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55] 공존하는 소설: 뉴스보다 아프게
    행간의 접속/문학 2023. 12. 5. 16:13

    책이름: 공존하는 소설

    지은이: 안보윤, 서유미, 서고운, 최은영, 김숨, 김지연, 조남주, 김미월

    펴낸곳: 창비교육

    펴낸때: 2023.09.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소설을 모은 책이다. 소설들의 결말이 이들과 우리 사회가 공존을 하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지만 이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그들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하는 역할을 소설이 하고 있다.

     

    서유미의 「 에트르 」는 지방대 출신의 알바생의 이야기이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취업이 되지 않아 서울에서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집 주인은 보증금을 올려주든, 월세를 올려주든 하라고 하는데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다. 불안정한 위치에 대한 마음, 빵집 알바 일의 고달픔, 주거비에 대한 부담 등 하루하루가 답답한 현실에 놓여 있는 인물의 심리와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결국 집을 옮기기 위해 새로운 집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대로변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었을 때 나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좀 놀랐다. 동생과 살고 있는 동네의 풍경을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 넣기 한 것 같았다.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낯선 동네의 골목이, 한참 떨어진 곳과 이토록 닮아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익숙해서 정겨운 것이 아니라 이곳도 그곳 같을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스산했다.

     

    지금 사는 곳을 벗어나도 결국에는 비슷한 곳에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서고운의 「 빙하는 우유맛 」은 언어 장애가 있는 아이의 이야기인데, 아이의 문제보다는 그 부모의 문제를 짚고 있다. 언어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교육을 고수하여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해 하는 모습까지 보이지만 부모는 변하지 않는다. 결국 사촌 이모가 수영장에 데려가서 아이와 소통하는 모습이 그나마 희망적이다. 

     

    조남주의 「 백은학원연합회 회장 경화 」는 학원가 빌딩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혼녀이자 워킹맘인 경화의 이야기이다. 경화는 수많은 고생 끝에 학원가에 유명한 빌딩에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고, 거기 학원연합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경화가 그렇게 학원 일을 하는 동안 아들은 친정 어머니가 전담해서 길러 주고 있다. 그러다 옆 건물에 치매환자 요양센터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학원가에서는 반대하게 되고 언론사까지 나와서 취재도 한다. 경화도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으로 비치는 것이 불편하지만 학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리고 연합회 회장으로서는 반대를 할 수밖에 없고,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할머니가 이상하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병원에 갔더니 치매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결국 치매 요양 병원 건립 반대 집회에서 취재를 나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화는 찬성한다는 인터뷰를 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우리가 이기적인 생각을 갖고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그 반대했던 일이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밖에 아동 학대, 독거 노인, 동성애, 여성 비하,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이야기들도 아프게 담겨 있다. 읽으면서 새롭지는 않았고, 뉴스나 여러 매체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는데, 그 상황들의 당사자들의 심리를 소설 속에서 구체적으로 접하니 뉴스보다 훨씬 아프게 다가온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