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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온에어: 방송이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느낌의 복원/드라마 2008. 5. 24. 18:34
    온에어
    채널/시간
    출연진 김하늘(오승아), 박용하(이경민), 이범수(장기준), 송윤아(서영은), 이형철(진상우)
    상세보기

    SBS 드라마 『온에어』는 오랜만에 본 드라마였다. 방영되기 전부터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는데, 방영되면서 기대를 충족시켜준 흔치 않은 드라마였다. 온에어가 나를 붙잡아 놓았던 매력을 몇 가지 얘기해본다.

    1. 새로운 소재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소재였다. 방송국과 연예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지만, 그것을 우리에게 얘기해주는 매체는 별로 없다. 우리 귀에 들어오는 얘기들은 소문이고, 가십일 뿐이다. 그것도 아니면 조작되거나 치장된 이야기들 뿐이어서 반만 믿고, 반은 그냥 흘린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방송국과 연예계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인물이 구체적인 사례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드라마에 나오는 사례들이 실제로 있었느냐, 혹은 누구를 얘기한 것이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고, 그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함을 넘어서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작가와 감독, 작가와 배우, 작가와 제작사, 제작사와 방송국, 제작사와 기획사, 배우와 매니저, 감독과 스탭, 기획사와 방송국.... 등 모든 구성원이 다 사실은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잘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 만드는 과정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들고,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그런 갈등 속에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감독은 정말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다양한 인물들의 다면성

    네 명의 주인공이 있다. 배우, 작가, 감독, 매니저. 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그 최선이 각각 독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의 변화를 만들어간다. 배우와 작가, 배우와 감독, 배우와 매니저, 작가와 감독, 작가와 매니저 등이 그렇게 변해간다.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도 그들이 해야 할 최선에 포함되는 것이다.

    특히 오승아의 변화 과정은 정말 잘 그려졌다. 드라마 초기의 오만한 연예인에서 진정한 배우로 성장하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그런 오승아를 만들기 위해 매니저가 뛰고, 작가과 감독이 돕는다. 그러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서...

    3. 아스라한 러브 라인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감정을 쏟아내지 않고, 절제하면서 아스라하게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들춰내었던 것이다. 대만 로케이션 장면에서 사랑의 마음이 어디로 갈 지 우물쭈물하다가, 벚꽃 날리는 예고편 촬영하는 날 밤에 철길 위에서의 만남, 그리고 도서관에서의 짜릿한 키스 신까지 설레는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간직하는 순수한 마음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무엇보다도 서작가가 대본을 고치라는 진대표의 압력을 받고, 감독과 상의하다 우는 장면에서 보통의 드라마 같았으면 남자가 여자를 껴안으면서 위로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왔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꿋꿋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음으로 위로하는 장면은 박수를 쳐주고 싶은 장면이었다.

    4. 최고의 명장면

    그렇지만, 내가 생각한 최고의 명장면은 따로 있다. 대만에서 촬영할 때, 오승아가 연기를 못하니까 이감독이 꾸짖고, 장대표가 배우 데리고 나가면서 갈등이 깊어지다가 오승아가 숙소에서 쉬고 밤늦게까지 나머지 촬영을 한다. 나머지 촬영을 마치고 촬영장을 정리한 후에 오승아는 숙소에서 화장을 지우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서작가도 그 해를 바라보며, 물가에서 생각에 잠기고, 이감독도 그 옆의 수영장 벤취에서 그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해를 바라보는 서작가와 그 해를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장대표도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나온다.

    자연을 담은 영상을 통해서 인물 간 심리를 드러내고, 갈등까지 해소시키는 탁월한 장면이었다. 촬영장의 갈등을 인물들의 말 몇 마디로 해소시켰다면 훨씬 격이 떨어졌을텐데, 말 한 마디 없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각각의 네 사람을 보면 시청자들은 말할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정말 노력도 많이 했을 것 같다.해 뜨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해 뜨기 전부터 준비해서 해 뜨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인물을 영상에 담으려면 한 대의 카메라로 며칠동안 찍거나 네 대의 카메라로 동시에 각각의 인물 옆에서 촬영을 했을텐데, 아마도 후자의 방식대로 한 것 같다. 대만에 오래 체류할 수 없으니... 아무튼 이 장면은 내가 본 드라마 사상 최고의 명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 보면서 기립 박수를 쳤다.

    5. 마무리

    사람들은 이 드라마의 소재 중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지를 궁금해한다. 그러나 작가와 감독은 한 마디만 하면 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우리는 드라마를 봤을 뿐이다. 다큐멘타리를 본 것이 아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고, 나의 생활을 풍성하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드라마의 제작진과 관계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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