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광 소설집 『모내기 블루스』를 읽었다. 김종광을 처음 만난 것은 98년 문학동네에 실린 단편「경찰서여 안녕」과 「많이 많이 축하드려유」라는 단편에서였다. 처음 느낌은 채만식, 김유정,이문구의 토속성과 풍자성을 계승하는 차세대 주자라는 것이었다. 충청도 사투리의 의뭉스러움과 그 속에 담긴 현실 비판과 풍자의 정신이 그의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모내기 블루스」와「윷을 던져라」는 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농촌의 이야기이고, 사투리 속에 비판 정신이 살아있다.
「당구장 십이시」는 당구장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파노라마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도 김종광 소설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 오토바이 운전 면허 시험장의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들을 특징적으로 잡아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었던 「많이 많이 축하드려유」도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은 마치 성석제의 글쓰기 방식과 비슷한 성격이다. 오랜 세월에 걸친 한 사람의 몇몇 일화를 하나의 고리(노래를 못한다는 설정)로 재치있게 엮어낸 것인데, 김종광다우면서도 새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열쇠가 없는 사람들」과「배신」은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린 것인데,「열쇠가 없는 사람들」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배신」은 불합리하고 부정한 사회에 대해서 순응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서점, 네시」는 서점에 침입한 강도의 이야기인데, 가장 김종광답지 않은 소설이었다. 과격한 말과 행동, 지나치다 싶게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낯선 이야기였다. 자신의 색깔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울리는 색깔은 아니었다.
작가를 처음에 봤을 때 얼마 가지 못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는데, 꾸준히 창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제 장편으로서도 그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탄탄하게 이야기를 꾸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