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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
주소 |
전북 정읍시 내장동 59-10 |
설명 |
1971년 국립공원으로 지정, 원래 본사 영은사(本寺 靈隱寺)의 이름을 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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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에 있는 찜질방에서 1박을 한 후에 내장산으로 향했다. 찜질방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장산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장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 있는 키작은 단풍 나무들을 보니 나뭇잎들이 손에 잡힐 듯 했고, 야트막한 터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가을에 이 나무들이 단풍이 들면 정말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장산 단풍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코스는 내장산의 내장지구로 들어가서 내장사-연자봉-신선봉-신선봉 갈림길-순창새재-구암사 갈림길-백양사-백양매표소로 내려오는 길을 잡았다. 일단 내장사부터 연자봉까지는 잘 올라갔다. 연자봉까지 올라가는 길과 다시 신선봉까지 올라가는 길은등산로는 만들어졌으나 거미줄이 많은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것 같았다. 가파르기도 가파르고, 길도 좁고,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더운 여름에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데, 거미줄까지 끼어서 약간의 짜증도 생겼다.
신선봉에 올라서니 내장사를 둘러 싸고 있는 여러 봉우리들이 보였다. 가만히 내장산을 보니까 완전히 산에 폭 둘러싸인 형국이었다. 봉우리들의 형세도 하나같이 기기묘묘해서 장관을 연출하였다. 봉우리가 아니라 보디가드같았다. 아래 사진을 보면 벽련암이 봉우리들의 보호를 받는 것 같다.
문제는 신선봉에서 일어났다. 신선봉에서 신선봉 갈림길로 가야했는데, 신선봉 갈림길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없었고, 백양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있었다. 나는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국 이정표가 잘못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신선봉 갈림길로 가는 이정표는 없으므로 잘못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백양사로 가는 길로 내려갔다. 내려갔더니 길이 아닌 것 같았고, 산을 완전히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국립공원임을 안내하는 여러 표시들이 있긴 있었다. 내려와보니 대가라는 마을이었다. 아래 사진은 신선봉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대가마을의 모습이고, 난 처음에 대가마을에서 그 건너편에 보이는 산으로 넘거가는 길이 있는 줄 알았다.
대가라는 마을에서 사람들에게 백양사로 가는 길을 물으니 마을을 빠져 나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산으로 다시 들어가는 길이 있다고 해서 그 길을 찾아 갔다. 아닌게 아니라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고, 국립공원 표시도 있었다. 그런데, 입장료를 받는 창구도 없고, 길도 참 무성의하게 만들어놓았다. 그냥 자동차들이 다닐 수 있는 비포장도로였다. 40분 정도 가니 비포장도로의 끝은 계곡이 나왔는데, 계곡의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다닌 흔적은 거의 없고, 그야말로 숲으로 우거져서 어둡기까지 했다. 여기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여러 산악회에서 가지에다 리본 묶은 것을 보고 사람들이 다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곡을 올라갔다. 이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30분 정도 들어가니 이정표가 나왔다.
"등산로 폐쇄"
예전에는 등산로였는데, 등산로를 폐쇄한 것인지, 아니면 등산로를 만드는 공사를 하려다 잘 안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더이상 가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서 그냥 왔던 길로 돌아나왔다. 대가 마을 쪽으로 와서 다시 산으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큰 길 쪽으로 나가 도로를 따라 백양사 쪽으로 가는 길을 찾아 가기로 했다. 가는 중간에 차를 얻어 타려고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태워주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한 시간 가량을 오후 1시-2시의 뙤약볕에서 차도를 따라 걸으니 살이 타는 느낌이 느껴졌다. 나중에 서울 가서 얘기거리 하나 만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걷다보니 마을이 나왔고, 그 마을에서 잠깐 쉬면서 백양사 가는 길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건너편에 보이는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바로 백양사라고 했다. 사람 다니기에 괜찮은 길이냐고 물었더니 예전에는 차도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사람이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면 갈 수 있다고 한다. 그 길을 가기로 했다.
왼쪽의 사진은 고개에 다다라 보이는 이정표였다. 이정표는 나무에 많이 가려졌고, 정비되지 않았으나 분명히 백양사로 가는 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내가 넘은 고개이름은 곡두재였다.
작은 고개에 다다라 그 고개를 넘어가니 정비되지 않은 등산로가 있었다. 비포장 임도도 나왔고,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등산로가 끊겼다가 이어졌다가 했다. 예전에 자동차가 다녔을 것이라는 느낌은 들었고, 이 길을 따라 가면 백양사로 가는 길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은 분명했다. 백양사가 아니어도 최소한 국립공원의 어느 일부분이기는 할테니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넘고 약 30분정도 내려가니 멀리 이정표가 보였고, 국립공원임을 나타내는 여러 표시들이 보였다. 그런데 그 이정표는 내가 진행하는 방향에서 볼 수 없고, 내가 오는 반대 방향에서만 볼 수 있게 서 있었다. 그 이정표에 다다라 돌아서 보니
위 사진과 같이 쓰여져있었다. 이정표 뒤로 보이는 길이 내가 온 길이었는데, 등산로가 아니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였다. 반대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내가 왔던 그 길로 진입하지 못하게 안내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천진암과 백양사를 안내하는 이정표도 같이 있었다. 결국 백양사를 안내하는 이정표를 보고 백양사에 내려왔다. 그 갈림길에서 백양사까지는 금방이었다. 백양사에서 김밥 먹고, 씻었다.
백양사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까 이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지를 설명해주고 싶었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편하게 백양사에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똑같은 장소에 똑같이 서있어도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백양사에서 쉬고, 버스를 타고 백양사역으로 갔다. 백양사역에서 서대전으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는데, 내일은 대둔산을 갈 계획이었다. 내장산에서 백양사를 계획대로 왔으면 더 많이 걸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시간을 넉넉히 잡고 예매했다가 계획이 아닌 엉뚱한 길로 질러 오는 바람에 기차 시간까지 1시간 30분 가량이나 여유가 있었다. 결국 백양사역에서 텔레비젼 보며 시간을 죽였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기분이 괜찮았다. 기차는 버스나 자가용이 주지 못하는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같은 풍광이라도 자동차로 달릴 때와는 달랐다. 훨씬 친근했고, 훨씬 가까운 느낌이었다.
위의 사진은 백양사역에서 찍은 사진이다. 잘 찍지는 못했지만 지방의 작은 역의 이런 철길을 꼭 한 번 찍고 싶었다. 다음에는 멋진 사진을 찍기를 기약하면서.... 얼마 후에 서대전 역에 도착했고, 찜질방을 찾아서 대전 시내를 또 걸었다. 서대전역 근처의 찜질방을 찜했는데, 막상 찾아가니 폐업해서 없었다. 결국 찜질방을 찾아서 도청을 지나 대전역쪽으로 가다가 하천변에 보이는 큰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냈다.
굉장한 하루였고, 얘기거리가 많은 하루였다. 그래도 내장산의 봉우리들은 늠름했다. 근데, 내장산에 가는 사람들은 산행은 안 하고, 내장사까지만 가는지 모르겠다. 올라보는 것도 좋은데...
내일은 대둔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