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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9] 지리의 힘: 사연 없는 민족 없다행간의 접속/인문 2024. 6. 8. 00:35
책이름: 지리의 힘
지은이: 팀 마샬
옮긴이: 김미선
펴낸곳: 사이
펴낸때: 2016.08.
지리는 그 땅이 접하고 있는 여러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그 자연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주변 나라들과의 관계까지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지정학.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정치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책이다. 뉴스에서는 깊이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러면 지리의 힘이 느껴진다.
1. 중국
중국은 여러 나라들과 다양한 관계들을 맺고 있는데,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는 티베트와 신장 지역이다. 티베트와 신장은 모두 중국의 서부 지역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곳이다. 이런 요구와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중국은 왜 이들 지역에 대해 집착하는 것일까? 정답은 인도 때문이다. 티베트를 놓아주면 인도가 티베트를 통제하게 되고, 인도가 중국으로 들어오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중국의 주요 강인 황하, 양자강의 수원이 이 지역에 있기 때문에 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지역에 대한 통제권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장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육상 무역의 주요한 통로이고, 상품의 생산지이자 시장으로서도 기능하기 때문이다.
2. 러시아
러시아는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약화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데도 여전히 군사적 강국으로서 주변 나라들과 여러 가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러시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유럽연합이나 나토의 동진을 막고, 러시아는 서진이나 남진하여 부동항을 구축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주변의 나라들과 어떤 입장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국가들은 세 가지 세 가지 성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립 성향, 친서방 그룹, 그리고 친러시아 진영이다.
먼저 중립 성향의 국가들로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을 꼽을 수 있다. 이 나라들에게는 러시아나 서방과 손을 잡을 명분이 별로 없다.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안보다 무역을 위해 굳이 어느 편의 신세를 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친러시아 진영에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벨로루스, 그리고 아르메니아를 넣을 수 있다. 이 나라들의 경제는 동우크라이나처럼 (봉기의 또 다른 이유가 되는) 러시아와 상당 부분 맺어져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큰 카자흐스탄의 경우 외교적으로 러시아에 기울어 있으며 이 나라에 살고 있는 꽤 많은 러시아계 소수 민족 집단과의 통합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이 다섯 국가들 중 카자흐스탄과 벨로루시가 러시아와 합심해서 일종의 빈곤 국가들의 유럽연합이라 할 수 있는 유라시아연합을 결성했다. <중략>
다음은 친서방 성향의 국가들로, 지난 시절 바르샤바조약 체제의 일원이었다가 현재는 나토나 유럽연합에 가입한 나라들이다.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체코공확국, 불가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알바니아, 루미니아가 여기에 해당된다. <중략> 이 나라들 외에 조지아, 우크라이나, 몰도바를 더할 수 있는데 이들은 서방의 양대 기구에 가입을 원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지리적 인접성도 그렇거니와 러시아 군대나 친러시아 군대가 그들 나라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만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즉시 전쟁이 발잘할 수 있다.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전쟁 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충돌이 있었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연합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유럽연합 가입을 할 수도 있을 것처럼 행동했다. 이에 대해서 러시아는 유럽연합 가입은 나토 가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 코앞에 서방의 군대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이를 막으려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이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손을 잡지 않고 러시아와 손을 잡겠다고 돌아서자 수도 키에프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그 반대 급부로 동부에서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정부 성향의 주민들이 몰려나왔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대통령은 피신했고, 친서방파가 정권을 장악했다. 이에 러시아는 러시아어를 많이 쓰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크림 반도를 러시아와 합병했고, 크림 반도의 주민들은 투표에서 90% 이상 찬성하여 합병이 결정되었다. 사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가 지배하기 전 200년 동안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러다 1954년 소련이 같은 소비에트 연방 중의 하나인 우크라이나에 양도한 것이다. 이유는 소련 국민들이 크림 반도에 항구적으로 거주하고는 한 모스크바의 통제권 밑에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일부도 아니고, 러시아와 친하지도 않다. 거기다가 우크라이나의 친 서방 정부는 제2 공용어인 러시아어의 지위를 폐지하겠다고 하니 러시아는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3.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은 땅도 넓은데, 발전이 더디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땅만 넓고, 넓은 땅들을 서로 연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연안 평야가 부족한 나라여서 주요 해안 도시들을 연결하려면 급경사를 건너는 도로를 따로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도시 지역으로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쓸 만한 현대적 도로망의 부족은 가뜩이나 불충분한 철도망으로 인해 더 악화되고 있다. 이는 교역은 물론 그 넓은 공간을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어렵게 하고 있다.
