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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4]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30대의 조건
    행간의 접속/문학 2022. 3. 26. 13:51

    책이름: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

    지은이: 김미월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9. 10.

     

    모르던 작가였는데,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되었다. 무거운 듯 하면서도 깔끔하고, 분명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인상적인 작품들이 있어서 뽑아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까지 세 시간」은 혼자서도 여행을 잘 다니는 사람이 불현듯 외로움을 느끼고, 함께이고 싶은 마음의 변화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젊었을 때에야 자유롭고 싶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의 삶을 즐길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혼자의 삶을 즐길 수 없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재정립시키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외계 행성이 지구와 충돌을 해서 지구의 종말을 올 것이라는 뉴스 속보를 접하고 종말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어떤 사람은 가족들을 찾아 나서고, 어떤 사람들은 늘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누구든 자신의 생각대로 어떤 선택을 하는데 무엇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그 가운데에서 주인공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내일 죽는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죽기 전까지 매 순간 모든 행동이 부질없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직 살아 있는데도 세상의 의미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정말 그럴 것 같다. 뭘 하려고 해도 어차피.... 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뭘 할 수 없는 상황... 그래서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더 불안하기만 해서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은 대학 때 작문 과제 중에 지구 멸망 때 무엇을 할 것이인가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짝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겠다고 썼던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짝사랑 동기는 이제 같이 취업 준비를 하고 있고, 정말 지구 멸망의 순간을 함께 하고 있어 작문 내용이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 동기는 작문 속 짝사랑이 자신인지 알아들었을지를 궁금해 한다. 그러면서 소설은 끝난다.

     

    지구가 종말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너무 거대한 문제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 그저 자신의 삶 속에서 가장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을 할텐데.... 의미 있는 것들이 과연 그 때에서도 의미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는 결혼한 유부남이 우연히 옛 애인을 만나서 선물을 받았고, 그 선물을 계속 가질 수 없어서 옛 애인의 선물로 바자회를 여는 행사에 물품을 기부하는 이야기이다. 남자는 옛 애인으로부터 48색 크레파스를 받았는데, 그녀가 그에게 그것을 선물한 이유는 그가 그녀에게 예전에 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준다. 가난한 소년은 그림을 잘 그렸지만 크레파스가 없었고, 부자였던 반장은 그와 크레파스를 같이 쓰기 싫었지만 선생님이 같이 쓰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같이 쓴다. 하지만 소년이 한 색깔의 크레파스를 잡으면 자신이 쓸거라면서 번번히 방해한다. 결국 소년은 어울리지 않는 색깔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런 유니크함이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수상을 하게 된다. 그러자 반장은 소년의 수상은 자신의 크레파스를 사용해서 받은 것이므로 상품으로 받은 크레파스는 자신의 것이라면서 가져간다. 그 얘기를 들었던 애인은 그 얘기를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만났을 때 그에게 크레파스를 선물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 남자는 그 소년이 아니었고, 반장이었다. 결국 작가는 애인과 마음을 나누지 못한 남자의 아쉬움을 그리고 있다.

     

    「2월 29일」은 약간 환상적이면서 상징적인 소설이다. 여행의 스타일이 다른 두 남녀가 있다. 여자는 계획파, 남자는 충동파... 어느날 남자가 충동적으로 여행을 제안했고, 여자는 어쩐일인지 받아들인다. 충동적으로 계획없이 떠난 여행은 역시 돌발상황을 맞이했는데, 숙소가 없었다. 그러다 현지인이 소개해준 섬에 있는 리조트에 숙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섬의 리조트에 들어간다. 그 곳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고, 시설도 완벽했고, 음식도 훌륭했고, 서비스도 완벽했고, 날씨도 완벽했다. 집보다도 편안했다. 단지 자신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날은 2월 29일이었고, 두 사람은 4년 후 2월 29일에 다시 오자고 약속한다. 그러나 2년 후에 두 사람은 헤어지고 약속한 4년 후의 2월 29일에 여자는 혼자라도 그 곳에 가고자 했으나 지독한 몸살로 가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거래처와의 미팅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공식적인 미팅을 끝내고 지난 섬 얘기를 물었는데, 남자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은 섬으로 여행을 간 적도 없고, 담배를 피운 적도 없다고 말한다. 거짓말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자가 경험했던 사랑과 추억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리고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

    사랑을 하고 헤어진 사람들에게 추억은 다르게 적히고, 잊혀진 것으로 여겨진다.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이 되는 비극성을 극단적으로 상정하고 환상적으로 그린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밖에 다른 작품들도 괜찮았는데, 모두 30대의 일상과 변화를 그리고 있다. 30대라고 뭔가를 안정적으로 쌓아가야 하는 시기이지만 오히려 상실해 가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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