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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8]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예술가로서의 건축가행간의 접속/문화/예술/스포츠 2024. 4. 13. 21:35
책이름: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곁이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VS 미스 반 데어 로에
지은이:천장환
펴낸곳: 시공사
펴낸때: 2013.9.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두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미스 반 데어 로에에 대한 책이다. 이들의 약간의 전기가 가미되어 있으면서 그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이 주를 이룬다. 읽으면서 위대한 건축가이지만 건축에 몰두하다보니 생활인으로서의 면모는 소홀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두 사람 모두 예술가적인 기질이 우세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1.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라이트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건축을 하게 되었는데,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지독한 마마 보이였고, 왕자병도 심했다. 누군가 옆에서 돌보아 주어야 했고, 성인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생활의 측면도 그렇지만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어린 아이같은 측면이 많았다.
라이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했고 순간적인 충동에 따라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 남들의 평가에 아랑곳없이 자신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이를 먹어 갈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에 무관심했고 비양심적이 되었으며,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렸고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면 나몰라라 하고 동망갔다. 라이트의 이러한 성격적 결함들은 나중에 때때로 그의 삶을 파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역격에 처하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건축가로서는 위대할지 모르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피곤할 것 같다. 같이 있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의 작품에 대한 설명 중 탤리에신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위스콘신의 시골 풍경 속에서 그림처럼 안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서 50여 년간 거주하면서 고치고, 확장하고, 실험하였다고 하는데, 평생에 걸친 작품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평화로운 곳에서 탤이에신의 집사가 라이트의 부인과 아이들을 살해하고 방화하는 사건도 벌어진다. 이런 비비극적인 사건을 직접 겪은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라이트 본인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것 같다. 이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히려 일에 매달렸고, 다시 탤리에신을 세웠다고 한다.
라이트는 일본에도 여러 건축물을 지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도쿄의 데이코쿠 호텔이다. 1911년에 협의를 시작해서 1916년에 계약을 맺고, 1923년에 완공되었다. 그런데, 그 때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고, 도쿄의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지만 데이코쿠 호텔만은 무너지지 않으면서 병원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다 1967년 문을 닫고, 해체되었다가 나중에 나고야 북쪽에 건축 박물관에 로비와 풀장을 재현해 놓았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 근대화가 다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라이트와 소통하면서 현대적인 건축물을 세우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 맞는가 싶은 느낌......
탤리에신 펠로십이란 것도 운영했다고 한다. 1932년에 대공황으로 건축 일이 별로 없자, 탤리에신에 학생들을 모아서 건축을 교육하는 숙박형 건축 프로그램을 말한다. 라이트를 존경하고, 배우고 싶은 젊은이들이 모였고, 그들을 가르치면서 보람도 느꼈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은 자급자족 공동체였기 때문에 건축 교육 뿐 아니라 농장에서 육체 노동을 해야 했고, 문화생활도 함께 영위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하는데,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낙수장과 구겐하임 미술관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있는데, 획기적인 디자인의 두 건축물을 보면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대단하다는 느낌 뿐이다. 그런데, 낙수장의 경우 디자인은 획기적인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 여러 번 보수를 하는 등 하자가 많았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건 또 뭔가 싶기도 하다. 유명 건축가라고 해서 맡겼더니 하자가 많으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도 허용이 되었나 싶기도 하다.
2. 미스 반 데어 로에
미스는 독일에서 태어나 건축을 하고, 바우하수스 학장까지 지냈다. 독일 시절에 그의 대표작은 바르셀로나 세계박랍회 독일관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다. 대리석 벽과 유리, 철골 기둥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공간인데, 사진만 봐도 깔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이 매력적이다. 거기다 하나 더 유명한 것이 그 안에 비치된 바르셀로나 의자이다. X자 뼈대에 안락한 쿠션의 의자는 가구 디자인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한다. 의자가 뭐 그렇게 대단할까 싶지만,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이 또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풍토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디자인만 봐도 정말 편안할 것 같다. 그러나 독일에서의 활동은 나치 집권으로 이어나갈 수 없어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판스워스 하우스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있다. 판스워스 하우스는 필립 존슨의 글라스 하우스와 비슷한데, 판스워스 하우스가 설계를 먼저 했지만, 완성은 필립 존슨이 먼저 했다고 한다. 정말 간결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이 좋은 느낌이 좋긴 하지만, 유리로만 되어 있어서 사생활을 보호하기 힘들다는 점이 좀 비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홍수가 나서 세 번이나 물에 잠기기도 했고, 이 집의 가치를 알아본 피터 팔럼보라는 사람이 꾸준히 유지 보수를 해왔지만 세 번째 홍수 후에 집에 신경쓰지 못하다가 2003년에 기금을 마련하여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현재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시그램 빌딩은 뉴욕에 지은 오피스 건물인데, 전면 광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비슷한 형태의 건물이 많아서 특별하지 않은 느낌이 들지만, 이런 비슷한 형태의 건물의 원조가 바로 이 건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각의 단순한 형태를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미스가 처음으로 이를 실현하고, 사람들이 따라한 것이다. 우리 나라의 삼일빌딩도 이런 흐름에 따른 것이다.
미스의 건축물도 예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실용성에서는 떨어지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예가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이다.
화강암으로 된 포디움은 널찍이 자리 잡은 동쪽 계단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유리 공간은 좌우대칭의 거대한 공간으로 되어 있다. 평면도를 보면, 정사각형 평면의 완벽한 천장 구조와 평면 그리드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또한 내부는 투명한 벽에 의해 모든 방향으로 무한히 확장되어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처럼 거대한 유리 공간은 예술품을 전시하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걸국 실제 공간을 사용할 때는 내부를 칸막이로 막고 전시실을 다시금 구획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든 미스는 공간 사용의 불편함에 대해 변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에게 이 미술관은 거대한 열린 공간과 구조적 투명함이 갖는 의미들의 논리적 집대성일 뿐이었다. 미스의 다음 말이 이를 증명해 준다. "이것은 정말 커다란 홀이다. 따라서 당연히 예술을 전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이러한 어려움들만큼이나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미술관을 지어 놓고 작품을 전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다. 그런 상황에서 잠재력이 많다면서 예술적 가치만을 언급하면 미술관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거장의 작품이니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1960년대에나 이런 방식이 통했겠지만 요즘에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건축가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3. 읽으면서 이 사람들이 지금 태어났으면 이만큼 대우를 받았을까 싶다. 건축가의 위상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고, 건축을 예술의 관점으로만 보고, 여기에만 매달리는 모습이 예술가로서는 훌륭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들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겠지만 그 때 만큼의 명성과 지위와 대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본다면 시대를 잘 만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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