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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 떨리는 손: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를행간의 접속/문학 2023. 4. 7. 22:35
책이름: 떨리는 손
지은이: 김창규, 이명현, 이은희, 이종필, 정경숙
펴낸곳: 사계절출판사
펴낸때: 2020.02.
과학자와 과학 크리에이터, 과학 관련 작가가 쓴 SF소설집이다.이은희의 「떨리는 손」은 반전이 있는 작품이다. 부부 중 한쪽의 임신과 출산, 육아의 고충을 다른 한쪽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법이 만들어졌고, 기술의 발달로 남자도 수유를 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을 그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쪽보다 자신이 더 희생하고 있다고 갈등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이런 인간들의 모습이 사실은 외계 생명체가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것이었다. 인류가 멸망한 뒤 외계인들이 인간의 DNA를 발견하고 이를 복원하려고 하는데, 무턱대고 복원하는 것보다 가상의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복원한 후에 복원할 가치가 있으면 복원하는 것이고, 아니면 폐기하는 것인데, 가상으로 복원해 보니 복원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면서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평가의 내용은 임신, 출산,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두고, 아이들의 성장에 부모의 희생이 필요한 문제점을 들면서, 잉여시간과 여분의 자원이 없어서 더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멸망의 원인으로 지능의 발달로 지나치게 편중된 임신, 출산, 육아의 불합리성을 깨닫고, 출산률이 떨어져서 멸망하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지금의 저출산과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외계인을 끌어들여서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는 시각이 흥미로웠다.
김창규의 「고리」는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해서 그 사람을 죽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지키는 또 한 사람,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주는 사람의 이야기인데, 알고보니 이들이 모두 외계 존재라는 이야기이다. 전개가 좀 급박스럽기는 해도 전문 작가라서 그런지 독자를 끄는 힘이 있다. 단선 구성이 아니라 복선 구성으로 이 두 갈래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하게 만들고 연결의 지점을 제목처럼 고리로 연결시키고.... 설명이 좀 길어서 김이 좀 새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보다는 재미있다.
이종필의 「동방홍 원정기」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현실에 똑같이 재현되는 현상을 인식하고 다중 우주와 연결시키는 이야기인데 역사와 과학이 결합되어 훨씬 이야기가 풍부해졌다. 지은이는 과학자이지만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사람인 것이 느껴졌다.
소설은 아무래도 이야기이기 때문에 과학적 지식을 풀어놓는 수준을 넘어서는 사건의 구성과 템포, 인물의 심리 등이 잘 짜여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미숙한 측면이 보였다. 전문적인 작가만큼의 완성도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인 전문성은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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