열되어 내전에 휩싸인다. 1946년 선거에서 왕당파가 다수당이 되자 공산주의자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미국은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왕당파를 지원하여 내전을 끝낸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뒤엎으려는 군부의 득세로 쿠데타가 만연하다 1974년이 되어서야 안정되게 된다.

     

    이렇게 보면 그리스도 우리나라와 참 많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2차 대전 이후에 국론이 분열되고, 내전이 일어나고 외세가 개입하고, 군부가 집권하고......

     

    그리스에게 또 하나의 전략적 지역은 사이프러스이다. 사이프러스는 지중해 동부, 터키의 남쪽에 있는 섬인데, 천연가스가 발견되고, 지중해 무역과 소련의 핵실험 모니터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1960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이루었지만 다수의 그리스계와 소수의 터키계가 갈등하였고, 1970년대 사이프러스의 마카리오스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가까워지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을 받은 그리스 군사 정권은 쿠데타를 사주하여 마카리오스 정권을 전복시켰다. 그러자 터키는 사이프러스의 터키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침공하였고, 1983년에 북사이프러스터키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선언하기까지 하였다. 현재까지 사이프러스는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상태이다. 터키는 이후 석유 시추를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그리스는 이를 견제하면서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4. 터키

    터키는 주변국들의 문제에 여러 방면에서 개입하는 모습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국가 건설을 목표로 결성된 다국적 수니파 이슬람주의 단체이다. 그들이 볼 때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배격해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아랍 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꺼린다. 그런데, 2010년대 아랍의 봄 때 이집트의 무바락크 대통령이 축출된 후에 치러진 선거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듬해 반정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전복되었고, 시시 대통령이 들어섰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러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고 있어서 터키와 이집트의 관계가 불편하다. 

     

    비슷한 시기인 2011년 시리아 내전에서도 비수니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수니파를 터키가 지원을 하자, 이집트의 시시 정권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의 손을 잡는다. 그러던 중 2016년에 터키가 시리아 북부를 침공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쿠르드계가 터키에 있는 쿠르드계와 힘을 합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기다가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영향력도 차단하면서 시리아 난민들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터키도 아랍권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고, EU에 가입하려 하고 있고,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지정학적으로 여러 군데에 다 개입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입장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복잡한 나라다. 

     

    5.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설득해서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한 에리트레아를 에티오피아 밑에 두도록 했고, 대신 소련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다. 1960년대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소말리아가 에티오피아 내 소말리 주의 오가덴 지역의 주민들에게 중앙 정부에 맞서도록 사주했지만 에티오피아는 이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소련은 소말리아를 지원하여 두 강대국의 패권 경쟁에서도 역할을 한다. 동시에 에티오피아 지배 하에 있던 에리트레아에서도 봉기가 일어나기도 했다.

     

    1974년에는 맹기스투 소령이 이끄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1977년 공산 정권을 세워서 미국과의 관계를 끊고, 소련과 손을 잡았다. 여기에 소말리아와 분쟁이 일어나자 소련은 에티오피아를 지원했고, 에티오피아가 승리했다. 1980년대 말에는 에리트레아군이 거듭 승리를 거두다가 에티오피아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요구하는 티그레이 지역 민병대와 손을 잡아서 에티오피아 정부군에 대항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소련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개혁 개방을 추구하던 고르바쵸프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맹기스투는 망명했다. 

     

    새로 들어선 제나위 정권은 티그레이족 출신이었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지방 정부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연방국을 지향했다. 그 결과 1993년에 에리트레아가 독립했고, 에티오피아는 홍해 연안을 잃게 되어 내륙국이 되었다.

