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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5] 버라이어티: 채워야 할 것이 많은 버라이어티행간의 접속/문학 2021. 2. 21. 20:24
책이름: 버라이어티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옮긴이: 김해용
펴낸곳: 현대문학
펴낸때: 2017.03.
오쿠다 히데오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인데, 중간에 다른 작가들과의 대담도 있다. 뒤에 작가 후기를 보면 여러 출판사에서 겸사겸사 부탁한 단편들을 한 출판사에서 다른 출판사에 양해를 얻어 모은 다음에 책으로 낸 것이란다. 그래서 작품 경향이나 분위기들이 약간 이질적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작품은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비슷한 업종으로 자신의 회사를 창업한 초보 사장님의 얘기를 다룬 두 개의 단편 「나는 사장이다!」와 「매번 고맙습니다」를 꼽을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의를 느끼고, 창업을 결심하고, 사표를 던지고, 친한 동료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지만 합류할 것처럼 하다 거절당하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괜찮은 척 하고, 첫 수주에 기뻐하고, 협력사의 업무 스타일에서 갈등을 하지만 적응하면서 사장으로서 사업을 배워나가는 과정들이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져 있어서 나하고 먼 얘기인데도 가깝게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세븐틴」은 17살 딸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겠다고 하지만 남자와 자고 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를 묵인할 것인가 저지할 것인가 갈등하는 엄마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결론은 쿨하게 묵인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쿨하지 않다. 나도 딸이 있어서 같은 상황이라면 엄청 갈등하면서 결국 허락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쿨하고 싶은 마음과 딸을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두 개의 대담이 있는데 배우와의 대담, 드라마 작가와의 대담인데, 나는 오쿠다 히데오를 대상으로 하는 대담인 줄 알고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과 여러 생각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에 대한 대담이어서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도 그 가운데에서 포기에 대한 생각 부분이 좀 인상적이었다.
포기한다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잘 포기하는 일은 무기력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현 가능한 것에 대한 감도를 연마해서, 가능한 일에 집요해지는 것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에 언제까지 매달리는 것은 일종의 센티멘탈리즘입니다.
포기는 실패라기보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 전환. 그냥 놓아버리지만 않는다면.....
버라이어티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뭔가 부족한 버라이어티였고, 채워야 할 것이 많은 버라이어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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