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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9]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소설가를 조금 알 것 같다행간의 접속/에세이/인물 2023. 7. 15. 13:25
책이름: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지은이: 장강명
펴낸곳: 유유히
펴낸때: 2023.02.
우리가 막연히 소설가는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확실하게 깨뜨려주고 소설가의 일상과 생각을, 그리고 출판계와 문학계의 뒷 이야기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책이다. 채널예스에 실린 칼럼들을 모아서 냈는데 칼럼을 쓸 때와 책으로 만들 때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진행된 일이나 추가로 더 생각한 것들을 각 글의 뒤에 덧붙임으로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뽑아보았다.
1. 집필실
지은이는 아이가 없고, 아내는 직장을 다녀서 집에서 집필을 하는데 에어컨이 고장나서 할 수 없이 집필실을 구해야 하는 사정이 되었다. 그러면서 집필실에 대한 얘기를 한다. 따로 집필실을 구하는 경우도 있고, 기업과 문화재단, 지자체의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도 있다고 한다. 나는 개인이 구하는 경우만 생각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문학 작가 뿐 아니라 미술가를 대상으로도 많다고 한다. 음악가는 별로 없고.... 음악은 시각적으로 실물로 성과물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도 한다. 결국 작가는 원주의 토지문학관에서 집필을 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다른 문인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렸냐 하면 그건 아니고...... 모두 내성적이고, 문학은 개인 작업이라서 간단한 소통만 있었지 왁자지껄은 또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러나 들어오는 작가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지은이가 들어갔을 때에는 그렇다고 한다.
2. 학술대회와 문학 포럼
학술대회와 문학 포럼에서의 지루함을 얘기한다. 이런 행사에서 우리는 학자나 작가들이 자신들의 논리로 열띤 토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미리 써온 원고를 무미건조하게 읽고 끝내는 방식이다. 질문들도 별로 없고, 어떨 때에는 이런 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하는 이유는 업계 관계자들의 교류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여기에 이렇게 있다는 것을 알리는 생존 신고 같은 것도 있고...... 지은이는 일종의 연극이라고 하는데 그 연극이 좀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3. 주제와 의도를 말할 수 없는 소설가의 갈등
어떤 행사나 인터뷰 등에서 작가들은 작품의 주제, 혹은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기에 대해서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면서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맞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질문자에 대한 무례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작가의 고민을 얘기한다. 주제를 명확한 문장으로 정해놓고 집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쓰면서 정하는 경우도 있고, 한 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풀어서 얘기하자니 너무 길어지고.....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해서 알려주지만 그게 딱 맞는 것 같지도 않고..... 작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런 질문하지 말고 작품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주제 찾고, 작품을 즐기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다.
4. 문학 출판계와 영화 드라마계
작품을 발표하면 출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업계 사람들하고도 만나게 되는데, 문학 출판계 사람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문학 출판계 사람들은 메이저 출판사라도 다른 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사람들이 책을 안 읽고, 이런 분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묘책도 없어서 패배주의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영상업계 사람들은 도전적이고 씩씩해서 신선하다고 한다. 국내에서 머물 생각 없고, 아시아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야망들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 작가로서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소설은 소설답게 써야 한다는 결론을 낸다. 소설은 소설이니까.....
5. 전문가 코멘트
연재하는 칼럼이 있다보니까 칼럼 내용과 관련 있는 사회 현상이나 문제에 대한 견해를 부탁을 받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 지은이는 자신이 기자로 일할 때의 장면을 떠올린다.
돌이켜보면 기자 시절 내가 비슷한 부탁을 여러 사람에게 수없이 했더랬다. 기자들 스스로 한국 언론 한심하다고 한탄하면서 절대 못 고치는, 오랜 관행이다. 전문가 코멘트를 따서 기사 말미에 해법이랍시고 뻔한 소리 늘어놓는 거. 새로워 보인다 싶은 사회현상에 여러 전문가 멘트를 더덕더덕 이어 붙여서 분석 기사를 뚝딱 만들어내는 거.
그런 요청을 질색하는 학자도 있고 이름 알릴 기회다 싶어 반기는 이도 있다. 후자의 명단은 기자와 방송작가 사이에 자연스럽게 퍼진다. 사회학, 심리학 같은 분야의 교수들이 가장 환영받는다. 학위는 없지만 문화평론가, 사회평론가, 시민 단체 간부나 활동가 같은 직함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 비꼬는 이들로부터는 '온갖 문제 전문가'라고 불리기도 한다.정말 그렇다. 대안을 그렇게 쉽게 말로 할 수 있으면 그게 대안인가? 말장난이지.....
6. 작가들의 친교
작가들끼리는 사적으로 얼마나 친할까? 작가 입장에서는 시시콜콜한 문제이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나름 흥미있는 얘기거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통 사람들과 똑같다. 친한 사람하고는 친하고, 안 친한 사람들하고는 안 친하고..... 친한 사람이 많은 작가가 있고, 안 그런 작가도 있고.... 보통 문학 행사에서 만나서 인사하고 나이가 비슷하거나 생각이 비슷한 경우에 소통하면서 친해지는 것. 나누는 얘기도 비슷하다. 집필 공간 어디가 좋은지, 외국 문학 포럼은 어떤지, 누가 2차 판권 계약 어떻게 했는지 등등.... 그 중에서도 같은 소설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또 따로 있단다.
