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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1] 낙서문학사: 넓어진 세계행간의 접속/문학 2021. 2. 1. 12:55
책이름: 낙서문학사
지은이: 김종광
펴낸곳: 문학과지성사
펴낸때: 2006.06.
김종광의 단편소설집이다. 김종광은 채만식이나 이문구처럼 구수한 사투리와 날카로운 풍자로 농촌 사회의 모습을 재치있게 다룬 작가이다. 이 소설집에서는 꼭 농촌이 아니더라도 가상의 나라와 미래의 어느 때를 상정한 작품도 있어서 작가가 그리는 세계가 더 넓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전달하는 방식도 단순히 한 명의 서술자에 의한 것보다 다중적인 인물이나 서술자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다채롭게 전달하고 있다.
「율려 탐방기」는 홍길동전의 율도국과 허생전의 빈섬을 연상시키는 가상의 섬나라 율려를 여행하는 지리학원 수학여행단의 탐방기이다. 구성은 수학여행에 참여한 학생, 교사, 인솔자 등의 시각에서 하루씩 짧게 짧게 일기를 쓰듯이 그 느낌들을 쓰는 식이라서 이들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 속에서 율려는 어떤 곳이라는 퍼즐을 꿰어 맞추어야 하는데 그게 이 소설의 재미이다.
「낙서문학사-창시자편」과 「낙서문학사-발흥자편」은 문학의 여러 갈래 중 새롭게 문학으로 편입된 낙서가 문학으로서 인정받게 된 과정과 그 이후에 발흥하게 된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낙서라고 하면 그냥 쓸데 없이 끄적이는 글인데, 이것을 문학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니까 작가가 다 만들어낸 가상의 이야기이다. 어차피 소설이 작가가 만든 허구이지만 사실인 것처럼 말하지만, 더 티나게 허구인 것을 드러내놓고 전개가 되니까 오히려 더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구성도 하나의 서술자가 아니라 창시자와 발흥자의 평전을 쓰기 위한 전기 작가가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 있던 「율려 탐방기」처럼 퍼즐 맞추듯이 창시자와 발흥자를 꿰맞추어야 한느 식이다.
「김씨네 푸닥거리 약사」는 김종광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부모님을 모델로 그리면서 그 아들인 자신과 아내도 살짝 등장시키고 있다. 혼주시에서 소를 키운다든가 어머님이 소교아줌마한테 굿을 자주 한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다른 작품에서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그 작품들과 연결시켜서 읽으면 연작소설로 봐도 무방하고, 그걸 찾아서 재구성하면서 읽는 것이 또 재미이다.
그밖의 작품들도 있는데 이 작품들도 가상의 나라, 가상의 기업들을 티나게 상정하고 과장해서 얘기를 하는 작품들이다. 한 두 작품이라면 그런가보다 하는데, 그런 작품들이 다수다 보니까 약간 참신함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그 허구성이 정말 기발하고 신박하다면 감탄을 했을텐데 그렇지 않다보니까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기존의 고리타분한 무거운 소설보다는 새롭게 그 범위를 넓혀나가는 이야기가 훨씬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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