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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5]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이 그냥 묻어 있는 소설행간의 접속/문학 2021. 5. 29. 22:22
책이름: 시선으로부터,
지은이: 정세랑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20.06.
심시선이라는 여류 화가 겸 수필가의 10주기를 맞아 그 자식과 손주들이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내는 이야기이다. 한국에서와 같은 제사상이 아니라 하와이에서의 제사상에는 심시선을 기억할 수 있는, 혹은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떤 것을 각자 돌아다니면서 찾아서 올리는 것으로 한다. 가족여행이지만 숙소만 같이 쓰면서 아침, 저녁만 같이 먹고, 하루종일 알아서 돌아다니는 자유여행이다. 이 발상의 자유로움.... 파격적이다.
1. 구성에 대해서
심시선을 드러내는 방식은 생전에 그가 썼던 글과 인터뷰, 다큐멘터리 영상 등에서 남겼던 말들을 각 장의 앞 부분에 실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각 장은 그의 자식과 손주들이 하와이에서 제사상에 올릴 것을 찾아다니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욕망과 고뇌, 미래의 지향 등이 나타나 있다. 이를 통해서 이들이 심시선의 영향을 받아서 성장하고 살아갔음을 보여주고, 그들의 삶이 남들이 봤을 때에는 독특하게 보일지라도 의미 있는 삶일 수 있다는 것을 응원하고 있다.
심시선이 주인공 같지만 각 장에는 그 장의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가족 모두가 주인공인 평등한 소설이다. 작가가 이전에 창작했던 『피프티 피플』에서도 특정한 주인공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 소설은 인물들이 좀 줄어서 각 인물들의 욕망과 상처가 덜 요약되고, 흐름을 갖고 심리와 감정이 진행되는 것을 독자들이 느낄 수가 있다.
2. 인물에 대해서
읽으면서 인물들이 많아서 그 사람들의 인적사항과 개성, 행동 등을 메모로 정리하면서 읽었다. 이런 것 재미있다.
2.1 1세대
심시선: 전쟁을 겪고, 그 가운데 경찰과 군인으로부터 가족이 학살당하는 것을 경험한 후에 친척의 도움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간다. 거기서 세탁소 배달하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유명 화가 마티아스 마우어의 도움으로 그림을 배우고, 그와 함께 독일의 뒤셀도르프까지 간다. 하지만 거기서 마티아스는 독립하려는 심시선을 구속하고, 압박하면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심시선은 친구와 요제프의 도움으로 독립했다가 마지막으로 서울에 와서 글쓰기를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린다. 예술에 대한 의견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욕망과 바람을 자유롭게 발언하면서 사회적으로 지탄과 비판도 받지만 그런 것들에 주눅들지 않고 발언하고 생활하고, 그런 기운이 자식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요제프 리: 심시선의 첫번째 남편으로 뒤셀도르프에서 갤러리 운영한다. 터키와 이란 계통의 혼혈로서 유색인종이라는 점을 심시선과 심정적으로 공유하면서 가까워지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은근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심시선의 독립을 도와주고 함께 한국에 와서 에이전시로 일을 한다. 그러나 향수병으로 독일을 갔는데, 일 때문에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행동을 함으로써 자식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홍낙환: 심시선의 두번째 남편으로 여자들에 대해서 편견을 갖지 않는 광고쟁이이다. 첫번째 부인인 조말희 사이에서 홍경아를 낳았다.
2.2 2세대
이명혜: 심시선의 첫째 딸이다. 군인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력이 있다. 두번째 아버지인 홍낙환이 죽자 홍낙환의 회사에 광고 기획자로 들어가 홍경아와 함께 경영하지만 말아먹고, 다시 홍경아와 새로운 광고회사를 운영하다 물러난다. 심시선 10주기 기념 하와이 제사를 기획하였다. 거침없는 여걸 카리스마 대장으로 가족을 대표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혼이 담겨 있는 훌라춤을 올린다.
심명은: 심시선의 둘째 딸로 고고미술사학자이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화산에서 날아온 레후아꽃과 등산화에 끼여 있던 작은 화사선 자갈을 올린다. 호주제가 폐지되자 어머니 성으로 개명한다.