소설가에게는 독자와도, 편집자와도 나눌 수 없는 대화 주제가 있다.
"저 이번 책 쓰다가 아주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안 써져서."
이런 말은 다른 소설가 앞에서밖에 못 한다. 독자 앞에서 하면 허세 부리는 것 같고, 편집자 앞에서 하면 응석 부리는 것 같다.그게 그럴 것 같다. 정말 힘든데..... 알아주는 사람은 동료밖에 없는 상황...... 그것도 마음이 맞아야 하지만.....
7. 작가들의 피해의식
작가들이 피해의식이 있다고? 믿어지지 않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그럴만 하다. 작가들은 다들 아웃사이더이고 비주류라 생각하고, 문단이 자기 싫어한다고 한다. 거기다가 자신을 저격하는 글이나 SNS를 보면 심해진다. 사례를 보면 블랙코미디다.
소설 쓰는 사람들의 동네가 좁기도 하고, 말 많은 사람들이 많기도 하여, 그게 당사자 귀에도 들어간다. A가 '서로 페친, 트친도 아니고 이름도 안 썼으니 검색 못 하겠지'하고 소설가 B에 대해 쓴 푸념에 대해 C가 '누가 누구 저격했네'식으로 까발리며 해설을 올리기도 하고, D가 B에게 "이건 작가님도 알아두시는 게 좋겠어요"하고 화면 캡쳐를 보내기도 한다. 씩씩대는 B에게 A가 켕겼는지 미안해졌는지 "잘 지내시죠? 늘 응원해요"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이 사정을 모르는 편집자 E가 B에게 A이 새 책 추천사를 부탁한다.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작가들은 왜 이런 피해의식이 있을까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작품이 기대만큼 평가받지 못하면 스스로 묻는다. '내가 정말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나한테 능력이 있나?'등의 생각하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음모론에 빠지기도 한단다. 창작 작업이 혼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교류가 적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이렇게 되기가 쉽다고 한다. 모든 작가들이 다 우울증은 아니지만 이런 피해의식은 모든 작가들, 한국 작가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작가들이 다 갖고 있다고 한다. 작가가 되면 이런 것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한다.
8. 복잡한 계약
예전에는 계약이 복잡하지 않았단다. 인세에 대한 얘기만 하면 되니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저작권, 인세 외에도 파생 상품이나 수익에 대한 얘기들까지 포함한다. 웹드라마, e-러닝, 캐릭터 상품, 작품 제목, 부제의 상표 등록, 오디오북, 영상화에 대한 권리 등이 적혀 있는 계약서를 보면 글만 써온 사람들이라면 입장에서는 설명을 들어도 모를 것 같다. 매번 해오면 익숙해지겠지만..... 그래서 작가들도 매니지먼트 회사에 속해 있으면서 계약이나 판권에 관한 사항을 맡기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스케쥴 관리도 맡기고..... 작가가 글 잘 쓰는 것 외에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 같다.
9. 출판 계약 해지
지은이는 출판 계약 해지를 두 번 했다고 한다. 한 번은 영세한 장르물 출판사 대표가 자신이 인터넷에서 저격을 당할 것 같으니 해지하려면 하라고 했지만 해지 않고 출판했지만 결국 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되어서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이고, 다른 하나가 좀 문제인데 계약금, 인세 지급 누락, 오디오북 무단 발행, 판매 내역 비공개 등을 사유로 해지한 경우이다. 다른 출판사들도 이런 문제들을 조금씩은 갖고 있지만 두 번째 경우의 출판사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년 넘게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였고, 돌아오는 대답이나 자료들도 부실하고 성의가 없었다고 한다. 판매 내역이라고 보낸 것이 몇 부에 얼마라고 한 줄이었다고 한다. 출판사가 정말 일하기 싫었나보다. 능력이 없었거나. 이 내용을 읽고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내가 읽었던 책의 출판사였다.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잘 내놓고서 왜 그렇게 일하는지 안타깝기도 했다.
10. 출판사의 수정 요구
출판 해지와 관련한 위의 글 뒤에는 덧붙인 글이 거의 본문만큼 있는데, 내용은 창비가 신경숙의 표절을 옹호했다는 내용을 빼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칼럼이고 다 알려진 사실인데 빼야 할 이유가 없다며 거절하자 창비는 이 책의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 책이 창비에서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 문제 때문에 계약 해지를 하고 지금의 출판사에서 하게 되었다고 한다. 계약 해지에 관한 칼럼 때문에 계약 해지를 한 경우이다. 작가 참 고달프다. 출판사는 딱하고......
그밖에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추천사 요청 들어오면 솔직하게 쓰되 안 실어도 무방하다고 하기, 강연료나 원고료 입금이 늦으면 정확하게 확인하기, 마케팅을 위해 홍보 동영상 촬영, 굿즈 만들기, 북토크, 친필 싸인 등 별걸 다 하기, 좋은 편집자는 작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작가에게 위치와 지향을 알려주며 작가 도와주기 등의 내용들도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소설가에 대해서 소설가의 일상과 생각, 출판계와 문학계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었고, 장강명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서 재미도 있었다. 글도 시워시원하고.....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다를지, 혹은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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