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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47, 48] 신의 궤도1, 2: 우주적 상상의 카타르시스행간의 접속/문학 2023. 10. 7. 20:43
책이름: 신의 궤도
곁이름: 1. 빨간 비행기, 2. 하얀 비행기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1.08.
미래의 우주에 나니예라는 휴양 행성에 지구인들이 개발하고, 이주를 하고 정착한 후에 생긴 일을 그린 작품이다.
1. 역사1. 지구가 코스모마파아 궤도의 테러를 받자 나니예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을 동면시킨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이행되기를 보장하는 기금을 만들어서 이행되지 않을 경우 나니예를 침공해도 된다는 계획도 수립한다. 이후에 나니예 개발을 위한 장비들도 출발하고 사람들도 바이카스 타뮤론에 태워 출발시킨다.
2. 바이카스 타뮤론에 운항하는 인공지능이 인격체로 진화하고, 목표 행성을 변경하고, 중앙통제장치 타뮤론 프리마가 손상되면서 고객들의 동면이 해제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폐쇄적인 우주선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 인간성을 버리고 살육과 식인으로 모두 멸망하고, 이들의 계약이 이행되지 않자 항성파괴 무기인 '신의 무기' 개발 프로젝트가 가동하여 나니예로 향한다.
3. 나니예에서는 나니예 주위를 도는 '신'이 관측되고, 이를 믿는 천문교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신에 바이카스 타뮤론에서 진화한 인공지능이 들어간다. 신에 도달하기 위한 우주 왕복선 발사가 수차례에 의해서 반복되고, 관리사무소의 통제를 받지 않는 남반구에서는 혁명이 봉기하여 독자적인 세력을 이룬다.
4. 나니예 관리사무소와 지난의 유목조직, 천문교가 서로의 세력을 키우면서 갈등하는 가운데 지난의 유목 조직이 관리사무소를 항복시키고 행성 파괴 무기가 가동하고, 신의 날이 도래하고, 이 날 있었던 일을 조사하는 나니예 사고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보고서를 작성한다.방대한 시간을 담은 역사인데, 소설은 위에 언급한 역사의 시간 순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4번의 내용 중 김은경의 지구 생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나니예로 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대부분의 분량은 4번 내용의 전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과거에 대한 언급이나 보고서, 회상 등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 나니예
나니예는 휴양 행성이었는데, 지구에서 숨막히는 삶을 마무리하고 남은 생을 낭만적이고 여유롭게 보내기를 꿈꾸는 이십만 명의 부자들이 공동출자한 인공낙원 개발계획의 최종 결과물이었다. 고객들은 관리사무소 직원들보다 늦게, 행성개조가 완전히 끝나고 온 하늘이 자동항법장치를 완벽하게 갖춘 비행기들로 가득 덮인 뒤에야 비로소 잠에서 깨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구의 숨막히는 삶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나니예의 항성의 생활 속의 과학 기술 문명은 1900년대 초반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날개가 두개 혹은 세개인 비행기가 다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생활 과학 기술 문명은 그정도이지만 공식화되지 않은 다른 분야의 과학기술 문명은 발전해 있을 수도 있다. 관리사무소가 이를 독점하고 있다.
자율항법 비행기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야생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이들을 길들여서 충전해서 데리고 다니는 목자들도 있고, 이들은 전투에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3. 인물
3.1 김은경지구에서 아버지의 혼외자로 태어나 인정받지 못하고 살다가 비행에 관심과 소질이 있어서 비행 훈련을 받고, 아버지의 압력으로 동면되어 나니예로 보내진다. 나니예에서는 동면에서 깨어난 후 우주왕복선 조종사로서 신의 궤도에 올라가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과학기술 문명이 진보하지 못하도록 봉인되어 번번히 폭파된다. 그러면 다시 다른 김은경이 동면에서 깨어나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은경이 신을 만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신은 은역ㅇ의 존재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가르침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에 가까웠고, 그보다는 영혼의 소리에 조금 더 가까웠다. 은경은 그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신의 음성이 심장을 가득 채우고 알 수 없는 전율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3.2 나물
신의 궤도를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여 예언자로 인정받지만, 이를 시기하는 교단의 방해로 쫓겨나서 지난을 따라 다니며 유목을 하면서 신의 궤도를 연구하고, 결국에는 김은경과 함께 우주왕복선을 타고 신의 궤도에 도달한다.
