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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또하나의 문화 8호: 새로 쓰는 성 이야기
    행간의 접속/사회 2005. 11. 21. 17:33
    새로 쓰는 성 이야기(또 하나의 문화:제8호)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편집부 편 (또하나의문화, 1991년)
    상세보기

    또하나의 문화 8호 『새로 쓰는 성 이야기』에서도 몇 줄 뽑아보았다.
    '사랑에 빠짐' 혹은 열애를 진실한 사랑의 전형으로 찬미하는 오늘날의 이성애 문화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이 현상은 어떤 형태의 이성애 관계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랑에 빠지는 것이 전체 사랑 과정의 한 주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 현상은 뒤이어 수반되는 사랑의 과정이 우리가 정의한 대로의 인격적 사랑에서건 그렇지 못한 이성애 관계 속에서건 모두 발생한다.
    인격적이지 못한 사랑, 이성애 관계는 사랑의 외피를 뒤집어썼지만 실제는 주종관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랑에 빠짐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찬미하는 현대 성문화는 사랑을 인격적 관계로 바라보지 못하게 함으로써 '바보인 여성과 파렴치한으로서의 남성'이 범람하게 되는 한 배경으로 작용한다.
    즉 사랑에 빠진다는 현상이 인간화된 발정기라면, 이는 사랑에 빠진 상태 자체는 지극히 불확실하고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지속적이고 굳건한 사랑의 상태로 유지시켜 주는 것은 이 사랑에 빠진 상태 속에서의 열정이 아니라 두 인격체의 인간적 성숙도에 달려 있게 된다. 사랑에 빠짐을 절대적으로 찬미하는 문화는 이를 간과하게 한다.
    이성애 문화라는 어휘의 선택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사랑에 빠짐'을 절대시 하는 문화에 대한 비판은 의미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랑의 빠짐을 불안정한 상태라는 말도 인정하지만 심정적으로는 크게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또다른 글의 일부를뽑아보았다.
    흔히들 성관계를 생리적 욕구의 해소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같이 살지 않는 우리를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성관계는 우리 부부가 나누는 관계 속의 일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성은 성관계를 성의 정형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완결 부분으로 생각해서 작위적으로 성관계로 이어지게끔 애쓰는 것도 아니다. 성관계를 나누더라도 남편은 남성적 힘을 과시하지 않고 부드럽게 대하고 나를 귀하게 여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성관계는 서로가 따뜻하다고 여겼을 때 나누는 것이고, 실제로 서로를 따뜻하고 정겹게 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체득한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우면 손을 잡고 집으로 오면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정겨워지면 입맞춤도 하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신문을 보는 상대방에게 다가가 포옹하기도 하고, 애정의 표시로 쓰다듬기도 한다. 여기서 느끼는 기쁨은 매우 소중할 뿐 아니라 그 기쁨은 성관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성관계는 어두운 침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형태만은 아니고, 생활 속에서 나누는 이러한 친밀한 관계를 표함하며, 이를 통해 심리적 기쁨과 안정을 얻는 것 같다. 우리는 다투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피곤하거나, 불안하거나 밉게 보이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옅어진다. 그리고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표현해도 같이 나눌 수 없는 상황일 때는 행복스럽지 못하다.
    돌이켜보면 성관계는 우리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친구같이 지내기 위해 애쓰는 일련의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 속에 성관계는 스며들어 있고, 서로를 제대로 자라게 하기 위해 각자의 생활과 서로에 대한 태도를 개선해 가는 과정의 일부분이었다.
    성관계를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함께 노력하는 관계, 그리고 성관계를 성의 정형이 아닌 친밀함의 표현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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