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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7] 출판하는 마음: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담긴 마음들
    행간의 접속/인문 2024. 5. 18. 23:55

    책이름: 출판하는 마음

    곁이름: "세상에 읽히기를 바란 거죠"

    지은이: 은유

    펴낸곳: 제철소

    펴낸때: 2018.03.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이다. 대상자는 출판인들이다. 출판인들이라고 하면 편집자, 저자, 번역자, 북디자이너, 출판제작자, 출판마케터, 온라인서점 MD, 서점인, 1인출판사 대표 등이다. 출판하는 과정에서 꼭 거쳐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출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일만 생각하고 사람을 몰랐다. 이 책은 사람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각 장의 제목에 모두 '마음'이 들어있다. '김민정, 문학편집자의 마음'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시작부터, 서문의 시작부터 인상적이다. 지은이가 이 작업을 왜 하게 되었는지가 그냥 와닿는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본다.

    어느 유명 셰프를 인터뷰할 때 들은 얘기다. 그는 매일 만지는 식재료를 시작점부터 알고 싶은 마음에 허브, 토마토 등 간단한 작물은 직접 키운다고 했다. 씨앗을 뿌려 잎이 나고 커가는 과정을 보고 난 후 사용하니까 요리를 0에서부터 출발해 완성하는 기쁨이 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시장에서 사다가 쓸 땐 5부터 시작하는 거 같았단다. 그 셰프의 이야기를 내 경험으로 연결해보았다. 내가 매일 만지는 건 책,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한다. 사적 소유물 중 가장 큰 부피와 무게를 차지하는 물품도 책이다. 일상의 지배자, 인생의 중심축인 책이지만 그 책의 생장 과정에는 무지하다. 저자일 땐 원고를 출판사에 넘김으로써 1, 2단계에 개입했다가 빠지고, 독자일 때는 마지막 10단계에서 구매함으로써 참여한다. 중간은 모름이다. 서점에서 결제 한 번으로 손에 쥐는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땀방울이 몇 백만 개쯤 들어갔는지, 원고를 써서 한글 파일로 넘기면 몇 사람의 손길 거쳐 몇 리 길 돌아 독자에게 당도하는지 소상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출판 작업하는 모든 과정을, 그 과정의 마음을 알게 되면 10단계의 독자도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작가도 이러한데..... 그 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1. 문학편집자의 마음

     

    편집자는 컨텐츠를 기획하고 작가가 잘 쓸 수 있도록 함께 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획 단계가 중요한데, 기획을 잘 하기 위한 습관이 있다고 한다. 주제를 정하면 그 주제로 출간된 책을 모두 사고, 일일이 훑어보며 자신의 책이 장점으로 가져야 할 것을 챙긴다고 한다. 그리고 내고 싶거나 내기로 한 작가가 있다면 그의 전작을 모두 읽고, 근황도 알아본다. 그리고 그 작가의 경향과 상황에 맞는 작품을 기획한다고 한다. 그렇게 많은 책을 사려면 돈도 많이 들 것이고, 읽으려면 시간도 많이 들 것이고, 책을 보관하려면 공간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해결하는지도 궁금하다. 

     

    2. 저자의 마음

     

    너구리라는 필명을 쓰는 김경희 작가는 『회사가 싫어서』라는 책을 독립출판으로 냈는데, 이게 사람들한테 퍼져서 꽤 많이 팔렸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작가로서 유지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노력들을 성실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10년차 블로거로서 읽기와 쓰기를 하는데, 연말에 독서 목록을 정리한다고 한다. 연말에 독서 목록 정리하면 자신이 1년 동안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고, 어떤 분야에 치우쳤는지도 알게 되어서 독서의 방향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은 나하고 똑같다. 나도 매년 정리한다.

     

    3. 번역자의 마음

     

    번역자는 작가의 마음 그대로 빙의해서 번역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한별은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다. 비결은 모든 되어가는 것들의 원리가 그렇듯 단조롭다. "작가가 된 것처럼 작가 안으로 온전히 들어가서 생각한다." 그래서 그때 번역하고 있는 그 작가의 문체를 닮는다. 작업하는 책의 작가가 만연체를 쓰면 일기도 문장이 마냥 길어진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를 번역할 땐 불안과 함께 살아가게 됐다.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작업을 하는 동안 그 작가가 돼서 생각하려다 보니 불안과 초조의 기운에 약속 장소에도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이처럼 번역은 텍스트와 동일시되어가는 과정이므로 작가나 내용이 맞지 않으면 무척 괴로운 작업이다.

