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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7]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공간의 심리학행간의 접속/인문 2023. 6. 30. 16:03
책이름: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곁이름: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지은이: 콜린 엘러드
옮긴이: 문희경
펴낸곳: 더퀘스트
펴낸때: 2016.10.
신경건축학, 심리지리학에 대한 책이다. 제목을 봤을 때 사람의 이런 심리를 일으키는 공간은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고 하면서 여러 공간들의 특성을 얘기해주는 책인 줄 알고 선택했는데, 방점이 공간에 찍혀 있지 않고, 심리에 찍혀 있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공간에서는 이런 심리가 나타나는데, 이걸 확인할 수 있는 심리 실험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는 얘기였다. 결론은 건축, 공간에 대한 책이 아니라 심리에 대한 책이었다.
1. 자연
인간은 자연의 공간에서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다. 자연의 어떤 면이 이런 심리를 가져온 것일까? 지은이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프랙털 차원과 비슷한 범위 내에 있는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를 언급한다. 그러면서 자연의 풍경을 담은 영상만으로도 사람들은 마음의 편안함을 얻는데, 이를 조금 더 발전시키면 인간은 자연을 직접 접하지 않아도 고도화된 기술적 조치만으로도 자연으로부터의 편안함을 얻으므로 자연의 필요성이 없어질 가능성도 언급하면서 걱정한다. 영화에서도 그런 상황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2. 집
미래의 집도 얘기한다. 인간이 원하는 바를 학습한 시스템이 나의 마음 상태, 몸의 상태를 파악해서 원하는 요리, 원하는 음악, 원하는 기온, 원하는 조명, 원하는 조언 등을 해주는 집을 얘기하는데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보호받고, 누군가 함께 있어준다는 느낌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시스템의 오류로 잘못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있다. 오류가 없는 기계 장치는 없으니까..... 집은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인데 이런 공간까지 이런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3. 쇼핑
쇼핑몰의 기본적인 특징에 대해서 얘기한다.
대다수 쇼핑몰에는 기본적인 특징이 있다. 우선 양끝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주요 세입자가 중심을 잡고, 그 사이에 소규모 특별 매장이 줄줄이 늘어서서 '역기' 모양을 이룬다. 쇼핑객들은 '코트'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이 주를 이루는 대규모 차고 형태로 된 시끄러운 공간이다. 푸드코트는 잠깐 머물러 허기를 달래는 공간으로,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기느라 쇼핑에 써야 할 소중한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중략>... 최근의 쇼핑몰은 방대하고 복잡해서 처음 온 사람들은 자기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로 하남 스타필드를 보면 한쪽에 신세계백화점이 있고, 반대쪽에 이마트가 있다. 롯데월드도 한쪽에 롯데백화점이 있고, 한쪽에 롯데마트가 있다. 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작은 여러 매장들이 들어와 있는 역기 구조이다. 그리고 그 안은 창문이 없어서 밖을 볼 수 없고, 조명이나 인테리어는 거울과 반사되는 표면으로 되어 있어서 공간에 대한 인지를 혼란스럽게 한다. 거기서는 상품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기분좋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옷 사러 갔다가 가방 사고, 모자 사고, 신발 사고, 악세사리까지 다 사서 나온다. 이게 다 인간의 욕망을 조종하는 공간의 노림수이다.
4. 지루함
지루한 공간과 지루하지 않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걷기 좋은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건물의 하단 3미터를 전체 외관과 다르게 바꿔도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먼저 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건물의 하단 즉 보행자들과 만나는 곳에 문이 활짝 열려 있고, 볼 거리가 있고, 먹을 거리가 있고 그러면 지루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좋은 도시의 거리는 평범한 보행자가 시속 약 5킬로미터로 이동하면서 약 5초에 한 번꼴로 흥미로운 새로운 장소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걷기 좋은 거리는 볼 거리, 먹을 거리가 많아서 심심하지 않은 거리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해서 걷는 것도 힘들다. 한편으로는 정보이론도 이야기한다. 정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걷기 힘들다. 적당한 정보가 필요하다. 조금 복잡하고, 조금 흥미로우며, 한두 가지 메시지가 담긴 장소에 머물고 싶어한다는 얘기도 있다.
5. 불안
불안 심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형태가 있다.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물건, 각진 형태들에 대한 불안이 있다. 그 다음으로 소음이 있다. 적당하지 않은 지나친 소음은 정신을 사납게 해서 불안하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불안이 있다. 수렵과 농경 사회에서는 모두가 공동체로서 신뢰가 쌓여 있는 상태라서 타인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밀도 높은 도시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접하는 것은 불안한 요소이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과 접점이 많은 공간, 유대감이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간은 불안하다.
6. 경외
경외감은 놀라움과 두려움이다. 이 감정을 이야기하면서 아폴로 8호를 타고 달 주위를 돌다 우주 속의 푸른 지구를 촬영한 우주인의 감정을 예를 든다.
경외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 경외감이란 '놀람과 두려움의 독특한 조합'이다. 그러나 조망효과를 경험한 우주비행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경외감에는 초월적인 요소도 들어 있다. 이런 경험은 우리를 신체 공간이라는 좁은 경계 밖으로 데려가 우리의 존재가 단지 연약한 유기체로 된 껍질 속에서 뛰는 심장만은 아니라는 믿을 준다. 우리에게 무한성이라는 감각이 생기면서 우리를 담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갑자기 모두 무너진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다. 경외감은 우리를 유한한 신체 밖으로 꺼내서 시간과 공간이 무어진 무한의 영역으로 던져넣는 감각이라는데 이를 실제로 느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거대한 자연, 거대한 건축물들을 접하면서 이런 비현실적인 느낌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런게 좀 비슷할 것 같다. 이집트의 피라밋이라든가, 카파도키아의 자연이라든가.....
7. 기계 속의 공간: 1인칭 시점
우리는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나'라는 존재는 '나' 스스로가 조종하고, 고유성을 획득하고, 나만의 감각으로 느끼고 살아간다. 그런데,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고 '나'가 다른 존재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고, 조종하고, 느끼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심리를 더 내밀하게 연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나만의 고유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공간에 방점이 안 찍히고, 심리에 방점이 찍혀서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외에 또 아쉬운 게 있다면 번역투 문장이 걸리적거리는 느낌도 들었다. 좀 더 우리말답게 했으면 더 쉽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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