4. 아프리카
아프리카도 브라질과 비슷하다. 교역로가 발달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여러 곳을 지나는 길이가 긴 강이 있어도 낙차가 크기 때문에 장엄한 폭포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할 뿐이고, 인력과 물자의 운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기다가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럽다.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을 들여다 보면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들어오기 전에 아프리카에는 각 지역에 부족들이 있었다. 현대적 개념의 국가는 별로 없었다.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식민지를 구분하기 위해 국경선을 임의로 그었고, 그 국경선 안에는 같은 부족들은 갈라지고, 다른 부족들이 함께 지내는 형국이 되었다. 그 국경선 안에서 제국주의 세력은 통치를 위해서 소수파 부족에게 권력을 주고, 다수파 부족에게는 주지 않는다. 갈라치기인 것이다. 그러다 제국주의 세력이 물러가고 독립을 하자 다수파 부족이 소수파 부족을 전복시키고, 권력을 잡는다. 그럼 소수파는 국경선 너머의 같은 부족을 끌어들여서 다수파와 맞서 싸우고, 다수파는 다른 곳에 있는 자기 부족을 끌어들이고, 거기다가 그 지역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면 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주변의 다른 부족, 다른 국가도 참전하는 식으로 번진다. 영토들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내전이 발생하면 주변국도 어느새 참전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차지하고 있는 영토는 아홉 개 나라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나라들 또한 하나같이 이곳에 근심거리를 더하다 보니 콩고 내전이 <아프리카판 세계대전>으로 알려진 것도 과언이 아니다. 이 나라의 남쪽에는 앙골라가, 부쪽에는 콩고공화국과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이, 동쪽에는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탄자니아, 그리고 잠비아가 자리 잡고 있다. 콩고 내전의 기원은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에는 1994년 르완다를 강타한 재앙으로 발발한 내전과 그 후폭풍으로 서부 지역이 전쟁에 휩쓸렸던 최악의 시기도 있었다.
르완다 대학살 이후에 살아남은 투치족과 비교적 온건한 후투족은 투치족이 이끄는 정부를 설립했다. 그러자 후투족 민병대의 살인 기계들인 인테라함웨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로 도주해 오면서 국경 지역에서 불법 침입을 자행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국경 근처에 거주하는 투치족을 살해할 목적으로 콩고민중공화국군 일부 분파에 가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룬디와 에리트레이아의 지원을 받은 르완다와 우간다 군대가 그 지역으로 밀고 들어왔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반정부 민병대와 손을 잡은 이들은 이테라함웨를 공격했고 나중에는 아예 콩고민중공화국 정부를 전복시켜 버렸다. 그리고 그들 또한 이 나라의 천연 부존자원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면서 휴대폰과 컴퓨터 칩을 만드는 데 쓰이는 콜탄의 수십톤을 특히 르완다 쪽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군은 쉽사리 항복하지 않았고, 바야흐로 앙골라, 나미비아, 짐바브웨까지 개입한 상태에서 전투는 이어졌다. 결국 이 땅은 20여 개가 넘는 파벌이 싸우는 거대한 전장으로 변했다.정말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빨려들어가서 싸우는 내전의 블랙홀이다.
4. 중동
중동은 대부분이 이슬람 국가라서 서로 친할 것 같지만 이슬람의 분파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도 않다. 이슬람의 대표적인 분파가 시아파와 수니파이다.
