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책 5] 목소리를 드릴게요: 미래의 시선으로 현재를 풍자하다
    행간의 접속/문학 2022. 4. 8. 20:39

    책이름: 목소리를 드릴게요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아작
    펴낸때: 2020.1.

    미래의 상황을 그린 정세랑의 SF 소설집이다.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의 우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재미있고, 그 발상이 독특해서 또 재미있다.

     

    「11분의 1」은 10명의 남자 선배와 1명의 여자 후배가 있는 동아리 출신들의 이야기이다. 여자는 한 남자 선배를 짝사랑했지만 말은 못했고, 시간이 흘러 다른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동아리 출신들이 모두 모였으니까 남아프리카로 오라고. 여자는 짝사랑 선배도 올 줄 알고 갔지만 그 선배는 암으로 죽기 직전에 냉동보관되었다. 그리고 동아리 선배들은 여자 후배에게 솔루션을 선택하게 한다. 후배는 어이가 없었지만 짝사랑 선배를 위해 선택을 하고 결국 선배는 깨어난다. 그리고 둘은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데, 사랑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 처해도 상관없다는 귀여운 연애관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살짝 풋풋하다.

     

    「리셋」은 외계에서 온 대형 지렁이들의 침략으로 인류는 멸망하고 생존한 사람들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생존을 위해 북극의 종자보관소를 향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걸어서 가고, 그 과정에서 지렁이들에 대한 연구도 하면서 이들을 피해 어떻게 생존할지도 고민한다. 그리고 지하세계를 건설하여 거기서도 살고, 사막에서도 살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가려는 끈질긴 생명력을 얘기한다.

     

    「리틀 베이비블루 필」은 치매약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없고, 현상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치매약의 부작용은 3시간 동안 기억력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경쟁이 치열한 지역의 수험생들이 이 약을 먹게 되고, 교육당국은 징계와 처벌을 얘기하지만 안 먹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꼴이다. 결국 모든 시험을 오픈북으로 치르는 교육개혁이 시행된다. 아울러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논구술 시험 등 기억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수업과 평가들이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는 현재의 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가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다. 

    그리고 배우들이 대본 암기를 위해 약을 먹지만 연기력은 떨어지고, 영상기기 산업은 약으로 추억을 기억하는 바람에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영화를 볼 때 약을 먹어서 그 영화를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하게 하기도 했다. 고문하는 사람들은 약을 먹여 고문을 해서 고문의 기억을 지속시키는 잔인성을 보였고, 수사관들은 약을 먹었을 때 사건을 목격한 증인들의 완벽한 증언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그렇게 바뀌는가 싶지만 세상은 차츰차츰 다시 돌아오고 변한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인간의 욕망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현상만 변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전에도 거대한 회사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동시에 망쳤고, 매번 해결책 대신 미봉책을 택했으며, 사람들은 시대가 흘러가는 진행방향의 굵은 화살표 위에 앉아 불행의 원인을 쳐다보지 않았다. 괴로워하며 더 괴롭게 만드는 액체를, 고체를, 기체를 삼켰다.
    작은 하늘색 알약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고 동시에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목소리를 드릴게요」는 괴물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몰아넣은 수용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괴물 같은 능력이란 살인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목소리를 가졌다든지, 생각을 이식하여 같은 생각을 하게 한다든지, 중독이나 감염을 시킨다든지, 시체를 파먹는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수용소라고 해서 감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갇혀있다는 것만 빼면 휴양지나 다름 없다. 그 안에서는 편안하게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거의 다 할 수 있다. 사건은 괴물이 아닌데 괴물이라고 잘못 판정된 여자를 탈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성대제거술을 하고 수용소 밖으로 나가서 탈출시킨 여자에게 고백을 결심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사람들에게, 사회에 피해를 줄 것 같은 괴물들이 인간애로 뭉쳐서 인간을 살린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그밖에 「7교시」에서는 미래의 시각으로 현재의 야만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신선한 발상으로 미래를 그리면서 현재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것이 재미있다. 무엇보다 무겁지 않아서 좋다.

     

     





    .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