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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자여사 정모 후기1: 서울-천안-상주
    바람의 시선/자전거 2007. 4. 30. 13:10
    천안역
    주소 충남 천안시 동남구 대흥동 57-1
    설명 1905년 영업을 개시하여 2000년부터 천안지역관리역으로 직제가 변경되어...
    상세보기


    0. 출발 전에

    자전거 여행을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여사(http://cafe.naver.com/biketravelers.cafe)"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다. 가입하고 얼마후 쪽지가 왔다. 1주년 기념 정모가 있으니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1주년? 이렇게 많은 정보와 회원들이 있는데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1주년이면 모임 초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분위기는 몇 년씩 된 모임보다는 훨씬 친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활동을 할 것이라면 이 기회에 정모도 참석해서, 전국에 있는 사람들도 익히고, 정보도 얻고, 본격적인 장거리 자전거 여행의 경험도 쌓아보자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정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사MTB를 갖고 참석해서 다른 사람들 자전거도 보고, 의견도 구해서 정모 후에 자전거를 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정보를 통해서 Alton사의 RCT MASTER를 사기로 했기 때문에 정모 전에 구입을 했고, 정모에서 처음으로 시승을 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정모에 새 자전거를 끌고 간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유사MTB로 갔었으면 불가능하지는 않았겠지만 정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1. 서울에서 천안까지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잠실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고, 5시 40분 첫차를 아슬아슬하게 놓치고, 5시 50분 차를 탔다. 지하철 첫차에는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승강장에는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렇게 많은 줄 알았으면 츄리닝이라도 쫄바지 위에 입을 것을 하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사당을 거쳐 금정을 거쳐 천안까지 지하철로 2시간 좀 넘게 갔다. 가는 도중에 금정역에서 워로백님과 고바로크님을 만났다. 승강장 맨끝에서 자전거를 끌고 기다리는 모습에서 자여사 회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평택 정도에서 거의 10명 정도 되는 자여사 회원들이 한꺼번에 탑승했다. 딱 보고 그냥 인사했다. 꽤 인사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분들은 이미 서로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천안역에 도착해서 광장으로 나오니 이미 꽤 많은 회원들이 모여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자전거들이 모였다. 약간은 들뜬 가운데에서 바람을 가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표정들은 모두 밝았고, 모두 즐거웠다. 거기다 날씨도 좋았다.

    2. 천안에서 청주까지

    출발전 기념촬영을 하고, 키로님과 장선님이 선두로 길잡이를 하시고, 줄줄이 천안시내를 빠져나가 1번 국도로 진입했다. 1번 국도를 가다가 다시 21번 국도를 타고 병천쪽으로 가는데, 후미와 선두가 좀 벌어졌고, 결국 후미가 다른 길로 돌아가서 다시 만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대략 30대 이상의 자전거가 고른 속도로 가기는 힘든 일이었다.

    병천을 지나서 원래는 오창으로 빠지는 지방도를 탔어야 하는데, 지방도로 빠지는 지점을 못찾아서 21번 국도를 따라 진천쪽으로 계속 가다가 17번 국도를 만나 오창쪽으로 갔다. 21번 국도의 일부 구간과 17번 국도의 일부 구간은 자동차들이 8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화된 도로인데, 자전거로 이 길들을 통과했다.

    오창을 지나면서 예전에 인라인으로 오창산업단지 도로 5km 코스를 25바퀴 도는 행사에 참여했던 기억이 났다. 물론 17바퀴 70km까지만 돌았었지만 그 날 그 행사 참여하고, 히치하이킹으로 청주 들어왔었는데, 이 길을 내가 자전거로 다니니 느낌이 좀 새로웠다.

    오창 지나 청주 들어와서 잠시 쉬고, 외곽도로 따라 점심 먹는 데까지 왔다. 도착시간 1시 50분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운행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전체 코스 중에서 반도 안 왔는데, 반나절이나 지나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운행 방식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팀, 보은까지 자전거로 가는 팀으로 나누었고, 자전거 팀도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누었다. 청주에 늦게 도착해서 늦게 밥먹는 사람들까지 기다리게 되면 너무 늦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나뉘어졌고, 일단 보은으로 출발했다.

    3. 청주에서 피반령까지

    보은으로 가는 길은 25번 국도를 타고 그대로 가면 되는 길이었다. 약간의 언덕이 있었고, 두산리 삼거리에서 또다시 사람들이 갈라졌다. 선두는 19번 국도를 타고 가다 25번으로 합류하는 길로 갔고, 중반 이후는 그대로 25번 국도로 갔다.