     

    2018년 아비 총리가 선출된 후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정치범이 풀려나고, 내각의 1/3을 여성으로 채웠고, 소말리 지역의 무장단체와도 평화 협정을 맺었고, 부족 기반의 정부를 해산시키고, 단일 국민정당에 합병시켰다. 그리고 에리트리아와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조약을 체결하였으며, 이 노력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에티오피아의 주변국 상황을 보면 2017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절한다. 그러자 두 나라의 라이벌인 터키가 카타르 편을 들고 나섰고, 터키와 아랍에미리트, 터키와 이집트가 분쟁으로 격화된다. 아랍에미리트는 소말리아와 잘 지내고 있었는데, 소말리아가 카타르와 터키랑 손을 잡자, 소말릴란드 자치 지역과 푼틀란드로 지원을 돌린다. 이런 상황에서 에티로피아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집트와 대립한다는 공통점으로 터키 쪽에 기울고 있다. 청나일강의 상류는 에티오피아에 있고, 하류는 이집트에 있다. 에티오피아는 상류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을 건설하여 전력과 수자원을 활용하려고 한다. 하류의 이집트는 반발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예전 에티오피아 지도를 보면 홍해 연안을 접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에리트레아가 독립한 이후에는 내륙국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 나라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도자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에 

     

    6. 스페인

    1931년 선거에서 공화주의자들이 승리했고, 스페인은 공화국이 되었다. 그들은 군부 축출, 교회 특권 폐지, 토지 국유화, 노동자 우대 등의 개혁을 실시하였다. 그러자 쿠데타가 일어났고, 실패했지만 혼란한 상황으로 야기된 선거에서 우파 정권이 들어섰다. 다시 반개혁적인 조치들이 취해졌고, 파업과 탄압이 반복되었다. 다시 실시된 선거에서는 좌파가 정권을 잡았지만 두 파벌의 극단적인 대립은 내전으로 치달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우파 반란군을 지원했고, 소련은 인민전선의 정부군을 지원했다. 그러나 프랑코의 반군 세력이 차츰 세력을 넓혔고, 내전에서 승리하였다. 이후 1975년까지 독재를 하다 죽는다.

     

    사전에 제정된 법안에 의해 후안 카를로스 왕자가 국왕이 되었고, 군부는 국왕의 배후에서 통치를 지속하려고 했는데, 새 국왕은 민주주의를 천명하면서 카탈루냐와 갈리시아의 독자성도 인정했다. 그러나 공산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들이 살아나고, 언론의 자유가 생겼고, 쿠데타의 우려도 있었지만 1976년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입헌군주제로 가는 개혁안이 가결되었다. 총선에서 사민당이 다수를 얻었고, 프랑코 정당은 16석에 불과했다. 프랑코를 추종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민주적인 절차를 강제로 방해하는 자들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국왕의 한마디로 쿠데타는 진압되었다. 이후 스페인은 나토와 EU에 가입했고, 유로화를 채택하면서 서방 세력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독립을 요구하는 지역이 있었다. 북서부의 바스크 지역이다. 1959년에 ETA는 바스크의 독립 단체인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테러나 폭력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다 1978년에 자치권을 얻고, 다수의 주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권리를 부여받은 후 2011년 폭력의 중단에 합의했고, 2018년에 해체를 선언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북동부 삼각형 모양의 지역이다. 바르셀로나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공업이 발달하여 부유하고, 스페인을 자신들이 먹여살린다면서 분리 독립을 주장한다. 2017년 독립에 대한 투표를 카탈루냐 의회는 승인했지만 스페인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EU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만약 카탈루냐가 독립하고 EU에 가입을 신청했을 때 이를 거절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카탈루냐에 접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EU는 카탈루냐 독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거기다가 카탈루냐가 독립을 하게 되면 이탈리아의 코르시카와 시칠리아,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프랑스의 플랑드르와 브르타뉴, 독일의 바이에른 등도 독립하겠다고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나는 스페인이 예전부터 서구의 민주주의 전통을 함께 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섰을 뿐이라는 사실이 놀라웠고, 유럽에도 분리주의자들이 있어서 독립을 원하는 지역이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사우디 아라비아, 영국, 사헬도 있었는데 정리가 안 되는 것도 있고, 내 흥미를 별로 끌지 않아서 그건 건너뛰었다.  1권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정말 세상은 갈등 없는 곳이 없고, 사연 없는 민족 없고, 평화로운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의 경우도 해당되는데, 정말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는 작가도 대단하다.

     

    읽다보니 지리로 시작했지만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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