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문화 7호 『새로 쓰는 사랑 이야기』에서 몇 가지 공감 가는 내용이 있어서 적어본다.
가끔 사람들은, 나의 시어머니를 포함하여, 우리 부부의 관계에 대해 '심심'해 한다. 서로에게 너무나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에 부부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왜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도 받는다. 답은 간단하다. 결혼을 안 하면 사회가 너무나 귀찮게 굴기 때문에 했다. 아이를 낳은 이상 우리는 같은 아이들의 부모라는 끈으로 단단히 매여 있지만 결혼 제도에 매인 적은 없다.
나는 유학시절에 사귄 다른 친구들에게 하듯 여전히 그 중국인 남자친구와도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우리집에 온 적도 있으며 남편과도 만났다. 남편은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기색이었으나 그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가 그에게 왜 옛날에 친하던 이성친구들과 연락을 하지 않느냐고 간섭을 하지 않듯이.... 그것은 내가 맺어온 관계와 그가 맺어온 관계의 양상이 다른 데서 오는 문제일 따름이다.
나와 인연이 있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 한 아름다운 인간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 숨길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여전히 같은 관심을 갖고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동지인 마당에는 더욱 그러하다.
부부간에 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아서 심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부부들의 삶의 모습이 공감이 되었다. 또다른 사람의 글도 있다.
나는 단지 가장 편한 가운데서 삶의 핵심을 경험하며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고 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친구가 되기를 원했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서로의 존재가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행복의 열쇠를 맡기거나 서로가 상대방의 행복을 책임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삶의 동반자이자 후원자로서 상대방의 곁에 서서 서로가 가진 꿈을 자유로우나 외롭지 않게 펼치도록 도와주는 편안한 친구가 되고자 노력할 따름이었다.
'자유로우나 외롭지 않게'라는 말이 와닿았다. 이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지향해야 할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