    보은으로 가는 25번 국도에는 두 개의 고개가 나오는데, 하나는 피반령이고, 또 하나는 수리티재였다. 첫번째 피반령을 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고개를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탈 때는 고개라고 해봐야 그저 작은 언덕일 뿐이지 고개는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 고개들은 달랐다. 일어서서 패달링하면 오래 가지 못했고, 허벅지에서는 갑작스런 압박으로 쥐가 날 정도였다. 그래서 적절한 체력의 조절과 적절한 기어 변속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르면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갓길에 있는 하얀실선만 보면서 속으로 "하얀실선, 하얀실선, 하얀실선...." 되뇌이면서 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힘의 낭비였다. 예전에 한계령을 지나면서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고, 너무 미련한 짓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 웃겼다. 피반령에 오르니 성취감은 말할 수 없었다. 쉬고, 기념촬영하고, 다음 고개를 향해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다운힐은 피반령 다운힐이 처음이었다. 다운힐의 기분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업힐의 고통 뒤에는 두 가지 기쁨이 있었다. 정상에서의 성취감과 내리막에서의 짜릿함. 하나의 고통을 주고, 두 개의 기쁨을 얻을 수 있으니 업힐의 유혹에 우리는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브레이크 조심해서 잡고, 머리 속으로는 역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다. 여러 가지 걱정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냥 두려움없이 그냥 갔다. 다운힐은 두려움 없이 가야 하는거야.

    4. 피반령에서 수리티재까지

    피반령을 지나 약간의 평지를 지나 두번째 고개인 수리티재로 향했다. 피반령보다 수리티재가 좀 힘들었다. 원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피반령에서 힘을 많이 소모했고, 또 하나는 심리전에서 밀렸다. 심리전이라 함은 수리티재의 표지판이 우리를 완전히 갖고 논 것을 말한다. 업힐 중에 "오르막차로 끝"이라고 나오면 우리는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생각하고, 조금만 가면 된다는 희망을 갖는데, 조금만 더 가서 "오르막차로 시작"이라는 표지판이 나와서 우리의 힘을 빼놓는다. 그러다 다시 "오르막차로 끝"이라는 말에 희망을 갖다가 다시 "오르막차로 시작"이라는 말에 또 절망하고... 이런 식으로 5번 정도 표지판이 나온다.이게 말이 되나? 차라리 처음에 "오르막차로 시작" 하나 놓고, 맨끝에 "오르막차로 끝" 하나만 놓았으면 그냥 드디어 다 왔구나 할텐데... 이건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결국 올라와서 성취감을 얻었지만 배신감도 좀, 많이, 꽤 있었다. 수리티재를 오르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오르막차로 끝에서 방심하지 말고, 오르막차로 시작에서 겁먹지 말자."

    5. 수리티재에서 보은 거쳐 상주 가는 중간까지

    수리티재 다운힐도 짜릿했다. 피반령보다는 좀 짧은 느낌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보은 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쿨캣님을 포함한 4분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신다고 했고, 네팔청년님과 나만 계속 자전거로 가기로 했다. 그 때 시간이 대략 6시가 훨씬 넘는 시간이었다. 밤길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다른 일행만 있으면 가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팔청년님과 함께 보은에서 상주로 빠져나가는 다리 앞에서 뒤에 오는 다른 일행을 기다렸다. 7시 정도면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1차로 7시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그래도 안 오면 7시 30분까지 기다렸다가 버스 타고 가려고 했다. 7시가 넘어도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네팔청년님이 더 기다리는 것은 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터미널로 가자고 했지만, 내가 딱 10분 기다리자고 해서 기다렸다. 거의 10분 정도 기다렸을 때 저 멀리서 야광색 쟈켓을 입은 자전거팀이 오고 있었다. 너무 반가웠고, 같이 합류하여 상주로 향했다.
    해가 진 뒤에 어둠은 빨리 찾아왔고, 자전거 운행은 쉽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길을 나 혼자 갈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간다고 하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이 길이 힘들지 않은 것은 함께 가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처음 만나서 제대로 인사 한 번 나누지 않았지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받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힘들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너무 시간이 늦어져서 상주에서 모임이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결국 우리의 운행은 상주까지 가지 못하고, 화서 조금 못미쳐서 평온이라는 곳에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는 트럭에 싣고, 우리는 봉고차를 타고 정모 장소에 도착했다. 봉고차를 타고 오면서 상주 가는 길을 봤더니 길이 면에서 만만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은에서 상주 방면 고개는 2개였는데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길어서 힘들지는 않았겠지만 이후에 상주까지의 길이 꽤 길었다. 아무튼 그렇게 상주 정모 장소에 도착했다.

    총 주행거리 121. 3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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