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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자여사 정모 후기2: 상주-보은-서울
    바람의 시선/자전거 2007. 5. 1. 21:16
     
    자전거박물관
    주소 경북 상주시 남장동 229-1
    설명 우리나라 최초 자전거 박물관, 경상북도 상주시 남장동 소재
    상세보기

    1. 상주 오막살이와 모텔에서 하룻밤
     
    봉고차로 오막살이에 도착했더니 많은 분들이 잔디밭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고, 우리를 박수로 맞아주셨다. 자전거 타고 온 것도 아니고, 봉고차에 수거당해서 온 것인데 박수까지 쳐주시니 쑥스러웠다. 여러 회원들과 삼겹살 같이 먹고, 먼저 온 사람들과 얘기도 나누었다. 여러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인사를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마이크 잡고 한 마디씩 다 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신기하지?

    그리고 이어지는 경품 추첨 시간. 여러 가지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책, 양말, 속옷, 캐리어, 트레일러, 라이트, 물병, 자전거, 타이어, 튜브, 고글, 네비게이션... 그밖에 다른 것들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책, 속옷, 양말만 간신히 얻었다. 몇 번 나가봤지만 경품이나 가위바위보로 행운이 나에게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그냥 빈 손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잤다. 제놀리스님과 리즈님과 같이 잤는데, 모두 피곤해서 그런지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리즈님은 피반령에서 사진도 찍었었는데....

    2. 아침 식사와 행운의 경품

    오막살이로 다시 가서 아침을 먹었다. 어제 밤에 본 오막살이하고 아침의 오막살이하고 완전히 달랐다. 아침에는 파란 잔디에 맑은 날씨, 반짝이는 자전거들이 너무 눈부시고 싱그러운 느낌이었다. 몸이 피곤해도 자전거 탈 맛이 나는 날이었다.

    어제 개굴아재님이 경품 추첨할 때 몇 가지 빼놓고 못 한 것이 있다고 해서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고 했다. 물품은 방수백 2개와 방수패니어 1개. 나는 패니어가 여행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패니어에 달라붙었다. 5명씩 짝지어서 1명을 뽑고, 거기서 뽑힌 4명 중 1명이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거의 20명이 패니어 하나에 달라붙은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뽑혔다. 정말 신기했다. 내 인생에서 경품 당첨 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그래서 우리집 가훈이 복권은 사지도 말고, 꿈도 꾸지 말자는 것이 거의 불문률로 되어 있었는데, 이런 행운이 오다니.... 이 자리를 빌어 막판까지 저와 가위바위보를 했던 3분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개굴아재님의 건망증에 감사를 드린다. 개굴아재님이 전날 행운권 추첨으로 뽑았었으면 패니어는 다른 분에게 갔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경품 당첨 후에 패니어 들고 찍은 사진이다. 표정 관리 정말 안되더라.

    3. 상주에서 보은까지

    행운의 패니어를 어떻게 가져갈까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허리쌕에다 고리로 묶어서 그냥 달고 갔다. 조금 무거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서울 상경 코스는 일단 보은으로 가서 결정을 하기로 했다. 상주에서 바로 서울로 가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고, 자전거를 타기는 타야 할텐데, 어제 수거당한 코스를 자전거로 밟아야지 미완성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주에서 보은까지는 대전팀과 함께 갔다. 처음 계획은 대전팀 따라서 대전까지 갈 생각이었는데, 대전에서 만날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그냥 보은까지만 가기로 했다. 같이 라이딩한 사람은 알수없는님, 규격봉투님, 상민님, 파니님과 대전팀의KGB님, 얼음주스님, 자타몸짱님, 메바님이었다. 출발 시간은 대략 11시 30분 정도였다.

    보은으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바람이고, 또 하나는 고개였다. 바람은 보은으로 가는 내내 맞바람으로 불었다. 자전거를 오래 타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바람은 내 편이 아니었다. 바람이 분다고 느끼면 언제나 맞바람이었다. 특히나 여기 바람은 평지를 가는데도 마치 업힐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기어비를 평지에서는 보통 7단으로 놓고 달리는데, 3단, 4단을 힘겹게 놓고 달렸다.

    고개는 두 개의 고개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함께 모여서 업힐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혼자서 하면 지루하고 힘이 들었지만 옆에서 다른 사람의 패달링 소리를 들어가면서 하니까 박자도 잘 맞고,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대전팀의 KGB님, 얼음주스님, 자타몸짱님, 메바님이 옆에 있어주어서 힘들었지만 힘든 것을 많이 느끼지 않고 넘을 수 있었다. 첫번째 고개는 이름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두번째 고개는 화령재였다.

    화령재를 내려와서 고개 밑에서 점심 먹고,대전팀을 보내고 2-3번의 휴식을 취하고 보은에 도착했다. 규격봉투님이 선두를 잘 이끌어 주셔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보은 도착 시간은 4시정도에 도착했다.

    아래 사진은 화령재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4. 보은에서 서울까지

    상민님은 조치원까지 자전거로 가신다고 했고, 나머지 알수없는님과 규격봉투님은 청주로, 파니님은 강남으로, 나는 동서울로 버스를 타고 갔다. 보은에서 동서울 가는 버스는 속리산에서 출발해서 보은 경유하는 버스라서 4시 30분 버스에는 자리가 없었고, 4시 50분 버스에도 자리가 없었으나 자전거부터 트렁크에 우겨넣고, 무조건 서울가야한다고 우겨서 운전사 옆 보조의자에 앉아서 왔다. 다행히 청주 와서 사람들이 다 내려서 서울 올 때는 편하게 왔다.

    버스에서 자전거를 내리고 바퀴를 조립했다. 이럴 것을 대비해서 아침에 네팔청년님께 바퀴 분리했다가 조립하고, 브레이크 유격 맞추는 것을 배워두었다. 바퀴 빼는 것은 그냥 몇 번 봐서 할 수 있었겠지만 브레이크 유격 맞추는 것은, 그런 것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조금 낑낑대니까 맞출 수 있었다. 아~ 이 뿌듯함. 터미널을 지나는 주변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쳐다본다. 사진찍는 사람은 없나? 별 것 아니지만 기분 좋았다. 타는 것만큼 자전거 정비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 자전거가 더 애착이 갈 것 같다. 네팔청년님 쌩유~

    5. 다시 자전거를 생각하다: 제3기 자전거 인생을 시작하다

    중고등학교 때 5년을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다(제1기 자전거 인생). 그러다 직장 잡고, 다시 자전거로 6년째 출퇴근을 하고 있다(제2기 자전거 인생). 직장 생활하면서 자동차를 사지 않은 이유가 여럿 있었지만 자전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자전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거리만 가볍게 갈 수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정모를 통해서 한계는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거리와 도로를 다녀오면서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에는 과천이 멀게 느껴졌는데, 과천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산도 가깝게 느껴졌다. 길만 있다면, 열정만 있으면 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상주 정모를 통해서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는 제3기 자전거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우리나라를 돌고, 내년에 일본을 가고, 내후년에 유럽, 그 다음에 북미를 갈 생각이다. 뜨거운 가슴으로 열정의 불을 피워준 자여사 회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총주행거리 4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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