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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6] 팬데믹: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행간의 접속/문학 2022. 4. 14. 10:11
책이름: 팬데믹
곁이름: 여섯 개의 세계
지은이: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20.09.
코로나19가 우리의 삶과 생각을 바꿔 놓자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소설적 상상력을 모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SF 작가들에게 원고를 청탁한 것 같았고, 6명의 작가가 작품을 발표하였다. 팬데믹 이후의 미래 모습을 다룬 것들이 많았고, 소설 속 환경은 밝지 않지만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담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듀나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지구는 낮이 있는 지역과 밤이 있는 지역, 그리고 중립적인 바다로 나뉘어지고, 사람들은 중립적인 바다에서 고래 위해서 생존한다. 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래가 아니라 작은 생명체들이 결합한 존재인데 결합의 규모가 커서 움직이는 섬인 것 같았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마을을 이루면서 농사도 짓고 건물도 짓고 살아가는데, 결합한 생명체들 중 일부가 수명을 다하면 떨어져 나가는데, 그러면 사람들도 다른 고래로 옮겨간다. 주인공 일행은 고래를 구하지 못해 뗏목을 타고 방랑하다 빙산을 만나고 빙산 안에서 과거의 유물과 조상을 만나는 데에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야기 속 과거의 유물과 조상은 어쩌면 우리들인지도 모르겠고, 고래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지구가 점점 파괴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김이환의 「그 상자」는 전염병으로 통제된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전염병에 감염되면 혼수상태를 겪고, 이를 이겨내면 면역력이 생겨서 외부 활동이 가능하지만 이겨내지 못하면 죽거나 안락사를 당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집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민준은 감염되지 않았고, 부모님이 감염되어 병원에 있지만 깨어나지 못한 상태이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생필품을 전달하거나 치안과 소방, 응급 상황에 대한 보조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다 민준도 감염이 되고, 면역력이 생기자 자원봉사를 하게 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한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자원봉사자들은 봉사도 하지만 때로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법적인 일도 하는 등 사회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모가 감염되어 혼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을 버리고 자원봉사자 석현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이 작품은 결말보다는 변화된 사회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자원봉사하는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았다.
배명훈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미래의 언어 변화에 대한 작품이다. 미래의 언어는 자음 중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하나도 없이 예사소리로만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소설 작품도 그렇게 쓰여있다.
동과해봐야 논문을 슬 자격이 주어지는 것 말고는 아무 혜댁도 없다는 말이다
통과해봐야 논문을 쓸 자격이 주어지는 것 말고는 아무 혜택도 없다는 말이다.아래와 같이 써야 하는 문장을 위와 같이 써서 독자들이 읽을 때 신경써서 읽어야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p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b가 들어가 있고, t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d가 들어가 있다.
내용은 역사학도가 과거의 생활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 격리실에서 과거의 자료 속에 파묻혀서 일정 기간 동안 연구만을 해서 논문을 쓴다는 것인데, 그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2020년의 언어를 보고, 그리고 침 뱉는 행위에 대해서도 기겁을 한다.
이 작품도 결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보다는 미래의 삶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다른 작품들도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는데, 인물들의 욕망이나 지향이 크지 않아서 극적인 맛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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