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정 연수 과목 중에 「문학과 역사」라는 과목이 있는데, 『다빈치코드』를 미리 읽고 강의에 임해야 한다고 해서 읽어봤다. 원래 베스트셀러는 잘 안 보고, 더더군다나 외국 소설은 거의 안 보는데, 연수 때문에 보게 되었다.
내용은 기독교의 비밀을 간직한 문서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 기독교의 비밀은 기독교의 교리를 뿌리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내용이라서 그것을 지키려는 시온수도회와 교회 사이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했다는 것이고, 우리의 주인공들도 그 가운데에서 모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인디아나존스와 다를 것이 별로 없었다. 주인공은 우연히 사건에 연루되어 쫓기고, 그 가운데에서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해박한 지식을 사용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그 긴박한 상황의 끝에는 함께 했던 사람이 결국에는 배신을 해서 의외의 반전을 등장시키고, 그러나 최후에는 우리의 주인공이 그 비밀의 문을 열게 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것을 확 까발리지는 않고, 또 하나의 비밀로 유지시킨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중의 하나는 랭던과 소피가 그 비밀에 접근을 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찌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그것을 공개해야 하는가?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공개해도 상관없고, 공개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하면 공개하는 것이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톨릭 교회나 종교와 관련있는 사람들한테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한테는 그 비밀이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한테 종교는 그 내용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 마리아가 기독교를 이끌어갈 유능한 제자이면 어떻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이교도적인 요소를 넣어가면서 기독교를 통합하면 어떠한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의 자신의 삶이다. 그들의 현재의 삶 속에서 기독교는 자신의 안녕과 마음의 평안을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영향관계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주인공들은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닐 필요는 없었고,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소피는 가족적인 문제가 얽혀 있으니까 상황이 달랐겠지만 말이다.
연수 교재의 문학과 역사 강사가 쓴 글을 읽어보니 이런 얘기도 있다. 근대의 역사가 사료에 근거로 하여 객관적인 사실의 연관관계를 묶어놓은 것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결국 역사가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더군다나 근대의 기획이 해체되어 가는 포스트모던 사회로 가는 지금에서는 사실과 허구, 둘 중의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의 바탕 위에 허구를 채워넣어서 역사적 맥락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인류의 중요한 물음들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상상력을 깨우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에 공감하고, 영화는 어떻게 만들었길래 책만큼의 반응을 만들어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