     

    연기자들이 작품 속 인물로 살면서 연기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번역가가 그 작가가 되고 작품에 동일시되어 번역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4. 인문편집자의 마음

     

    젊은 편집자이다. 그러나 그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것이고, 변화할 것이다. 그럼 그렇게 변하게 하는 세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얘기한다.

    세월이 한 사람을 철들게도 하지만 갇히게도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다른 의견이 들어가지 않는 몸으로 한 권의 책을 낳을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꼰대 편집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한다.

    "첫째, 어느 정도 나이차면 그만둬야 해요. 둘째, 1인출판사 차려야 해요. 꼰대질 할 대상이 없도록. (웃음) 둘 다 농담이고요. 현시대와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에 대해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요. 편집자는 결국 사람 공부, 세상 공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직업이고, 팔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하니까요."

     

    농담도 위트 있고, 진담도 진중하다. 그리고 편집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말도 현실적이다.

    상처받을 준비를 하라는 것.
    어떤 직장에 다니든 상처받는 건 예삿일이잖아요. 근데 사람들 사이에 출판게에 대해서는 일종의 좋은 선입견 같은 게 있나 봐요. 책 만드는 일=좋은 일=좋은 사람들이 하는 일 같은 식으로요. 특히 좋은 책이 나오는 인문, 사회 출판사에 가면 좋은 사람이 사장이고, 주간이나 편집장이고, 선배고, 동료고, 후배고 그럴 것 같지만 아니거든요. 그냥 자기한테 좋고 나쁜 사람들이 다른 업계와 비슷한 비율로 있는 거죠. 출판계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다른 업계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이 상처받게 되는 경우도 있음을 충분히 인지해야 해요. 또, 별로 좋지 않는 노동 조건을 감수하고라서라도 편집자 일을 오래 제대로 해보겠다는 맘을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이 일에 끌리는지 깊이 생각해보는것도 필요합니다.

     

    출판계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얘기하면서 출판계도 다른 업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정말 나도 이런 선입견이 있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5. 북디자이너의 마음

     

    책의 내용이나 작가보다 책이 예뻐서 산다는 사람들도 있더라.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면 북디자이너들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책이라는 언어의 세계에서 이미지의 세계를 표현하는 북디자이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할까?

    편집자는 가끔 판독 불가능한 언어로 디자인을 요청하곤 한다. '쌈박한 디자인으로 해주세요', '심플하지만 고급지게', '엣지 있지만 너무 튀지 않게', '친근하지만 무게 있게', '화사하고 복잡하지 않게' 같은 말들.

    "이런 요구가 나오는 건 뭘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인 거 같아요. 사실 워딩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본인이 확실한 생각이 없다면 알아서 해주세요, 하면 좋겠어요. 뭘 원하는지 분명하지도 않고 디자이너를 믿지도 않고 그럴 땐 뿌연 과녁을 맞히는 느낌이 들어요. 가끔 '사장님이 좋아하는 디자인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해요. 그러면 인터넷 서점에서 그 출판사가 낸 책을 훑어보면서 감을 잡죠. 가장 어려운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에게 믿음을 주지 않고 신뢰하지 않는 게 느껴지는 경우예요. 상대를 믿고 가느냐, 상대를 평가하는 자리에 본인을 세워놓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져요. 그리고 시안을 보고 정확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 재시안이야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편집자가 책에 대한 콘셉트나 생각이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때는 디자이너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미지를 언어로 하려니 소통이 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를 믿으라는 말, 가장 확실할 것 같다. 결국 디자인은 다지이너가 하니까.

     

    6. 출판제작자의 마음

     

    출판제작자? 처음 듣는다. 이런 사람도 있었나?

    출판사가 종이나 인쇄 기계를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제작팀장은 발로 뛴다. 책의 원가를 계산하고, 판형에 맞추어 지업사에 종이를 주문하고, 원고와 종이를 인쇄소에 넘기고, 제본소를 거쳐 종이를 주분하고, 원고와 종이를 인쇄소에 넘기고, 제본소를 거쳐 책이 차질 없이 나오도록 총괄한다. 신간만이 아니라 이미 나온 책들도 '절판'되지 않고 독자가 찾을 때 볼 수 있도록 공급하는 일을 도맡는다. 출판사에서 가장 큰 예산을 쓰는 사람도, 갓나온 따끈한 책을 가장 먼저 만지는 사람도 제작자다.

