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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 |
감독 |
폴 해기스 (2004 / 독일, 미국) |
출연 |
산드라 블록, 돈 치들, 맷 딜런, 탠디 뉴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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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쉬』를 봤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데,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그리고 내 스타일의 영화였다. 『
시리아나』와 같은 스타일이었는데, 훨씬 짜임새 있었고, 감동적이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충돌하는 관계가 아주 잘 짜여져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평화에 대한 갈구였다.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날수록 사람들은 평화를 더욱더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평화로 함께 가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평화로 가는 길을 못 찾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갈등의 원인은 편견이다. 자기와 다른 인종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으로 상대를 판단한다. 흑인은 백인과 아시안을, 백인은 흑인과 아시안, 히스페닉계를, 아랍계는 멕시칸을... 어느 누구도 상대를 순수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판단하지 않고, 나에게 피해를 주는,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여긴다. 여기에는 테러에 대한 공포도 한몫한다. 특히 9.11 이후에는 이런 두려움이 더 커지고, 거기에 따라 갈등도 커진다. 갈등의 비극은 이란인이 멕시칸 자물쇠공에게 화풀이를 하려다 자물쇠공의 딸을 쏘는 장면인데, 동화적으로 아이는 살아난다. 갈등이 최고조에서 우연이든 행운이든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백인 경찰이 앞부분에서 자기가 성추행했던 흑인 여성을 구해주는 장면과 또다른 백인 경찰이 흑인 방송제작자를 옹호하는 장면, 흑인 청년이 아시아 불법밀입국자들을 팔아넘기지 않고 풀어주는 장면, 백인 부인이 히스페닉계 가정부를 신뢰하는 장면 등은 첨예한 갈등과 편견 속에서도 평화와 화해의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감독의 시선을 반영하는 장면들이었다.
정말로 LA가 그렇게 삭막하고, 두려운 도시인가? 정말로 그렇다면 사람이 살만한 도시는 아닌 것 같다. 감독이 극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 도시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겠지만 정말 삭막하다.
이 영화도 머리를 쓰는 재미가 있고, 감동과 메시지가 있다. 짜임새 있는 각본과 편집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