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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행복
    느낌의 복원/드라마 2008. 12. 27. 15:05
    베토벤 바이러스
    채널/시간 MBC 수,목 저녁 9시 55분
    출연진 김명민(강마에), 장근석(강건우), 이지아(두루미), 이순재(김갑용), 박철민(배용기)
    상세보기
    클래식 드라마는 처음이다. 클래식이라는 전문 분야를 연기하기에는 우리 배우들의 역량이 좀 미진했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았다. 강마에를 연기한 김명민은 언제 봐도 진짜 지휘자였고, 연주자를 연기한 다른 연기자들도 진짜 연주자들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감동 받은 점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않았지만, 행복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처음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첫 번째 연주회를 하는 과정에서 무수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겨냈고, 연주를 했다. 그러나 시향의 단원이 될 수 없었다. 오디션에서 떨어졌고, 처음에는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단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단 연주회에서도 합창을 멋지게 연주했지만 비리 폭로 협박으로 단원들이 해임되었다. 그리고 페스티발에서도 정식 참가가 아니라 야외 공연 참가를 하게 되고, 시청 공사로 공연이 중단되고, 스폰서 유치를 위한 음악회도 시간이 늦어져서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야외 가설 무대에서 하게 되는 등 이들이 하려고 하는 공연들은 도대체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그 과정에 충실했고, 열심히 했다. 결과가 그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그들은 그냥 열심히 했다.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내밀한 이야기도 좋았다.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위한 부속품처럼 끼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당당한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가정주부 정희연이나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박혁권, 치매와 싸우는 이순재, 반항적인 하이든 등의 인물들이 하나하나 살아있었다. 특히 이순재가 치매로 이든을 알아보지 못하고, 딸로 생각할 때 주변 사람들은 딸로 연기하라고 하지만 이든은 거부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이든은 자기를 자기로 온전히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상황에서 이순재의 관심은 소중했었다. 그런 이순재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자기를 알아줄 사람을 잃는 것이고, 그것은 커다란 상실감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든의 눈물이 안타까웠다.

    이 드라마는 많은 명장면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강마에가 단원들의 사과 요구에 사과를 하지 않는 장면이다.단원들을 가혹하게 다루고, 심지어 비인격적으로 다루는 태도에 단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사과를 요구하고, 인격적으로 대하라는 요구를 했다. 처음에 강마에는 단원들 앞에서 사과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과 못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왜 사과를 못하는지를 강력한 카리스마로 역설한다.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왜 잘 못 되었으며, 결국 그렇게 가혹하게 한 것은 단원을 프로답게, 오케스트라를 정상으로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강력한 반전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새로운 시장에게 음악(까발레리아 루스티까나)을 들려주고,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는 장면이다. 시장은 빈약한 상상력으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강마에는 유려한 상상력으로 음악을 들으며 보이는 것들을 묘사한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비슷한 장면으로 넬라 판타지아(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다. 자연스러운 연주를 위해서 연주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연주자들이 넬라 판타지아의 세계로 온 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장면도 명 장면이었다. 두 장면에 나오는 음악들이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두루미가 여행을 떠날 때, 자동차로 여행을 가지 않고,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해봤기 때문에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즐거웠고, 뿌듯했으며, 클래식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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