     

    한마디로 편집자가 넘긴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리고 돈을 만지는데, 주로 원가를 계산한다. 책의 모양을 정하면서 원가를 뽑고, 예상 가격이나 판매 전망을 하면서 인건비, 제작비, 이익 등을 맞춰 본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종이 사양을 낮추거나 책의 가격을 올리거나, 후가공을 빼거나.... 신간 외에도 구간을 다시 찍을 때에도 원가 절감 여부를 판단한다. 구간이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리고 제작자의 또 중요한 일은 기한을 맞추는 것이라고 한다. 신간 발행 예정일에 맞춰서 인쇄 계획도 세우거나, 판매량에 따라 품절될 지도 판단해서 재쇄를 찍는 준비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업사에서 종이도 확보해야 하고, 인쇄소와 제본소도 맡아놓아야 한다. 그래서 외근이 잦다. 이들 협력 업체들을 수시로 다니면서 친분을 유지해야 급할 때에 무리 없이 진행시킬 수가 있다.

     

    공부해야 할 것도 있다. 기본은 판형이다. 책의 크기인데, 큰 종이를 잘라서 책을 만들기 때문에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종이가 낭비될 수도 있다. 따라서 판형을 보고 종이의 양을 계산할 줄 알아야 하고, 이것이 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써야 하는 줄은 몰랐다. 

     

    7. 출판마케터의 마음

     

    출판마케터는 책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 홍보하고, 이벤트하는 사람이다. 그 출판사에 나오는 모든 책을 마케팅하는 것은 아니고 많이 팔릴 만한 책을 마케팅한다. 그런데 팔릴 만한 책을 보는 눈이 독자와 업계 사람들이 다른 경우도 있다.

    "저희끼리 하는 말로는 '서울 서북부 감성'이라고 하는데요. (웃음) 출판인들은 굉장히 좋아하는 저자이고 글도 훌륭하고 콘셉트도 좋고 출판계에서는 대환영을 받고 있는 책인데 막상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못 내는 저자와 도서가 있다면 그건 '서울 서북부 감성'에 너무 치우쳐져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서울 서북부 감성은 서울의 홍대, 합정 일대 등 서북부 지역에 출판사들이 밀집한 현상을 빗댄 말로 대중과 분리된 정서를 일컫는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연결 능력, 두 번째는 트렌드에 대한 민감함, 세 번째는 친화력과 경청 능력을 이야기한다. 거기에다 자료와 통계를 찾아내는 기술도 필요하다

     

    한편 마케터가 함께 일하기 어려운 편집자는 말이 적은 사람, 그리고 책을 출간하고서 탈진하는 사람이다. 편집자와 계속해서 소통하면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말이 없거나 탈진해서 잠수 타면 마케터가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대로 함께 일하기 좋은 편집자는 반대다. 모든 상황을 공유하고 꼼꼼하게 점검하는 편집자. 마케팅에 편집자가 필요한 이유는 편집자는 자기가 맡은 책만 신경쓰지만, 마케터는 출판사의 모든 책을 신경쓰기 때문에 책에 대한 집중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8. 온라인 서점 MD의 마음

     

    알라딘의 인문 분야 MD의 이야기이다. 이 사람의 하루는 정말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오전에 베스트셀러 점검, 프로모션 반응 확인, 적정 수요 예측해서 주문 관리, 웰컴, 메인 페이지 삽입 도서 관련 회의 및 소개 글 작성한다. 오후에 열 개 내외의 출판사와 신간 미팅, 미팅 포함한 도서 포함한 프로모션 계획 정리 및 출판사 제안, 도서 분류 점검 및 페이지를 관리한다. 퇴근할 때 꼭 봐야 하는 책을 챙긴다. 실제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중 신간 미팅에 대한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신간 미팅은 MD에게 가장 피곤한 일이죠.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다른 업무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근데 제가 아는 한 모든 MD는 신간 미팅을 즐겨요. 시간을 만날 때 기대감, 그 책의 판매를 그려보는 즐거움, MD라는 일의 근원적인 즐거움 중 하나예요. 책이 판매되는 즐거움 못지않게 신간을 누구보다 먼저 만나본다는 즐거움이 커요. 이게 책을 검토하고 소개하는 일을 하는 사람과 MD의 차이예요. 가령 서평을 쓰면 책이 움직일 수 있는데, 서평 때문에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알기 어렵잖아요. MD는 성과 기준이 명확해요. 그 책을 만났을 때 판매량의 움직임을 예상해보고 시도하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게 MD라는 역할이 주는 희열이죠."

