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46] 첫 숨: 세계는 참신하데 스토리는 어렵다
    행간의 접속/문학 2023. 9. 28. 01:04

    책이름: 첫 숨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15.11.

     

    1. 세계

     

    배경이 되는 첫숨 인구 60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원통 모양의 정착지. 지구와 태양과 중력의 균형을 이루는 곳에 떠있다. 주로 화성 출신들이 이주를 해왔고, 지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지구 궤도 연합과 대립각을 세웠다.

    붉은 색이던 하늘이 푸르게 변하고 이산화탄소로 가득했던 대기에 숨을 쉬어도 좋을 만큼 충분한 산소가 더해지는 과정. 그 모든 과정이 끝나고 이제 정말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신호.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더 이상 어디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호흡기로부터의 해방, 좁은 거주 구역에서의 탈출, 각종 차폐 장치를 벗어던지고 아무렇게나 살아갈 수 있게 된 데에 대한 환희. 그리고 그날이 오기까지, 때로는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곤 했던 화성인들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준 지지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

    맞숨은 첫숨의 반대편에서 돌고 있는 쌍둥이 실린더로 주로 농업시설이나 공업시설이 있다고 소문만 무성할 뿐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도 의식하지 않고 지내는 곳이다. 이 맞숨의 개발을 위해서 중력을 조정한 일이 있는데 이것이 달의 날의 기원이다. 

    맞숨은 첫숨보다 개장이 늦어서 첫숨이 완전히 도시로서 기능하기 시작한 뒤에도 주요 구조물 몇 개를 재배치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중에는 건물을 통째로 들어 옮기는 작업도 포합되어 있었는데 이 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중력을 지구 중력의 1/7까지 낮췄다고 했다. 즉, 콜로니의 자전 속도를 지금보다 훨씬 느리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쌍둥이 콜로니의 회전 속도는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므로 첫숨 정착지도 맞숨 측의 요청에 따라 그 기간동안 거의 1/7 중력을 유지해야 했는데, 우려와 달리 시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아예 매년 하루씩 날짜를 골라 일부러 1/6 중력을 재현하기로 한 것이 바로 이 달의 날의 유래였다.

    화성에는 종교도 있다.

    화성에는 독특한 종교가 있었다. 기계를 숭배하는 신앙이었다. 누가 봐도 사람이 만들어서 갖다 놓은 게 분명한 기계를.
    숭배의 배후에는 신이 놓여 있지 않았다. 즉, 신의 사도로서 얻게 된 신성함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 기계의 신성함은 구도자로서의 삶이나 운명 같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혼자 남겨진 채 구조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로 수명이 다할 때까지 황량한 사막을 끝없이 걸어가야 했던 그 철저한 외로움 때문이었다. <중략>
    그렇게 찾아낸 초기 화성 탐사로봇들은 자연스럽게 화성인들의 선조가 되었다.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명현상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서조차 전혀 다른 양상을 띨 수밖에 없는 이질적인 존재들일 뿐이었지만, 화성의 인간들은 그 기계들에게서 다른 무엇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동지애를 느꼈다. 인간이든 기계든 그들 모두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열심히 뒤져도 '아무것도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범위를 수색해볼 수조차 없으리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즉, 화성 탐사 로봇을 인간의 감정으로 살펴보고 동감하면서 자연스럽게 숭배의 대상이 되고 종교화되었다.

     

    세계를 구축하는 발상들은 참신하다.

     

    2. 인물

     

    송영: 화성 출신의 첫숨의 지도자. 

    한묵희: 달 출신 댄서. 비밀 무기와 관련된 화물 이송을 나모린으로부터 요청 받고 실제로 첫숨 회전축에 침투하여 화성 생명체를 발견했지만,  그 이후 화성 생명체는 사라진다.

    최신학: 지구 궤도 연합 내부 고발자로 첫숨에 망명하여  첫숨의 보안팀 직원.신분으로 한묵희의 대리인으로 조언하고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맞숨과 통하는 통로 발견하여 한묵희의 침투를 돕는다.

    반지업: 송영의 손자. 문화 예술 분야의 진흥에 관심 갖고 한묵희 중심의 달 네이티브 무용팀을 후원함. 나모린과 연인 관계로 추정된다.

    나모린: 나모윤 집안의 장녀로서 중재원 변호사. 반지업과 연인 관계로 추정된다. 맞숨의 비밀 무기와 관련된 첫숨주의자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묵희를 첫숨 회전축에 침투시켜 비밀 무기의 정체를 파헤치려고 한다.

    나모윤: 화성 이주 초기 화성에 대한 지원을 끊지 않고 화성인들의 생존을 도운 사람.

     

    3. 스토리

     

    스토리가 잘 잡히지 않는다. 최신학과 한묵희, 나모윤을 중심으로 비밀 무기로 접근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적인데, 이게 왜 이들의 목적인지, 이 목적을 완수하면 이들은 어떻게 변하고, 세계는 어떻게 변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동기들이 불분명하다. 작가가 어딘가에 이에 대한 힌트들을 숨겨 둔 것 같은데 잘 못 찾겠다. 실제 하지 않는 환영에 대한 이야기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SF가 구축하는 세계와 스토리를 함께 파악하려고 하니까 이게 동기가 될 수 있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혼란스럽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다시 읽을 자신은 없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