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6일부터 21일까지 5박 6일동안 일본 야마가타현의 자오온천스키장에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훗카이도의 삿포로에 있는 루스츠 리조트로 갈 계획이었으나 여행기간동안 날씨가 계속 영하 15도 밑으로 떨어져서 정상적으로 스키를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여행사의 조언에 따라 바꾸게 되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센다이 공항이고, 우리의 목적지는 거기서 버스로 1시간 40분 정도 가야 되는 곳이었다. 자오온천스키장은 온천이 먼저 개발되고 그 다음에 스키장이 들어선 곳이었고, 평지가 없는 산악 지역이었다. 평평한 곳이 별로 없다. 집들이나 건물들이 달동네에 판자집 들어선 것처럼 축대 쌓아놓고 모여있었다.
우리 숙소는 자오코쿠사이호텔이었고, 시설은 매우 만족스러웠고, 서비스도 좋았다. 음식도 나는 괜찮았다. 그런데, 일식이 입에 맞지 않는 다른 일행들은 매 끼니마다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어야 했다. 그나마 고추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볶은 고추장이 식당에 있었는데, 한국 관광객이 많아서 준비한 것이었다. 호텔에는 온천이 있었고, 투숙객은 무료였다. 온천은 실내탕과 노천탕이 있었는데, 특이한 것 중의 하나는노천탕이 저녁 7시만 되면 남탕과 여탕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저녁 7시부터는 남탕이었던 곳이, 내일 저녁 7시부터 그 다음날 저녁 7시까지는 여탕이 되는 것이다. 물론 남탕과 여탕 두개가 나란히 있고, 서로 바뀐다는 것인데, 수질이나 환경이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아무튼 저녁 7시가 되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 7시가 되어도 나오지 않고 그냥 그 안에 죽치고 숨어있으면? 남녀 혼탕이 되는 것이다.
첫날(1/16)은 4시정도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 풀고, 잠깐 바깥 나들이 하고, 밥 먹고, 온천하고 보냈다. 숙소 바로 앞에 다리가 있었고, 다리를 건너면 슬로프 중턱이었다. 중턱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리프트 승차장이었다.
둘째날(1/17)은 전 슬로프를 두루 경험하면서 탈만한 곳을 눈여겨보면서 돌아다녔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정상으로 갔다. 정상 곤돌라 하차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정상에는 수빙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무에 눈이 쌓이 것이 얼어붙어서 괴물같이 보이는 것이다. 눈꽃보다 눈이 더 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사진에는 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음보다 딱딱했다. 쳐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쳐봤더니 손만 아팠다.
거기를 내려와서 파라다이스 게렌데, 중앙게렌데, 우에노테 게렌데 등을 다녔다. 게렌데라는 것이 슬로프들이 모인 지역을 뜻한다. 우리나라 스키장은 규모가 작아서 슬로프들이 다 모여있어서 이런 개념이 별로 없는데, 용평으로 치면, 레인보우 게렌데, 골드 게렌데, 그린게렌데 등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각 개렌데마다 슬로프가 4-5개에 리프트도 3-4개씩 있다. 우에노테 개렌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각 개렌데들을 두루 살펴본 느낌은 솔직히 실망이었다. 설질이 우리가 기대한 엣지가 팍팍 박히는 그런 설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훗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본토쪽 스키장들이 지난 주에 비가 와서 설질의 반 이상이 아이스였다는 것이다. 이정도의 설질은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설질인데, 여기까지 와서 아이스를 걱정한다는 것은 씁쓸한 노릇이었다.
셋째날(1/18)은 보드를 탔다. 올해는 스키와 보드를 둘 다 가져와서 어제는 스키를 탔다. 상황 봐서 스키 타기에 좋으면 스키를 타고, 보드 타기에 좋으면 보드를 탈 생각이었다. 그래도 한번씩은 타봐야 한다는 생각에 보드를 탔다. 애초 계획은 숙소 앞에 요코쿠라 개렌데에서 탈 계획었다. 어제 다녀본 결과 숙소 앞의 슬로프가 가장 설질이 양호했다. 그러나 점심쯤 되자 하늘이 맑아지면서 햇빛이 보였다. 일행중 한명이 DSRL에 망원렌즈까지 있기 때문에 라이딩을 연사로 찍을 수 있다고 해서 정상에서 사진 좀 찍고, 라이딩 찍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정상 올라가니까 날씨가 너무 변덕이 심해서 생각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오모리게렌데 숲길 앞에서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