     

    온라인 서점에는 오래 머물지 않고, 책만 사고 바로 나오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 책 소개 등을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그 페이지를 만든 사람들은 그 뒤에서 아주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회적, 문화적 이슈가 있다면 이를 이용한 프로모션을 해서 책을 팔아야 한다. 책은 상품이라는 생각을 기본에 두고 작업해야 하는 것이다.

     

    9. 서점인의 마음

     

    알라딘 같은 대규모 온라인 서점도 있지만 작은 동네 서점도 있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음도 있을 것이다. 편집 일을 하다가 서점에서 점원하다가 서점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상담을 하고 책을 처방하는 유료 서비스를 실시하여 수익을 내고 있다. 이게 수익이 될까 싶은데 책으로 상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을 얼마나 읽었길래 다른 사람에게 책을 골라주느냐고 물을까봐 겁이 났지만, 독서를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여러 취향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사람과 책을 대하니 어렵지 않다고 한다.

     

    10. 1인출판사 대표의 마음

     

    처음부터 출판사에 있지 않았다. 의류업체, 대상그룹 등을 다니다 기자 지망생으로 언론 고시 준비하다 떨어져서 늦은 나이에 푸른숲의 경력직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5년 동안 일하다 보니 나이 어리고 더 경력 많은 팀장들과 일해야 하니 포지션이 애매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려서 1인출판사 대표가 되었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하니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장점도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직원이 많다고 꼭 좋은가요. 글쎄요. 풍경들 떠올려보면 알잖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인터뷰집 기획안을 썼어요. 막 자료 만들어서 갔어. 편집자 여섯 명에 사장님 있는데 그중에 이걸 다 읽고 왔는지 아닌지 딱 보이잖아요. 이 사람이 이걸 지금에야 읽고 있구나. 근데도 거기서 사장님이 말해요. 요새 비슷한 거 많이 나오는데 그거 또 해야해? 이런 식으로 말하면 분노하죠. 집단적인 의사결정에서 꼭 생산적인 의견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정 누군가의 의견이 필요하면 1번 작가, 2번 다른 1인출판사 대표와 이야기한다고 한다. 작가나 1인출판사 대표나 다 외로운 사람들이니 서로 동지애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1인출판사 대표의 근본적인 고민은 따로 있다.

    3년 이후, 현실적인 문제는 크데 두 가지다. 장기적인 소득 창출과 아이디어 창출이 가능한가. 특히 편집자로서 아이디어 고갈은 통장에 돈이 마르는 것보다 더 큰 염려로 다가온다. 자신의 관심사부터 기획했는데 양적으로 한계가 있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독자군과 감각적 정서적 괴리는 벌어지고 있다. 10년 후에도 혼자서 자기 기획으로 책을 계속 내는 건, 그가 볼 때 굉장히 끔찍한 상황이다. 1인출판을 항구적인 모델로 생각하기보다 직원을 늘려나가는 구조로 코난북스의 미래를 설계해본다.

     

    정말 그렇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나가겠지만 혼자서 아이디어가 샘솟거나 관심사가 샘솟지는 않을 것이다. 감각이 뒤쳐지는 것도 그렇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게 힘든 것 같다.

     

    인터뷰집이라고 해서 대화 인용이 많을 것 같았는데, 대화 인용 부분은 전체의 10% 정도이고, 대부분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은이가 인터뷰이의 마음으로, 약간은 1인칭 시점으로 빙의하여 썼다. 이런 방식이면 대화를 통한 내용 전달의 효과가 별로 없을 수 있는데,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은유 작가의 문체 속에 인터뷰이의 마음이 잘 녹아들었다. 어쩌면 인터뷰이가 모두 다른 사람이다 보니 그들의 대화 방식이 다를 것이고, 그런 대화 인용이 많아지면 책 전체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취한 것 같다. 결론은 나쁘지 않다.

     

    작가나 편집자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그밖에 다른 사람들은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이 10단계인 나에게 오기까지 많은 생각들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그 생각들의 공기를 머금은 결정체라고 생각하면 책의 의미는 가볍지 않은 것 같다. 어디 책 뿐이겠는가. 내가 직접하지 않은 모든 것이 다 그러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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