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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5] SF 작가입니다: SF 작가의 애환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3. 6. 22. 23:44
책이름: SF 작가입니다
곁이름: 딴 세상 사람의 이 세상 이야기
지은이: 배명훈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20.02.
SF 작가 배명훈이 쓴 에세이다. SF 소설에 대한 생각, SF 작가에 대한 생각, SF 소설 속 세계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SF 소설에 대한 생각은 SF 소설이 실용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소설 상 상황이 현실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공상과학"이라는 용어의 부당함 등을 얘기하고 있다. SF 작가에 대한 생각에는 언제부터 정식 작가라고 인식하고 있느지,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 작가의 말을 쓰는 어려움을 얘기한다. SF 소설 속 세계에서는 작가의 이름의 중요성, 현실의 괴로움을 소설로 쓰기 등을 얘기한다. 그 중 인상적인 부분들을 인용해 본다.
한국의 SF 작가들이 소설 속 배경을 한국으로 하고, 주인공을 한국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한국과 한국인이 우주적 이벤트를 감당할 만한 공간도 아니고, 인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작가들은 이것을 꾸준히 해내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국과 한국인이 지구를 대표해서 우주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이 어색하지 않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가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줄은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요새는 K-컬쳐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고 있어서 한국 SF도 세계로 가지 않을까 싶다.
배명훈 작가는 외교학과를 나왔고, 대학원도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그런 사람이 굳이 SF 작가가 되었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지은이는 SF 소설을 쓰는 데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가령 우주 전쟁을 한다고 했을 때 전쟁이 원인, 전쟁의 진행 양상, 전략 수립 등 이야기의 기반에 깔려 있어야 하는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개연성 있게 풀어나갈 수 있다. 과학에 무게를 두지 않고 정책과 전쟁, 제도 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하는데, 이걸 너무 못 쓰면 작가로서 위신이 안 서고, 너무 잘 쓰면 본 작품이 주목 받지 못하니, 잘 쓰지도 않고, 못 쓰지도 않으면서 적절히 써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작품의 맥락이나 관련자료를 기록하듯 설명하는 방식으로 쓴다고 한다.
읽으면서 역시 배명훈 작가의 가벼우면서도 따지고 보면 진지한 말투가 재미있게 느껴졌고, 일반적인 작가가 아닌 SF 작가로서의 특수한 애로점이나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글 속에 등장한 작품들을 반 이상은 읽어보았는데 나머지 반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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