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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4] 너의 목소리가 들려: 목소리가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
    행간의 접속/문학 2021. 5. 24. 10:48

    책이름: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곁이름: 내 고통의 이유는 무엇인가

    지은이: 김영하

    펴낸곳: 문학동네

    펴낸때: 2012.02.

     

    겉으로 봤을 때에는 비행청소년 이야기처럼 보인다. 제이는 길에서 태어나 미혼모에게 버려지고, 길러준 엄마가 더이상 키우지 않아 재건축 구역의 빈 집을 전전하다 보육원에서 자라고, 보육원을 뛰쳐 나와서 가출 청소년들과 어울리다가 오토바이를 타는 폭주족이 되었다가 사고로 죽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제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핵심적인 요소인 것 같다. 그것은 다른 사물의 영혼에 스며들어가서 그 사물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이 있는데,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잘 듣지 않는 시대에 말하지 못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측면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언어를 잃어버린 존재를 대변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사육장의 개, 타고서 질주하는 오토바이나 강물 위의 다리, 무대 위의 큐브가 자신에게 얘기하면 아무리 위험하고 무모해도 그 얘기를 믿고 온 몸을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 것에 대해서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는 장면도 있다.

    "정신차려. 너는 기계가 아니잖아? 남의 고통을 느끼게만 하고 그걸 극복할 방법은 주지 않았을 리가 없어."
    "신은 원래 그런 존재야. 신은 비대칭의 사디스트야. 성욕은 무한히 주고 해결은 어렵도록 만들었지. 죽음을 주고 그걸 피해갈 방법은 주지 않았지. 왜 태어났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그냥 살아가게 만들었고."

    신은 원래 그런 존재라는 인식과 그 예시들을 듣고나면 그 지식이 나름 경지가 있어 보인다. 다르다.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런 능력이 생기게 된 것은 태생의 기괴함에서 오는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거리를 떠돌아다닐 때,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하며 보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사고를 발전시킨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은 본능에 충실하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데. 길거리의 청소년이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이색적이고, 특이하다.

     

    소설의 본편이 끝나고 뒤에 부록처럼 뭐가 하나 붙어 있는데, 작가가 이 소설을 창작하는 과정의 이야기를 또 하나의 단편소설처럼 붙여 놓았다. 이렇게 되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재미있어졌다. 그냥 그렇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이렇게도 볼 수 있네.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 거기다가 그 부록같은 단편에는 본편에서 건너뛴 부분에 대한 또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실어서 작품과 인물을 더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읽으면서 주인공의 욕망이 사회와 부딪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흐름이 자연스러웠고, 약간 비현실적인 측면들이 오히려 환상적으로 그려져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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