아랍은 물론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측은 수니파 무슬림이다. 비록 일부 아랍 국가들에서 그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전체 무슬림 인구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니라는 명칭은 <전통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뜻인 알 순나에서 왔다. 예언자가 죽자 훗날 순니파가 되는 이들은 아랍 부족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중에서 후계자가 선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스스로를 정통 무슬림으로 자부하고 있다.
한편 시아라는 이름은 시아 알리, 말 그대로 <알리의 추종자>로,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위와 관련된다. 알리의 두 아들인 하산과 후세인은 둘다 암살당했다. 따라서 시아파는 자기들의 것이라 여기는 이슬람 공동체를 이끌 정통 권리를 거부당하는 셈이 되었다.예전에는 이 분파가 크게 충돌하지 않고 지냈다. 서로 자기의 구역에 있었으니까.... 현재의 시리아가 있는 중동의 서쪽에는 주로 수니파, 현재의 이라크 남동부는 주로 시아파가 살고 있었고, 이 지역을 통치했던 세력은 이런 지역 분할을 존중했다. 그러다가 유럽 식민주의가 들어와서 인위적으로 그은 영토 안에 이들을 포함시키고, 한쪽 세력이 통치하게 만든다. 이라크가 그런 경우이다. 이로 인해 분파간 분쟁이 일어난다. 수니파가 이끄는 정부가 시아파의 성지를 통치하는 것을 시아파는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가 쿠르드족의 문제도 있다. 이들은 이라크 북부와 북동부, 시리아 북부, 터키 동부, 이란 서부에 걸쳐 있는 민족이고, 쿠르드족만의 독립적인 국가인 쿠르디스탄을 건설하고 싶어 한다. 실제로 1990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해서 이라크의 힘이 약해졌을 때 쿠르디스탄이 건설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접한 국가들이 자신들의 영토를 기꺼이 내주면서 용인할 수 없었고, 쿠르드족 내부에서도 분열이 되어 더 이상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라크는 쿠르드족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쿠르드족에 대한 이야기를 20세기 말에 처음 들었지만 사실 이들의 국가 건설 약속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있었다고 한다. 그 때도 쿠르드족이 영국을 도와서 오스만 투르크와 싸우는 전쟁에 참전했을 것이고, 그 댓가가 국가 건설이었던 것 같다.
5. 파키스탄
파키스탄이 국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만히 보면 관심을 갖고 있는 나라들이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관심이 있다. 이란과 카스피해의 원유를 중국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부터 중국의 신장을 연결하는 육상 송유관을 건설하면 중국 경제의 숨통을 틀 수 있게 된다.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인도와 파키스탄의 문제도 있다. 카슈미르는 인도, 파키스탄, 중국이 접하고 있는 산악지대인데, 이전부터 이슬람 주민들이 많았다. 영국이 철수한 이후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편입되기를 원했지만 카슈미르의 지도자 하리 싱이 힌두교도였기 때문에 인도로 편입하기로 결정한다. 이에 이슬람교도들이 폭동을 일으켰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쟁을 치렀다. 이후 북부는 파키스탄, 남부는 인도가 차지했는데, 인도는 전체를 인도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다 중국까지 끼어들어서 카슈미르는 인도령, 파키스탄령, 중국령 세 곳으로 갈라져 있다.
6. 북극
북극은 이제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지역이었지만, 지구의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북극의 얼음이 녹게 되고, 개발을 할 수 있는 가능성, 북극해를 통해서 교역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주변국들이 선점을 하려는 시도들이 생긴다.
미국가 서유럽, 한국과 일본도 있었는데, 나에게 새로운 것이 없어서 건너뛰었다.
진짜 전세계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분쟁과 갈등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는 것 같고, 그 안에서 저마다 생존을 위해서 투쟁한다. 우리는 우리만 이런 특별한 분쟁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의 관점에서 전세계적인 시각으로 보면 우리의 분쟁도 여러 분쟁의 하나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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