3.3 지난비행기들을 유목하면서 세력을 유지하는 인물. 나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예언자라고 인정받던 인물. 암살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냥 둔다.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가 아주 낯설지만 멋있다.
덕분에 이 조직 저 조직에서 똑똑한 놈들이 제 발로 기어들어오거든. 그렇게 한 오 년쯤 유목민으로 살고 나면 결국 우리 편이 돼. 우리 힘으로는 그 사람들을 다 교육시킬 수가 없어요. 자네만 해도 그래. 자네야말로 누구 못지않게 수상한 인물인데 말이야. 그래도 자네가 내 편이면 얼마나 좋겠어. 천문학에, 수학에, 신학에, 성지호위기사단에서 돌격훈련까지 받았다며. 그래서 일단은 두고 보는거야.
개방적이고 포용력이 있는 인물이다. 판단력도 있고.... 거기다 잘 안들린다는 능청스러움으로 위기를 자연스럽게 무마시키기도 한다.
3.4 이미은남부혁명군 미은은 지난을 암살하기 위해 지난의 무리에 잠입하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아서 오히려 어색하면서 어찌어찌하다 보니 지난의 무리에 합류하여 함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게 참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유머가 배명훈의 특성을 보여준다.
3.5 타뮤론 프리마바이카스 타뮤론의 중앙통제장치 인공지능 로봇. 항성들의 공격 직전에 바이카스 타뮤론을 빠져나가서 신의 무기 프로젝트의 중간 생성물 안으로 들어와 갇혀서 존재 폭발을 일으키고 나니예 사람들에게 신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경라기금의 행성 파괴무기를 방어한다.
3.6 히스토리오그라피아 타뮤로니안
20만명의 투자자를 동면한 채로 나니예로 향하는 바이카스 타뮤론의 모든 기록을 담당하는 인공지능 로봇. 인간들이 동면하는 동안에 있었던 모든 일을, 영상과 음향과 외부 전파 등을 활용하여 기록한다. 항성들의 공격으로 타뮤론 프리마의 영혼이 빠져나가자 20만명의 투자자를 살리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돌린 후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방식으로 재배치하고 해동시킨다. 그리고 인간들의 살인과 식인의 장면을 목격한다.
4. 형식
읽다보면 형식이 다채롭다. 신의 날 행성파괴무기를 폭파시키는 사건에 대한 보고서 형식으로 된 부분도 있고, 조사관이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형식도 있고, 갑자기 라디오 방송 사회자가 방송을 내보내는 형식도 있고, 차분하게 고백하는 형식도 있다. 이야기 자체가 방대하고 여러 군데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하는 의도로 여겨진다.
위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관리사무소장이나 천문교 사제단, 김은경의 지구 시절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읽으면서 인물들의 욕망이 선명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고, 인물이나 조직들의 관계도 변화가 많았다. 특히 관리사무소와 두 사제단의 관계는 피아가 잘 식별되지 않았다. 너무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뚜렷해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주선의 인공지능들이 나누는 대화나 상황에 대한 발상은 상상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고, 지난의 털털함과 포용력은 따뜻했다. 김은경이 첫번째부터 11번째까지 계속해서 다시 복제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고, 시간의 순서를 어디에 어떻게 끼워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 신의 날에 항성파괴무기에 맞서는 신의 날 장면은 한 방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드는 세부적인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까지 분석하면서 다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장편의 맛이니까.... 그런데 정말 다시 읽을 수 있을지는....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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