이명준: 심시선의 셋째 아들로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던 그림복원가이다. 모계 중심의 가족에서 구박받기도 하지만 모나지 않게 어울리며 원만하게 살아간다. 티나게 남성 페미니스트인 것을 자처하지는 않지만 넓은 포용력과 낮은 자세로 가족의 평안을 유지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재생플라스틱 블록으로 만든 탑을 올린다.
홍경아: 심시선의 넷째 딸로 홍낙환과 조말희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홍낙환과 심시선이 재혼하면서 넷째로 데리고 키웠다. 데려온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심시선과 언니들이 세심하게 돌봐주고, 친자식, 친자매, 친남매처럼 대우를 했던 것에 대해서 늘 감사하면서 그 때를 추억하기도 한다. 혈연보다는 인연을 중시하는 시선의 생각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여 웹디자이너로서 명혜와 아버지의 광고기획사에 합류했다가 말아먹고, 다시 새로운 광고기획사를 차려서 운영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하와이의 커피를 올린다.
김난정: 이명준의 아내이자 심시선의 며느리이다. 책을 많이 읽고, 비즈니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정도의 실력자이지만 딸인 우윤이 어려서 심하게 아팠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었다. 심시선의 피가 섞여 있지 않아 이질감이 있을 것 같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책을 매개로 심시선과 교류하면서 이 가족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시댁 식구들과의 가족 여행이 며느리에게는 부담이 됨을 느끼지만 미국에 있는 딸인 우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합류한다. 박물관에서 만든 레이 목걸이와 하와이 배경 소설을 올린다.
박태호: 이명혜의 두번째 남편으로 항공기 기장이다. 모계 중심의 가정에 들어온 사위로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가족의 일원이 되었고, 하와이에서 다른 가족들이 낮에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때 아침과 저녁 식사, 빨래, 숙소 정리를 하는 등 뒤에서 배경이 되는 존재이다. 말라사다 도넛을 심시선의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자전거로 훈련하면서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정보근: 홍경아의 남편으로 곤충학자이다. 여행에는 참여하지 않아서 등장하지는 않지만 두 자식인 규림과 해림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2.3 3세대
박화수: 이명혜의 첫째 딸로서 회사에서 근무하다 하청업체 사장의 염산테러를 겪고 자신을 보호하지 않는 조직과 사회의 모습에서 마음을 닫고 사회적 조직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는다. 여행에 참여해서도 많이 활동하지 않고 남편과도 데면데면하지만 여행에서 팬케이크를 먹으면서 치유이 계기로 삼고 천천히 사회로 나오려고 노력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프로퍼 익스펜션의 팬케이크 올리는데, 최상의 맛을 보게 하기 위해서 팬케이크 사장이 출장까지 와서 숙소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한다. 은둔하는 것 같던 화수가 제일 성대하게 제사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가족들과 독자들은 반전의 맛을 보게 된다.
박지수: 이명혜의 둘째 딸로서 공연기획자이다. 누구하고도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심시선의 제사상에 무지개 사진을 올리고 규림의 프리다이빙 강사인 체이스와 친해진다.
이우윤: 이명준의 딸. 어렸을 때 죽을 고비를 넘길 정도로 아팠다가 낫게 디었다. 조소를 공부하다 방향을 틀어 미국 LA에서 영화 속에서 나오는 괴물과 같은 모형을 만드는 크리쳐 디자이너로 일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산호에 부딪치면서 서핑을 시도하여 성공하였고, 심시선의 제사상에 서핑을 하면서 채집한 가장 멋진 파도의 거품을 올린다.
정규림: 홍경아의 첫째 아들로 고등학생이다. 사촌들과 서핑을 하다 물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서핑 강사의 권유로 프리다이빙을 배운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할머니 이름을 붙인 산호 다섯개의 증서를 올리고, 다이버가 되어 산호 정원사로 이십대를 보낼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정해림: 홍경아의 둘째 딸로 초등학교 5학년생인데 새 전문가이다. 어디를 여행하든 그 지역의 새에 관한 책을 반드시 사고, 그 지역의 새를 관찰한다. 환경과 새를 늘 생각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 하와이에서 수집한 새 깃털 컬렉션을 올린다.
오상헌: 박화수의 남편으로 항공기 기장이다. 박화수의 상처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심시선의 제사상에는 이 가족의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과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가장 평범하게 과일을 올린다.
3. 읽고나서
자유로움이 그냥 묻어 있는 소설이다. 그러면서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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