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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18] 우리는 SF를 좋아해: 작가의 깊이를 보여주는 질문은 쉽지 않다
    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3. 5. 27. 18:23

    책이름: 우리는 SF를 좋아해

    곁이름: 오늘을 쓰는 SF 작가 인터뷰집

    지은이: 심완선

    인터뷰이: 김보영,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정세랑

    펴낸곳: 민음사

    펴낸때: 2022.02.

     

    SF 작가 인터뷰집이다. 현재 대표적인 SF 작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해서 읽게 되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뽑아 보았다.

     

    1. 김보영

     

    SF와 판타지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새뮤얼 딜레이니가 말했잖아요. "판타지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루는 장르고, SF는 일어나지 않은 일, 하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다루는 장르"라고. '일어날 수 있다'는 그 지점이 얼나나 매력적이에요.

     

    SF와 판타지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했었다. 둘 다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김보영이 인용한 말을 생각해 보니까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SF를 쓰기 힘든 환경일 때부터 글을 써왔는데 지속적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을 때, 작가는 무위를 이야기한다. 무엇을 얻으려고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무위로 쓴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쓴다고. 왜냐하면 내가 쓰는 소설은 출간도 못 하고, 아무도 읽지 않을 것이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확신이 분명했는데, 그런데도 쓰겠다는 생각으로 썼으니까요. '여기에 낭비한 시간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질 것이 분명하더라도 써야겠다.' 그게 그때 내린 결론이었어요. 내가 소설로 무엇을 얻으려 했다면 한 줄도 쓰지 못했겠지요. 

     

    무위로 쓴다는 생각을 할 정도면 그 생각에 도달하기까지 작가가 견뎌야했던 시간과 그 시간동안의 고통스러움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무위는 한 순간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힘든 과정을 다 겪고서 내려놓는 마음처럼 갖게 되는 것이니까.

     

    2. 배명훈

     

    SF 작품에 대한 비평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비평이 필요한 이유는 여럿 있지만, 특히 제가 불편하고다고 느끼는 점이 있어요. 누가 공을 들여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 궤적을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요. 일반 독자들이 작가의 과거 작품까지 살펴볼 의무는 없잖아요. 하지만 평론가, 비평가는 작가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리하고 풀어 쓰는 사람이고요. 작품을 전문적으로 살피는 사람은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쭉 보겠죠. 그런 관찰이 있는지 없는지는 큰 차이가 있어요. 업계가 형성되려면 관찰과 기록이 꼭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제가 어떤 작가인지 사람들이 모른다고 느껴요. 데뷔한 지는 오래됐잖아요. 15년이 넘었어요. 꾸준히 책을 내고 있고요. 그런데 "문단과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활동을 한 작가"말고는 저를 말하는 표현이 없어요. 작가와 작품을 정리하고 판단하는 작업이 쌓여야 한느데, 안 쌓여 있어요. 

     

    비평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기 쉽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궤적을 정리하고, 좌표를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런 얘기도 한다. 비평이 있으면 작가가 다음 단계로 갈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 존재의 다음 얘기를 해야 한느데 비평이 없으면 존재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작가가 노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상에 앉아서 집필을 하는 것만 일처럼 보이고 나먼지는 다 노는 것처럼 보인다. 노는 것처럼 보여도 이것저것 계속 생각하는 과정이 다 창작의 일부인데말이다. 친구들도 시간 많지 않느냐고 말하는데, 실상은 시간을 조정할 여지가 많은 것이지 빈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정말 작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리듬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자신의 글이 만들어지는 리듬을 알고, 그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을 유지하는 것. 이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도 작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실.

     

    SF 소설에서 과학적 고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작가는 다른 견해를 보여준다. 과학적 고증이 잘 된 작품을 예시를 보면 사회과학적으로는 틀린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주제국이나 지구 연방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한다. 통제력이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봉건제라면 몰라도.

     

    하지만 다들 그냥 넘어가죠. 과학 부분도 그렇게 틀려도 되지 않나 싶어요. SF에서는 과학적으로 정확한지가 아니라, 틀린 과학을 통해 작가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지가 중요하잖아요.

     

    방점을 과학적 사실 여부로 찍으면 그건 과학 논문이겠지만, 이건 소설이지 않은가. 작가의 창작 의도가 있는.... 과학적 오류가 독자들에게 주제와 재미를 전달하는 데에 치명적인 방해물이 되지 않는다면 작가가 만든 세계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3. 정세랑

     

    평론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이야기한다.

     

    평론으로 다뤄지면 보통 출판사에서 보내 주시곤 해서 꽤 읽은 것 같아요. 작품을 소재로 하긴 해도 평론은 완전히 독립적인 장르라, 거리를 두고 읽습니다. 그다음 작품을 쓸 대 시야각을 넓힐 수 있으면 기쁜 일이고, 그렇다고 또 너무 영향을 받아서도 곤란하고요. 거리감을 적당히 두고, 좋은 평론의 뼈대가 되는 명료한 사고방식을 접합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참고할 것은 참고한다는 얘기이다. 리뷰는 어떨까? 경력 초반에는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반응이 천차만별이라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보지 않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노출이 늘수록 악의적인 괴롭힘도 많고.... 그래서 댓글란을 방치하거나 제목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뽑는 매체에는 작품 게재나 인터뷰 등을 피한다고 한다. 

     

    아울러 작품 속 인물의 성비가 일대일이 아니면 공격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이의 영향으로 방어적으로 인물의 성비를 일대일로 쓰는 습관이 있었다고도 한다. 이런 미개한 공격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니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나서 아쉬운 점은 두 가지였는데 내가 아는 작품들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는 이야기, 창작 과정의 뒷 이야기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내가 읽은 작품보다는 안 읽은 작품들에 대해서 얘기가 더 많아서 아쉬웠다. 나중에 안 읽은 작품들을 찾아 읽고 다시 상기시켜봐야겠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작가들의 생각을 충분히 끄집어내지 못한 부분이 좀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들의 대답이 단답식까지는 아니지만 좀 짧은 대답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은 대답이 그정도만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질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공통질문이었던 추모하는 죽음에 대한 질문과 대명사 '그/그녀'에 대한 질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질문이 작가의 독자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 않다면 비슷비슷한 답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서 아쉬웠다.

     

    읽기 전에 기대가 있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작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보여줄 것이라고.....  인상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쉽다. 작가 인터뷰가 쉽지 않고, 그 인터뷰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조금 더 작가의 깊이를 드러낼도록 하는 질문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다. SF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가운데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기획이었고, 좋은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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