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천항에 도착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모든 것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물론 배는 떠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동인천에서 지하철을 타고 간다고 했고, 나는 자전거 타고 가기로 했다.언제 다시인천을 자전거로밟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기회에 인천 주행을 하기로 했다. 제주에서 월드컵경기장을 봤으니 인천에서도 문학경기장을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동인천역에서 사람들과 먼저 늦은 아침을 먹고 10시 50분에 동인천을 출발했다.
아래 사진은 동인천역에서 찍은 사진이다. 요새 역들은 다 멋있다.
문학경기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길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단지 수도권 전철의 중간쯤에서 인천지하철로 갈아타고 밑으로 거의 끝부분까지 내려오면 있다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수도권 전철과 나란히 가다가 갈아타는 역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동인천에서 미리 남쪽으로 내려왔다가 적당한 곳에서 동쪽으로 가서 문학경기장 이정표를 찾거나 물어서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두 번째 방법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당한 것이다.
동인천에서 출발했을 때 이정표에 종합경기장이 있길래 나는 그게 문학경기장인줄 알았다. 가보니까 숭의 종합경기장이더라. 이미 어느 정도 남쪽으로 내려온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찾아가기로 했다. 이정표에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인하대학교였다. 일단 인하대쪽으로 가자. 인천을 자전거로 타면서 느낀 것인데, 자전거 타기에 편한 곳은 아니었다. 일단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갑자기 우회전 하는 차들도 수두룩했다. 대신 클락션을 울리지는 않았다.
인하대를 지나니 문학경기장 이정표가 나왔다. 어둠 속에서 빛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헤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한 순간에 씻어내고 이정표를 따라 갔다. 문학경기장쪽은 인천항 쪽과는 다른 신도시 분위기였다. 잘 정비된 도로와 건물들이 새로운 인천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11시 30분 문학경기장에 드디어 도착했고, 문학경기장에서는 청소년 걷기대회를 하느라 학생들이 많았고, 나는 뒤로 돌아가서 경기장 사진을 찍었다. 뒤쪽도 앞쪽과 비슷하더라. 문학경기장도 공원화되어 있어서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과 즐거운 여가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몇명 보였고...
아래 사진은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3. 42번 국도
문학경기장을 나와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일단 큰 길로 나왔고, 시외버스터미널과 백화점들이 있는 곳에 어떤 안내판이라도 있을까 싶어 돌아보다가 버스정류장에서 주변 지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이거야. 지도를 일단 찍고, 살펴보니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우회전하여 남동구청 방향으로 가다가 42번 국도를 타고 시흥으로 빠진 후에 어떻게든 서울로 가면 되겠다는 대략적인 그림이 나왔다.
그 코스로 인천을 빠져나오는데 국도 쪽으로 나오니까 차들도 별로 없고, 타기도 수월했다.
4. 시흥에서 부천까지
인천을 빠져나오니 시흥이었다. 시흥을 지나면서 이정표를 보니까 서울로 가는 이정표는 안 보이고, 수원과 부천으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시흥만 지나면 서울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부천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부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원쪽으로 가도 집에는 가겠지만 이왕이면 돌지 않으면서 가지 않았던 길로 가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서울로 어서 진입하고 싶었다.
시흥에서 부천으로 향하는 고개를 넘어서 그 길로 쭉 가니 소사역이 나왔다. 그런데, 부천의 길은 500m마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 같았다. 버스 하나 추월하면 조 앞에서 다시 서고, 또 추월하면 또 서고... 그 동네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부천이 다 그런 것인지 좀 너무 하다 싶었다.
소사역을 지나서 우회전하여 수도권 전철과 나란히 갔다. 이정표도 서울 온수역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그대로 가기만 하면 된다.
5. 서울 진입
대략 12시 30분 쯤 드디어 서울에 진입하였고, 온수역, 오류역을 지났다. 이제부터 찾아야 할 길은 안양천 자전거 도로로 만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정표에는 영등포역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대로 가다보면 분명히 안양천이 걸릴 것이다. 안양천이 나를 피하지 않는다면....
12시 55분 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조금 더 가다 1시 30분쯤 고척교가 나왔고, 고척교 밑으로 안양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진짜 안심하고 갈 수 있다. 한강으로 가면 되니까...
6. 안양천과 한강
안양천은 처음 달려보았다. 양재천보다 좋았고, 성내천보다 좋았고, 우이천보다 좋았고, 중랑천과 비슷하게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도림천과 만나는 부분은 너무 복잡해서 조심해서 운행해야했다.
아래 사진은 고척교를 건너서 안양천에 진입할 때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안양천 합수부를 지났다. 여기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구나. 그리고, 친숙한 한강으로 진입하였고,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서서히 달렸다. 그리고 4시 조금 안 되서 집에 왔다.
무엇보다도 인천에서 서울 들어오는 길을 지도 없이 감각으로 성공적으로 찾아간 것이 뿌듯했다. 역시 모르는길 찾아가기는 재미있다. 사실 내가 목적하는 곳만 어떻게든 간다면 그건 다 성공이 아닐까? 그렇게 따진다면 길찾기는 언제나 성공만 있는 셈이다. 어떻게든 가긴 가니까... 길찾기는 실패가 없어서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총주행시간: 5시간, 총주행거리: 7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